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 "김정은이 서울에…와우" 외신 기자가 본 '9월 평양공동선언'
입력: 2018.09.19 17:06 / 수정: 2018.09.19 17:06
외신 기자들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남북 관계에는 긍정적이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내외신 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생방송을 시청하는 모습.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배정한 기자
외신 기자들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남북 관계에는 긍정적이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내외신 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생방송을 시청하는 모습.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배정한 기자

외신 기자들, 남북 관계 긍정 전망…북미 관계는 '글쎄'

[더팩트ㅣ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임현경 인턴기자] "희망적인 일…그러나 지켜봐야 할 문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19일 오후 외신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용 자체는 남북 관계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기자는 "다소 실망스럽다"며 " 이건 또 다른 양상(aspect)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스카야 가제타(러시아 일간지) 기자 올레그 키리야노프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자주 만나게 된 건 나쁜 일이 아니다.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하나도 없다"면서도 "다만 '노력하겠다'는 의지만 있고 구체적인 대책은 전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오늘 회담이 실천으로까지 옮겨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 전망했다.

외신 기자들이 가장 크게 반응했던 순간은 김 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 말했을 때다. 다급히 속보를 쓰던 기자들 사이에서 "와우(Wow)"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이는 기쁨보다는 놀라움의 표시였다. 한 기자는 "앞서 외신 기자들과 전문가들끼리 얘기했을 때는 제주도가 보안상 가장 적합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서울에 온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18일 오후 남북정상회담 서울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DDP 앞에서는 보수 단체가 정상회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집회 뒤쪽에 걸린 현수막. Lets Bomb north Korea!(북한을 폭파시키자)라고 적혀있다. /이새롬 기자
앞서 18일 오후 남북정상회담 서울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DDP 앞에서는 보수 단체가 정상회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집회 뒤쪽에 걸린 현수막. "Let's Bomb north Korea!(북한을 폭파시키자)"라고 적혀있다. /이새롬 기자

외신 기자들 역시 국내 언론과 마찬가지로 서울이 갖는 위험 요소, 특히 보수 세력의 반대를 인지하고 있었다. 키리야노프는 "우리도 제일 큰 기사로 '김정은, 서울에 온다'고 썼다"며 웃었다. 그는 "평양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일제히 환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여긴 보수 성향도 있는 민주주의 사회다"며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데 반대 세력이 엄청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몇몇 기자들은 18일 오후 2시 정상회담 예정 시간에 서울 프레스센터 바로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반대 집회를 목격했다고 했다. 그들은 "만약 온다면 남북 관계에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남한에는 북한에 대해 강한 분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독일 프리랜서 기자 파비안 크레슈머는 남북의 친밀한 관계에도 '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정상이 서로를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칫 너무 가까워지면 북한이 독재 체제 아래서 인민들을 탄압하는 상황까지 존중의 영역에 포함될 위험이 있다"며 "문 대통령은 아주 미세한 차이를 지켜야 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 "문 대통령이 어제(18일) 김 위원장을 '다정한 연인'이라고 표현했는데, 표현은 감정적이라 자칫 중요한 문제를 희미하게 한다"고 설명하며 해당 기사를 인용한 해외 누리꾼들의 SNS 반응을 직접 보여줬다. 그는 "앞서 판문점선언 이후 한국이나 해외에서 '김정은이 귀엽다'는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이미지'는 정치 상황을 잊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북미 관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사진은 한 외신 기자가 생방송 화면을 촬영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북미 관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사진은 한 외신 기자가 생방송 화면을 촬영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이번 정상회담이 북미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물음에, 외신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고 봤다. 문 대통령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이 미국에게 호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키리야노프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협의한 것이 아주 큰 성과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예전부터 비슷한 얘기는 계속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이나 서울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다면 이것이 2차 북미회담으로 이어질 것 같은데,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크레슈머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남북 관계나 협상을 이용하고자 한다"며 "그런 점에서 그는 오늘 합의를 보며 실망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이어 "오늘 이후 남겨진 문제들은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 예상했다.

외신 기자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선 지 5분이 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글을 게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 협상 과제였던 핵 사찰을 허용하기로 했으며,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험장·발사대를 영구 해체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바 "매우 흥미진진하다(Very exciting!)"고 전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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