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 '등산마니아-백두혈통' 남북 정상의 백두산 동행
입력: 2018.09.20 00:00 / 수정: 2018.09.20 00:00
등산 마니아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땅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문 대통령에게 백두산 방문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1월 신년맞이 북한산행에 나섰던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등산 마니아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땅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문 대통령에게 백두산 방문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1월 신년맞이 북한산행에 나섰던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백두산 트래킹" 소원 기억했다

[더팩트ㅣ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이철영 기자] 남북 양 정상이 한민족의 성산 백두산에 함께 오른다. 백두산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오후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문 대통령의 일정을 깜짝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내일(20일) 백두산 방문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분의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백두산 방문은 아침 일찍 출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현재 협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백두산 방문을 소원해왔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이런 소원을 알고 있었기에 백두산 방문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변인의 이후 브리핑에서도 북측이 문 대통령의 방문 소원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월 북한산을 등반 중인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월 북한산을 등반 중인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백두산은 두 정상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문 대통령은 앞선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직후에도 "나는 백두산에 가게 된다면 중국이 아닌 북한 땅으로 올라가겠다고 그동안 공언해왔다. 중국 동포가 백두산으로 나를 여러 번 초청했지만, 내가 했었던 그 말 때문에 늘 사양했었다. 그 말을 괜히 했나보다 하고 후회하곤 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우리 땅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소원을 김 위원장이 풀게 해 준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도 백두산은 특별하다.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는 '백두혈통'으로 추앙된다. 북한에서 '백두혈통'은 권력의 정통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일본 교포였던 것을 의식해서인지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여러 차례 백두산에 올랐다. 자신이 백두혈통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거의 해마다 백두산에 올랐을 정도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백두산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백두혈통은 권력 정통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을 이를 각인시키기 위해 자주 백두산을 찾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백두산 정상에 오른 김 위원장의 모습. /뉴시스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백두산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백두혈통'은 권력 정통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을 이를 각인시키기 위해 자주 백두산을 찾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백두산 정상에 오른 김 위원장의 모습. /뉴시스

이처럼 두 정상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백두산 방문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기상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김 대변인은 "기상 상황 좋으면 가는 데까지 갈 것이고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 중간쯤에서 중단할 것"이라며 "일단 남쪽 정상인 장군봉까진 올라갈 예정이지만, 날씨가 좋으면 백두산 천지까지도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백두산 방문을 위해 평양순안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삼지연공항으로 이동한 뒤, 차를 이용해 백두산 정상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리설주 여사의 동행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 일정이 확정되면서 귀한 시간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귀환시간은 미정이지만, 좀 늦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백두산 동행은 북측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9일 "두 정상이 백두산에 가는 것, 그것은 아주 북측 말로는 '사변적'이고 우리 말로는 상당히 혁명적인 그런 결정이 아닌가 생각이다"라며 "이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만나는 시간이 정말 많았고, 그다음에 표현의 깊이도 깊었고, 그만큼 신뢰도 쌓였고 이런 것들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또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상당히 긍정적 기재로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9일 한반도 전쟁 위험 제거 및 비핵화 등의 내용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을 발표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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