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20일 북한땅을 통해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북한땅을 이용해 백두산 천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 분단 이후 최초 백두산 천지 방문

[더팩트ㅣ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신진환 기자] 북한의 심장부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역사에 남을 장면이 숱하게 연출되면서 '최초'라는 수식어도 쏟아졌다. 앞으로 이번 회담보다 더 파격적이고 최초라는 기록이 더 나올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파격적인 장면을 꼽자면 남북 정상이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함께 오른 것을 들 수 있겠다. 남북 정상이 함께 백두산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남측 정상이 북측 길로 백두산 천지를 간 것도 역시 처음으로 기록된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고 신성시 여겨지는 백두산에 남북 정상이 함께 올랐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정상은 20일 오전 10시 20분께 백두산 천지에 도착했다. 자동차를 타고 백두산 남쪽 정상인 장군봉에 도착했다. 다만, 이때 같은 차에 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정상 내외는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까지 이동했다. 천지에 발을 디딘 남북 정상은 주변을 함께 걸었다. 천지를 배경으로 남북 정상이 잡은 손을 번쩍 치켜든 장면은 역사의 명장면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다.

'등산 마니아'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과거 여러 차례 북쪽을 통해 백두산을 등반하고 싶다고 밝혀 왔었는데, 소원을 이룬 셈이다.

백두산 천지에 오른 문 대통령은 "제가 위원장께 지난 4.27 회담 때 말씀드렸다.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다. 지금도 많이 가고 있지만,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다.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며 소감을 밝혔다.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이 제안하고, 문 대통령이 받아들이면서 결정됐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바람을 알고 백두산 방문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천지 산책은 4·27 남북정상회담 때 도보다리 산책과 같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한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주민들 앞에서 연설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 시민 15만 명 앞에서 연설 하는 문 대통령.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이 평양 방문 둘째날 15만 평양 시민에게 육성으로 연설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남한 대통령이 북한 주민에게 연설한 것도 역시 최초다.

김 위원장은 "오늘 나와 문 대통령은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의 여정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로 될 소중한 결실을 만들어냈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은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 위원장의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며 "우리 민족은 우수하고 강인하며 평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그림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말했고, 15만 평양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 일정 첫날부터 북한은 파격적인 예우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18일 오전 9시 49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 여사를 김 위원장과 부인 리 여사가 영접했다. 북한 최고지도자 내외가 남측 정상 내외를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대우라고 할 수 있다.

트랩을 내려온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껴안고 세 차례 뺨을 맞부딪히며 서양식 인사를 나눴던 장면도 예상을 넘어선 것이란 평가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영접할 때 연주된 곡도 북측에서 최고 지도자급 대상 의전곡이었으며, 이 장면이 생중계된 것도 처음이다. 환영 행사 때 나온 음악은 북측에서 최고지도자의 행사 때 사용하는 의전곡 '1호 환영곡'으로 알려졌다. 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조선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할 때 북측은 예보 21발을 발사했는데, 이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전 평양 시내를 함께 퍼레이드 하며 환영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이 무개차(지붕이 열린 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펼친 것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거리로 나와 꽃다발을 흔드는 평양 시민 10만 명의 환대를 받았다. 카퍼레이드를 하는 과정에서 평양 중심 시내의 랜드마크들이 카메라에 잡혔고, 발전된 도시 상을 엿볼 수 있었다. 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영빈관 안까지 안내하는 모습이 최초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수없이 많은 최초를 기록한 것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신뢰에서 비롯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 역시 20일 서울에 도착해 김 위원장과 평양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도착 직후 동대문 프레스센터를 찾아 '2018 평양 정상회담 대국민 보고'에서 "성원해 주신 덕분에 평양에 잘 다녀왔다. 국민들께서 보셨듯이 정상회담에서 좋은 합의를 이루었고 최상의 환대를 받았다"며 "북측에서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표단을 정성을 다해 맞아주었다. 오고 가는 동안 공항과 길가에서 열렬하게 환영해주고 환송해 준 평양 시민들께 각별한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백두산에 오가는 동안 삼지연공항에서 따뜻하게 맞아주고 배웅해 준 지역 주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평양에 가기 직전인 지난 1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성에 문을 열었다. 남북대화와 협력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라는 의미와 함께 남북이 본격적으로 서로 오가는 시대를 연다는 그런 의미를 갖는다. 여유를 두기 위해서 시기를 '가까운 시일내'라고 표현했지만, 가급적 올해 안에 방문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저는 우리 국민들께서도 김 위원장을 직접 보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에 대한 그의 생각을 그의 육성을 통해 듣는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오직 국민들의 힘으로 또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덕분에 평양회담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평화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숙원이다. 그 숙원을 이루는 길에 국민의 뜻과 늘 함께 할 것"이라고 2박 3일간의 정상회담 소감을 전했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