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밥 안 먹어도 배불러" 미소 끊이지 않은 잔칫날
입력: 2018.09.12 21:26 / 수정: 2018.09.12 21:26

1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장애인통합회관에서는 종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개관식이 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 행사 중 단체사진 촬영에 참여하는 모습. /종로=임현경 인턴기자
1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장애인통합회관에서는 종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개관식이 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 행사 중 단체사진 촬영에 참여하는 모습. /종로=임현경 인턴기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개관…박원순 "자치구당 하나씩 25개 열어야"

[더팩트ㅣ종로=임현경 인턴기자] "좋으시죠? 저도 좋습니다. 이런 센터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저 밥 안 먹어도 배부른 것 아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오전 종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개관식에 참여해 이같은 축사를 전했다. 2016년 3월 노원구를 시작으로 이날 종로구까지, 서울시에 문을 연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는 총 10곳이 됐다.

이날 개관식 장소인 종로장애인통합회관 앞은 행사 전부터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저 앞까지 나와 있어야 하나?" "나도 여긴 처음 와봐서 잘 모르겠네." 안내 도우미로 나선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종로지회 관계자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발달장애인 박 씨와 양 씨는 일일 바리스타로서 손님들을 위한 음료를 만들었다. 박 씨도 신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시종일관 노래를 흥얼거리며 커피를 타고 얼음을 부었다. "저기 제 딸이에요. 매일 집에만 있었던 그 애." 양 씨의 어머니가 손님을 맞이하다 양 씨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딸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대견함이 가득 묻어나왔다.

행사장 한켠에 놓인 희망 트리에서는 관계자들의 간절한 소망이 걸려있었다. /임현경 인턴기자
행사장 한켠에 놓인 '희망 트리'에서는 관계자들의 간절한 소망이 걸려있었다. /임현경 인턴기자

행사장 한켠에 놓인 '희망 트리'에서는 참석한 이들의 소망을 엿볼 수 있었다. '장애인·비장애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모두 다 같이 사람 살이 행복하게 꾸려갈 종로', 아이들이 행복한 센터가 되길 바랍니다' 등이 가지마다 열매처럼 달려있었다. 방문객은 물론 파출소장, 시의원 등이 전한 축하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기념사를 맡은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오늘은 잔칫날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마침 오늘 청와대에서 발달장애인 종합지원 계획을 발표한다고 한다"며 "저희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빛을 발해, 오늘 두 개의 행사가 겹쳤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수정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종로지회장은 "어제 이곳을 둘러보신 분들이 스웨덴 못지않게 좋은 시설이라고 얘기했다. 청장님, 의원님, 실무자분들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 여러분들이 해주신 많은 약속 꼭 지켜주시기를 바라며, 종로가 (발달장애인이) 모든 사회에서 안착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환영사를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삶을 추스를 수 있는 여유를 드리기 위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박 시장이 축사를 하는 모습. 이날 행사 내내 수어로 통역하는 통역사가 청각장애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임현경 인턴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삶을 추스를 수 있는 여유를 드리기 위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박 시장이 축사를 하는 모습. 이날 행사 내내 수어로 통역하는 통역사가 청각장애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임현경 인턴기자

오전 11시 7분께 박원순 서울시장이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그는 메르스 대책 마련 등 앞선 일정 탓에 예정보다 다소 늦게 도착했다. 진행자가 "우리들의 시장님, 변호사 시장님이다. 바쁜 와중 어려운 걸음 해주셨다"고 소개하자, 참석자들이 박수로 그를 환영했다.

박 시장은 "아직 서울에 (이런 센터가) 10개밖에 안 된다. 내년에는 5개를 더 만든다고 하는데, 좀 더 늘어나야 한다. 25개 구에 하나씩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내후년까지는 25개가 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부모님들이 기쁘실 것 같다"며 "(평생교육센터를 통해) 아이들이 여기서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고, 그 사이에 부모님들이 자신의 삶을 추스를 수 있는 여유를 드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더'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저희들이 미처 장애 아이들 또는 부모님들께 신경 못 쓴 것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고백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해서 조금은 더 행복한, 장애인이 더 행복한 그런 서울시를 만들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박 시장과의 여행 일화를 공개하며 발달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라 말했다. 사진은 박 시장과 김 구청장이 센터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박 시장과의 여행 일화를 공개하며 "발달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라 말했다. 사진은 박 시장과 김 구청장이 센터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뒤이어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발달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더 좋겠다"며 입을 뗐다. 그의 말에 공감을 표하듯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구청장은 "시장님과 제가 시장과 구청장이 되기 전에 같이 일본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당시 시장님이 인솔자로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빵 가게에 우리를 안내했다"며 "시민들이 일부러 그 빵집에 가서 빵을 사더라. 그런 공간을 하나 마련하면 참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임대료가 싸야 장사를 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여러 구청이 힘을 합쳐야 한다. 꿈이라고 생각한다. 임기 안에 다 마치진 못하겠지만 설계를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비록 늦었지만 평지에, 가장 교통이 좋은 곳에 이 복지관을 만들어 기쁘다. 지역 주민들이 다행히 잘 이해해주셔서 신문에 안 나고 잘 만들게 됐다. 다른 데는 신문에 막 나더라"며 지역 주민들의 협조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종로구에 여러 시설이 있지만 앞으로 도로, 도시 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마쳤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종로지회 소속 부모들이 이날 행사에서 안내 도우미로 나섰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진은 한 학부모가 김영종 종로구청장과 악수를 하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종로지회 소속 부모들이 이날 행사에서 안내 도우미로 나섰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진은 한 학부모가 김영종 종로구청장과 악수를 하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복도 한쪽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일자리 마련을 위한 관계자들의 열띤 회의가 펼쳐졌다. 한 여성이 "우리 아이는 작업을 싫어한다. 직업학교에선 수공업만 시키니까 견디질 못했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에 센터 관계자는 "3개월 간 교육을 받으며 적성에 맞는 걸 함께 찾아보면 된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며 그를 다독였다. "얼마 전 모 기업 인사담당자와 접촉했다. 차차 길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며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내빈들이 자리를 떠나자, 행사장에는 푸짐한 잔칫상이 차려졌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리를 빛내준 이들을 위해 준비한 식사였다. 자리에 앉을 새도 없이 음료며 음식을 나르고 손님을 응대했지만, 그들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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