박원순 서울시장은 강북에서 직접 출퇴근하면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취임 직후 실제로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 동안 머물렀다. 사진은 박원순 시장 방문 당시 솔샘시장 상인들과 박 시장의 모습. 사진은 상인들의 초상권을 위해 모자이크 처리. /박재우 기자 |
정치인이 다녀간 자리는 때로 명소가 되기도 하지만, 잊고 싶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위해 때로는 민생을 직접 살피기 위해 특별한 장소를 찾는다. 이들이 머문 장소는 당시 큰 화제가 되곤 한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공백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팩트>는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정몽준 전 의원 등이 다녀간 그곳은 현재 어떤 모습인지 확인해 보았다. <편집자 주>
뜨거웠던 여름 박원순 시장의 삼양동 거주와 주민들
[더팩트ㅣ삼양동=박재우 기자] "만약 당선이 된다면 앞으로 한 달을 집을 옮겨서 강북에서 살겠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이었다. 강북에서 직접 출퇴근하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고, 그는 취임 직후 실제로 한 달 동안 강북구 삼양동에 있는 한 옥탑방에 머물렀다.
박 시장은 자신이 머물다 간 자리에 무엇을 남기고 갔을까. <더팩트>가 그가 머문 삼양동 옥탑방, 자주 방문했던 솔샘시장, 미동경로당을 찾아 박 시장의 한 달을 물었다. 그가 떠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고 찾진 않았지만,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그가 찾은 문제들은 해결 중인지 궁금해졌다.
강옥현 서울시 언론담당관은 "박 시장이 선거 당시 연설 중에 즉흥적으로 말한 것"이라며 "그 약속을 지키려고 취임 후 먼저 제안했다"고 한 달 살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직접 원한만큼 강북에서의 생활은 생산적이고 효과적이었을까.
대부분의 이웃 주민들은 경호 인력과 취재진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또한, 매일 같이 찾아온 시위대 때문에 한밤중에도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근처 솔샘시장 점포 상인들과는 추억을 남겼다. 이들은 박 시장의 거주 동안 시장에 대해 애정을 보였다며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았다.
지난 14일 방문한 삼양동에서 언덕 위 태극기가 걸려있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박 시장이 머물렀다는 그 옥탑방이 눈에 띄었다. 안을 들여다볼 순 없었지만, 당시와 비교해 봤을 때 평범해 보였다.
삼양동에서 언덕 위 태극기가 걸려있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머물렀다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안을 들여다 볼 순 없었지만, 당시와 비교해 봤을 때 좀 더 평범한 저택처럼 보였다. 사진은 박 시장이 머물렀다는 옥탑방의 모습. /박재우 기자 |
◆평가는 극과 극: 이웃들은 "불편" vs 시장서는 '인기폭발'
박 시장의 한 달 살이에 대해 삼양동 주민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옥탑방 이웃사촌들은 불평을 털어놓았고, 박 시장이 자주 들렀던 시장 상인들은 하나같이 박 시장의 '팬'이 된 모습이었다.
이웃들은 조금 성가신 기색을 냈다. 기자들이 그사이 많이 다녀갔는지 질문을 잘 받아주지 않았다. 당시에도 불편을 많이 겪었는데, 다녀간 이후에도 왜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바로 옆집 한 이웃은 "다녀간 지 오래"라며 "시위하는 사람들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계속 질문하려 하자 "매스컴에 나온 그대로다"라며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더 질문을 받지 않았다.
실제로 시위대는 매일같이 찾아왔다고 한다. 대한애국당 관계자라고 알려진 이들은 박 시장의 아들 병역문제를 제기하면서 "쇼하지 말라"고 고성을 지르고 큰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시위대의 돌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관들과 박 시장의 '이색 행보'에 관심을 갖고 나타난 취재진 때문에 방해되기도 했다고 했다.
