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박지원 "당신이 판사야?" vs 여상규 "보자 보자 하니까"
입력: 2018.09.12 11:45 / 수정: 2018.09.12 11:45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장에서 충돌했다. /더팩트DB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장에서 충돌했다. /더팩트DB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 질의 놓고 공방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박지원(77) 민주평화당 의원과 여상규(71)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중 '충돌'했다. 두 사람 사이에선 고성과 반말이 오갔고 청문회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청문회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두 의원 갈등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 박근혜 정권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 재판 거래 의혹 등에 대해 질의하면서 발단이 됐다.

조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양 전 원장의 사법부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법원의 압수수색이나 구속 영장 기각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사회를 보던 여 의원은 조 의원의 질문을 막아섰다. 그는 "정치권에서 특정 재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는 제가 발언권을 드리지 않겠다"고 제지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왜 발언을 막냐. 그렇게 하지 말라"고 반발하자 여 의원은 "뭐가 안 되냐. 지금 이 회의 진행권은 위원장이 갖고 있다. 어디서 큰소리냐"고 했다. 그는 "계속 떠들면 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테니 알아서 하라"고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병희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이를 지켜보던 박 의원이 여 의원을 향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국회의원의 발언을 너무 제한하려고 한다. 아무리 사법부라 하더라도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개인 의견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 의원도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불복 절차를 따르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서로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박 의원은 흥분한 듯 "위원장이 사회만 보면 되지, 당신이 판사냐"라고 따졌다. 이에 여 의원은 표정이 굳으며 "당신이? 지금 뭐 하는 거냐. 당신이라니"라고 분노를 표했다. 이에 박 의원은 "당신이지, 그럼 우리 형님이냐"고 받아쳤다. 여 의원은 "정말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라고 흥분한 목소리로 청문회를 정회시켰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박·여 의원의 설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누리꾼은 "박 의원, 정말 시원했다. 의혹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박 의원을 옹호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박 의원의 말도 지나치다. 판결을 내린 것이라기보다는 판사 출신이라 법적 경험과 판단을 바탕으로 사회를 본 것 아니냐"라고 여 의원 입장을 이해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2일 SNS에 글을 올려 전날 설전에 대해 사과했다. /페이스북 갈무리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2일 SNS에 글을 올려 전날 설전에 대해 사과했다. /페이스북 갈무리

박 의원은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회 상임위에서 고성이 오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제가 조심하겠다. 용서를 바란다"고 했다. 다만 박 의원은 "여 의원이 판사 출신이라 친정을 생각하는 것으로 짐작하지만 저도 11년째 법사위원을 하며 누구보다 사법부를 존경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사법농단의 계속되는 영장기각은 옳지 않다고 거듭 밝힌다"고 했다.

한편, 두 사람의 말다툼에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4선 의원끼리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거 자체가 단순 감정싸움으로는 보기 어렵다. 서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박 의원이 여 위원장에게 '판사냐'고 물어본 것은 사법부의 뼈아픈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당신이 전직 판사 출신으로서 전 직장을 보호하는 게 아니냐'는 정치적 주장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정도 경험과 경륜이 있는 의원들이 목적 없이 이런 일을 벌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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