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 '오늘 뭐 먹지?' 고민 덜어줄 남북정상회담 역대 만찬
입력: 2018.09.19 10:42 / 수정: 2018.09.19 10:42

역대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즐긴 음식은 국민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나란히 앉아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역대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즐긴 음식은 국민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나란히 앉아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국민 점심 결정짓는 정상회담 만찬…'판문점 선언' 땐 평양냉면 인기

[더팩트ㅣ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임현경 인턴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남북 두 정상의 오찬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오르게 될까.

남북정상회담은 종전과 비핵화를 염원하는 국민뿐 아니라, 매 점심마다 '오늘은 또 뭘 먹어야 하나' 고민스러운 이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두 정상이 함께 즐긴 음식을 먹으며 메뉴 걱정을 덜고 평화로운 기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남북정상회담 만찬 식단 공개 이후에는 해당 음식이 불티나게 팔리는 광풍이 불기도 한다.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평양회담에서는 4.27 판문점회담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평양냉면이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17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19일 오찬은 평양 대동강변 옥류관 본점에서 진행된다. 이곳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했을 당시 찾은 장소이기도 하다.

환송 만찬은 소소하게 이뤄진다. 임 실장은 "평양 시민들이 자주 가는 평범한 식당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할 때 현지 주민들이 자주가는 식당을 가곤 하셔서, 그런 부탁을 그쪽(북측)에 해뒀다"고 설명했다. 18일 오후 환영만찬과 19일 저녁 환송만찬 계획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4.27 판문점회담 식탁의 주인공은 단연 평양냉면이었다. 사진은 시민들이 지난 4월 30일 한 평양냉면 전문점에 길게 줄을 선 모습. /임세준 기자
4.27 판문점회담 식탁의 주인공은 단연 평양냉면이었다. 사진은 시민들이 지난 4월 30일 한 평양냉면 전문점에 길게 줄을 선 모습. /임세준 기자

◆ 직접 공수한 평양냉면, '깨알' 의미 꼭꼭 담아 넣은 정찬

남북정상회담의 음식은 당시 시대 상황이나 남북 관계를 반영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 식탁의 주인공은 단연 평양냉면이었다. 북측은 평양 옥류관 수석요리사를 통해 '진정한 평양냉면'을 선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 대통령께서 편한 맘으로, 평양냉면, 멀리서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미식가 사이에서 호평받았던 평양냉면은 이후 평양냉면 가게가 북새통을 이루고 편의점과 마트에서 평양냉면 판매율이 급상승하는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를 파악하고 '냉면 외교'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우리 측에서 북을 위해 준비한 환영만찬은 음식마다 세심한 의미를 담은 정찬이었다. △문 대통령이 유년시절 즐겨 먹었다는 부산 달고기 구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에서 난 민어와 해삼을 재료로 한 민어해삼편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도입한 오리농법으로 기른 김해 봉하산 쌀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방북' 당시 보냈다는 서산목장의 한우모듬구이, △김 위원장이 유학했던 스위스 베른 지역의 감자요리 뢰스티를 재해석한 감자전,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 통영산 문어 냉채 등으로, 5월 3일 문 대통령과 '5부 요인'으로 불리는 헌법기관장들의 오찬 메뉴이기도 하다.

세간에서는 이러한 메뉴 선정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지향하는 남북 관계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점이 주를 이뤘지만, 일각에서는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인물만을 선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에 북에 대접한 만찬 식탁에는 홍시가 올라갔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른 장금이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온데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 사진은 지난 1월 동박새 한마리가 홍시를 먹는 모습. /사진=뉴시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에 북에 대접한 만찬 식탁에는 홍시가 올라갔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른 장금이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온데"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 사진은 지난 1월 동박새 한마리가 홍시를 먹는 모습. /사진=뉴시스

◆ 이름부터 독특한 북한 요리…만찬 식탁에 불어온 '대장금' 열풍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0월 2일 평양 시내 목란관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서 북한 토속 음식을 대접받았다. △게사니구이(수육과 비슷한 요리), △배밤채(배와 밤을 채 썬 것), △과줄(쌀과자), △소갈비곰(갈비찜 종류), 꽃게 흰즙구이, 대동강숭어국 등이었다. 익숙한 듯 생소한 북측의 음식은 분단 이후 다르게 흘러온 북의 식문화를 알리며 학계와 요식업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음 날 우리 측의 답례만찬 메뉴는 '팔도 대장금 요리'였다. 드라마 '대장금'을 주제 삼은 식단에는 드라마에서 직접 언급된 영덕게살 죽순채, 봉평메밀쌈, 홍시를 비롯해 △고창 풍천장어구이, △평창 너비아니구이와 자연송이, △영광굴비 등이 포함됐다. 각 지방의 토속 식재료를 사용한 향토 음식에 북측 인사들이 아주 흡족해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배우 이영애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 씨의 사인이 담긴 '대장금' DVD를 선물하기도 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름 붙인 륙륙 날개탕이 공개됐다. 사진은 륙륙 날개탕과 가장 비슷한 맛이 날 것으로 추정되는 삼계탕. /더팩트 DB
2000년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름 붙인 '륙륙 날개탕'이 공개됐다. 사진은 륙륙 날개탕과 가장 비슷한 맛이 날 것으로 추정되는 삼계탕. /더팩트 DB

◆ '륙륙 날개탕'부터 궁중요리 대가의 신선로까지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세 차례나 함께 식사를 했는데, 북측은 매 만찬마다 상류층이 즐기는 고급 요리를 준비했다. 두 정상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웠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요리는 정상회담 첫날인 6월 14일 환영만찬에 등장한 '륙륙 날개탕'이다. 메추리 고기를 다져 만든 완자를 뼈 육수에 넣어 끓인 탕으로, '륙륙'이란 이름은 김 위원장이 회담이 앞서 6월 12일에 개최될 것을 예상해 '6+6=12'라는 의미를 담아 붙인 것이다. 북측은 이외에도 △칠면조향구이, △칠색송어은지구이, △소고기 굴장즙 등을 선보였다.

김 대통령은 같은 날 오찬에 나온 평양온반(닭 육수에 닭고기와 밥을 얹은 평양 전통 음식)을 두고 "아주 담백하고 좋았다"고 평하기도 했는데, 이후 국내에서 평양온반을 판매하는 식당에는 '대통령이 극찬한 음식'을 맛보겠다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에 남측은 북측 초청 만찬에서 △신선로, △김치 튀각, △석류탕을 곁들인 비빔밥 등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의 지위 하에 궁중요리를 현대에 맞게 응용한 코스를 내놓았다. 당시 한 원장은 "북한 음식은 단맛이 없고 순하기만 해서 처음엔 심심하고 밍밍하게 느껴지지만 점점 길들여지면 뒷맛에서 진미를 알 수 있다. 음식 용어와 조리 용어가 이해하기 쉬워 차용할 필요성도 느꼈다"며 남북 음식 교류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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