집 근처에 위치한 점포 상인들은 "저녁 퇴근할 당시에는 봉고차 2~3대 경찰들과 기자들이 몰려 불편했다", "별로 의미는 없었고, 달라진 건 없었다", "보좌진들과 함께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바람에 만날 기회는 없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그가 자주 방문했다던 솔샘시장 대부분의 상인은 박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시장님과 삼겹살 파티도 했다"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시 직원들과 시장 상인들 30여 명이 함께 두 시간 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박 시장은 상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고 노력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또한 "따뜻하고 인품도 좋다"며 "구석구석 직접 시찰하고 퇴근할 때마다 왔다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님과 조언도 듣고 어려운 점도 말했다"며 "잘하고 계시다. 큰일 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뽑아 줄 거냐는 대답에 "당연하다"며 "당선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다른 점포 상인은 박 시장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환하게 웃으면서 "와서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고 그랬다"며 "사진기자가 사진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그 당시 정신없어서 받질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솔샘시장 중앙회는 박 시장을 만나 전통시장 인가와 시장 환경개선에 대해 건의했다. 사진은 솔샘시장의 모습./ 박재우 기자 |
◆박원순 시장에게 주어진 과제… 진행 상황은?
그렇지만 박 시장에게 과제가 생겼다. 박 시장이 강북에서 한 달 생활 뒤 발표했던 정책 내용뿐 아니라 직접 만났던 솔샘시장 상인회, 미동 경로당 어르신들과의 약속들이 남았다. <더팩트>가 서울시청에 직접 연락해 후속 진행 상황에 대해 파악했다. 아직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 머물러 있었다.
우선 박 시장이 자주 방문했었던 '솔샘시장' 문제가 있었다. 시장 중앙회는 박 시장을 만나 전통시장 인가와 시장 환경개선에 대해 건의했다. 전통시장 인가와 관련해서 법에 명시된 조건은 '60개 점포 이상'이지만, 솔샘시장은 '30개 점포'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통시장과 일반시장의 지원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박 시장에게 이 문제에 대해 건의했다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솔샘시장은 전통시장 인가 기준에 맞지 않지만, '서울시장 특별형'으로 준 시장인가를 허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박 시장이 다녀가서 좋긴 한데, 결말이 제일 중요하다"며 "도로 확장과 주차장이 제일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마트 등과 경쟁하려면 주차장 확보가 필수라고 말하면서, 허가 뒤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었다.
서울시 지역상권활성센터는 "법 자체의 개정은 힘든 상황"이라며 "이 부분(법 개정)은 서울시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규정상의 문제보다는 이 정책에서 소외되는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라며 "인허가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지역을 포괄할 것이냐를 보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미동경로당'의 이전 문제가 떠올랐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에게 경로당 이전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미동경로당의 모습./ 박재우 기자 |
두 번째는 경로당 문제였다. 삼양동에 위치한 일부 지역은 2016년 사업 시행 인가를 받고 '미아3 재개발구역'이 됐다. 2017년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준비를 끝내고, 현재는 아파트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에 위치한 '미동경로당' 이전 문제가 떠올랐다. 경로당이 이전한다면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에게 부담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미동경로당 방문 당시 어르신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박수도 치고 사진도 찍고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주제는 가볍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박 시장은 어르신들에게 가까운 곳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경로당에 있던 어르신들은 기대가 컸다. 박 시장 방문에 대해 묻자 "구청에서 나왔느냐"라고 묻기도 하고 기자라고 답하자 질문에 적극적이었다. 당시 점심 식사에 참석했던 어르신들은 멀리 이동하기 불편하니 가까운 동선으로 골라서 새로운 경로당을 선정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이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인생이모작 지원과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직 시기미도래(이주계획 미정)로 알고 있다"라며 "주택조합이 이주계획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로당 임시물건 확보에 대해 "아직 알아보고 있지 않다"라며 "박 시장이 9월에서 10월 사이에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곧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해당 업무가 아닌 구청관할 업무까지 영역을 확대하느라 조직 자체가 비대해지고, 복잡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솔샘시장' 취재 당시 처음 대변인실에 묻자 행정실, 그다음에는 시장활성화 팀장을 거쳐 마지막으로 지역상권활력센터장에 연결됐다. 원하는 답을 몇 단계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사자들이 진행사항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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