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보수·진보 美언론인이 말하는 "종전, 그리고 트럼프"
입력: 2018.09.25 00:02 / 수정: 2018.09.25 00:10

<더팩트>는 20일 미국 언론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을 향한 미국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은 더네이션 기자 팀 셔록(왼쪽)과 내셔널인터레스트 편집장 해리 카지아니스 모습.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임현경 인턴기자
<더팩트>는 20일 미국 언론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을 향한 '미국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은 더네이션 기자 팀 셔록(왼쪽)과 내셔널인터레스트 편집장 해리 카지아니스 모습.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임현경 인턴기자

비핵화·종전 열쇠 쥔 미국, 그 속내와 좌우 입장 차

[더팩트ㅣ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임현경 인턴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이 지난 2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보고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진보 진영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가 빠졌다"며 '실패'를 거론했다. 하나의 정상회담을 두고 정치 이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그렇다면 '비핵화와 종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진보와 보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할까. <더팩트>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미국 언론인들과 인터뷰를 진행, '미국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해리 카지아니스 내셔널인터레스트 편집장과 팀 셔록 더네이션 탐사보도전문기자가 그 주인공이다. 카지아니스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을 맡고 있으며, 셔록은 카터 행정부와 군사 정권의 연계를 밝히며 5.18 진상규명에 앞장선 '광주명예시민'이기도 하다.

다음은 카지아니스와 셔록, 두 사람의 개별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정치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긍정적이라 평했다. 사진은 카지아니스(왼쪽)와 셔록이 이날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정치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긍정적"이라 평했다. 사진은 카지아니스(왼쪽)와 셔록이 이날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Q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어떻게 보나.

-해리 카지아니스(이하 카지아니스)=아주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에게도, 남북 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거의 전쟁 직전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서울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는 수준까지 크게 진전됐다.

-팀 셔록(이하 셔록)=감동적이었다. 한국 국민들이 추구해왔던 것을 스스로 힘으로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서 핵문제 해결에 대한 열망,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군사적 긴장상태를 종식시키겠다고 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과 북한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다.

Q 아직 미국 여론을 이야기하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그래도 현지 반응이 궁금하다.

-카지아니스=이 지점에서는 단 한 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면 충분하다. 모든 프로세스를 이끄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그는 모든 장면을 지켜봤을 것이며 이에 대해 만족하는 것 같다. 미국에 돌아가 각료들과 얘기보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북한의 진정성있는 의사 표명이었고, 김정은은 이번 선언을 통해 최소한의 진심을 보여줬다. 최소치였지만 효과를 발휘하기엔 충분하다. 다만 종전을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 추가적인 무기 공개 등 더욱 확실한 제스쳐가 필요하다.

-셔록=높은 관심을 보인다. 실시간 트위터 반응만 본다고 하더라도 미국인들은 평화를 원하고 있다. 현재 언론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반대파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진도가 너무 빠르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직접 한국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한반도의 현실을 말할 수 있는, 미국 언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

해리 카지아니스는 트럼프가 다소 불리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한반도 미래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사진은 카지아니스가 기자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해리 카지아니스는 트럼프가 다소 불리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한반도 미래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사진은 카지아니스가 기자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Q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예측한다면.

-카지아니스=우리는 추후 몇 주(중간선거 이전)가 여기서 아주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종전 선언을 하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다. 또한 정치적으로 프레임 워크를 형성하기에도 적기다. 그러니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100% 확신한다. 북미회담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개최될 것 같다. 현재 지명 대법관 후보자의 스캔들, 중국 관세 문제 등 정치적 커리어에서 위기를 맞은 트럼프는 북미관계를 정치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거다.

-셔록=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남았고, 그 다음 단계가 정상회담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협상을 시작한다고 했으니 협상 이후 회담이 진행될 거라 본다.

Q 2차 북미회담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카지아니스=한미 정상이 24일 만나는 것이 호재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분위기와 하한선 등 미묘한 의견을 귀띔하고,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추가적인 협상을 알릴 가능성이 있다. 또, 다음 달 UN총회에서도 중요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이로 인해 트럼프는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누고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감동적인 장면들을 보여줬던 것처럼 2차 북미회담에서도 이를 재현할 수 있다. 조심스럽게 예측컨대 트럼프는 중간선거 전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자리에서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셔록=북한은 미사일, 발사대 폐쇄와 영변 시설 폐기를 고려하겠다면서도 미국의 '상응 조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표현들이 굉장히 조심스럽고, 면밀하게 고안된 것 같다. 북한은 싱가포르 선언에서의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 프로세스를 한반도에 정착시키자'는 원칙이 준수되길 원한다. 미국은 어떻게 상응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팀 셔록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추구해왔던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셔록이 취재진과 인터뷰 중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박재우 기자
팀 셔록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추구해왔던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셔록이 취재진과 인터뷰 중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박재우 기자

Q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북미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카지아니스=지금으로선 50대 50.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트럼프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백악관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최악의 경우를 먼저 가정해보자면, 아마 민주당이 탄핵을 진행하지 않을까. 그럼 한반도의 미래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백지화될 거다(All bets are off). 두 번째는, 트럼프가 정치적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에 대한 관여를 그만두고 자국의 국익에 집중하는 경우다. 이 경우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어떻게든 현재 국면이 이어질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남겨진 과제가 많다. 가장 긍정적인 전망은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트럼프가 계속 연임해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트럼프는 그의 지지자들이 돌아와 투표권 행사할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셔록=워싱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트럼프의 관계뿐 아니라 워싱턴 내부를 알아야 한다. 현재 워싱턴은 한쪽으로 굉장히 치우친 상황이다. 선거 결과는 알 수 없다. 민주당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하는 모든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만일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평화 프로세스는 진행되겠지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에 한해서는 전망이 어둡다.

Q 이번 합의문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3차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문 대통령을 책망한다.

-카지아니스=많은 사람이 한 번에 너무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걸 원한다. 이럴 때 제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만약 당신이 결혼하고 싶다면 데이트를 하고, 연애하고, 영화를 보고, 피자도 나눠 먹어야 한다. 어떻게 첫 만남에 바로 이룰 수 있겠나. 모든 일엔 단계가 있고 과정이 있다. 이전까지 북미 관계는 거의 전무했다고 볼 수 있고, 한반도는 수십 년 간 분단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돌이켜봤을 때,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 회담이 실패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 종식에도 제네바 협상, 소비에트 연방과 논의 등 수년이 걸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뭔가 큰 걸 얻고 싶다면 우선 관계를 유지하며 협상하는, 신뢰 구축 과정이 필요하다.

-셔록=누군가는 늘 부정적으로 본다. 미국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의 시선이 있다.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체제 보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우려를 표할 수도 있다. 미국도 뭔가 조치를 취해 북한이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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