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 '독일' 대신 '서울대'서 만난 안철수, '옅은 미소' 의미는?
입력: 2018.09.14 13:50 / 수정: 2018.09.14 13:50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동에서 <더팩트> 취재진을 만났지만, 불편한 심기만 내비친 채 급히 자리를 떠나고 있다. /혜화동=신진환 기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동에서 <더팩트> 취재진을 만났지만, 불편한 심기만 내비친 채 급히 자리를 떠나고 있다. /혜화동=신진환 기자

'안철수, 정치인인가? 정치 포기하고 학자로 돌아간 것인가?'

[더팩트ㅣ상계·혜화동=신진환·이원석 기자]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지난달 12일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낙선 후 국민 앞에 이런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안 전 대표는 독일로 떠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현실 정치에서 당분간 떠나겠다고 했지만 '안철수'라는 이름은 바른미래당 9·2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른바 '안심(安心)'이다. 그는 떠났지만, 여전히 '안철수'는 현실 정치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소한 바른미래당에서는 그렇다.

왜 다시 '안철수'라는 이름이 거론되고 있을까.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21일 오후와 22일 오전,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안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았다. 안 전 대표의 모습을 확인한 것은 22일이었다. 그는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였다. 독일로 가겠다고 밝힌 지 약 40일 만이다. 지난달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안 전 대표가 현재 서울에 있음을 확인했다.

독일로 떠난다고 밝힌 안 전 대표는 왜 서울에 있을까. 독일로는 언제 떠나고 그곳에선 무엇을 공부할지도 궁금했다. 국민에게 여전히 그는 정치인이고 취재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안 전 대표를 만났다.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 의과대학의 한 연구동에서였다. 취재진은 소속을 밝히고 "대표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안 전 대표는 취재진을 마주하자마자 옅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취재진의 인사도 받지 않았다. 근황과 독일 출국,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질의를 던졌지만, 안 전 대표는 끝내 입을 닫았다. 그야말로 '묵묵부답'이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동을 나온 안 전 대표는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어색한 미소만 보였다. 안 전 대표는 취재진의 물음에 입을 굳게 다문 채 걸음을 옮겼다. /신진환 기자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동을 나온 안 전 대표는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어색한 미소만 보였다. 안 전 대표는 취재진의 물음에 입을 굳게 다문 채 걸음을 옮겼다. /신진환 기자

취재진은 안 전 대표를 만난 이후 한 언론사가 보도한 비상구를 통해 빌딩 7층부터 1층까지 뛰는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영상을 확인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그랬던 것처럼 해당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그는 정치권에 몸담으며 대선 후보, 서울시장 후보, 국민의당 창당 대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 주역이다.

그러나 약 40일 만에 만난 안 전 대표가 취재진에 남긴 건 '옅은 미소'와 '침묵'이 전부였다. 새정치를 표방하며 정치권에 등장해 19대 대통령 선거 낙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낙선을 기록한 '정치인' 안철수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제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만남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지난 5년 9개월을 이번에 (쉬면서) 돌아보겠다. 저는 초심 그대로를 간직한 채 열심히 정치 활동을 했다. 지난 5년 9개월 동안 다당제를 이뤄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개혁에 앞장섰다. 그렇지만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한 탓에 기득권 양당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제가 갔던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지금도 믿는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 어떤 기한을 정해놓진 않았다. 단지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으는 차원에서 세계 각국의 현장 둘러보고 많은 깨달음 얻겠다는 생각뿐이다."

지난달 기자회견 내용이다. 행간을 보면 정치판을 떠나는 것보다 다시 재기를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런데도 굳이 언론을 피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서울시장 낙선 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독일로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여전히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 휴지기 돌입 입장을 밝힌 뒤 차량을 타고 떠나는 안 전 대표. /이선화 기자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서울시장 낙선 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독일로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여전히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 휴지기 돌입 입장을 밝힌 뒤 차량을 타고 떠나는 안 전 대표. /이선화 기자

한 측근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서울대 의대 연구관을 찾은 것에 대해선 "안 전 의원이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친구와 동료들이 많이 있어서 인사하러 간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독일 출국 시점에 대해선 "8월 말이라고 돼 있는데 정확하게 날짜는 안 나왔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이르면 8월 마지막 주, 늦어도 9월 초에는 독일 뮌헨으로 떠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의 독일 일정은 그의 말에 따르면 안갯속이다. "돌아올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독일 연수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채울지는 알 수 없지만, 지지했던 국민들에게 더는 실망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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