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들개' 김성태는 어쩌다 '트러블메이커'가 됐나
입력: 2018.09.12 00:01 / 수정: 2018.09.12 00:01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 등 주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도 감지된다. /이새롬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 등 주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도 감지된다. /이새롬 기자

당내 갈등 유발·'출산주도성장' 등 주장에 당내 부정적 시각 확산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당의 '트러블메이커'로 등극했다. 원내지도부의 수장이지만, 오히려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출산주도성장'과 같은 주장으로 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당내에서조차 김 원내대표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잇따라 당내 의원들과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먼저 강서 특수학교 건립과 관련 나경원 의원과 다툼이 있었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인근 학교 통폐합 후 폐학교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활용키로 했다. 애초 특수학교 설립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기로 한 것은 김 원내대표의 2년 전 총선 공약이었고 일각에선 특수학교 설립을 갖고 한방병원 건립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과 김진태 의원이 김성태 원내대표를 겨냥해 올린 SNS 글. /페이스북 갈무리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과 김진태 의원이 김성태 원내대표를 겨냥해 올린 SNS 글. /페이스북 갈무리

나 의원은 지난 5일 SNS를 통해 김 원내대표를 겨냥 "이번 합의는 한마디로 '나쁜 합의', '있을 수 없는 합의'다. 특수학교는 기존의 계획대로 건립하면 될 뿐,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며 비판에 나섰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나 의원의 지적에 분노한 듯 지난 7일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비록 우리당이긴 하지만 철딱서니 없는 어떤 분이 저간의 사정은 거두절미하고 '좋은 선례'니 '나쁜 선례'니 입방아를 찧어대는 데 대해서는 뭘 좀 알고나 이야기하라고 면박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와 잡음이 인 것은 김진태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10일 SNS에 글을 올려 김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가 태극기를 극우보수라는 취지로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 한 번도 나와보지 않은 분에게 훈수는 사양하겠다"며 "태극기 집회 멀리했는데 대선, 지방선거 그 모양이었나. 다음 총선까지 말아먹어야 직성이 풀리겠나"라고 꼬집었다. 이는 김 원내대표가 같은 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가장 적극적이지만, 우리 당이 거기 갇히면 희망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김 원내대표는 얼마 전 국회 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다"며 "과감한 정책전환으로 출산장려금 2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내놓은 제안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거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거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남윤호 기자

그러나 이는 곧 '역풍'이 됐다.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등 여성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또 '국가주의적 사고'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심지어 이는 한국당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조사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을 지지하는 응답자 중 47.9%가 출산주도성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직에 오른 뒤부터 원내 여야 협상의 선봉에서 특히 강성하게 활동해 주목받았다. 스스로를 '들개'로 자처하며 말 그대로 여권을 '물어 뜯는' 역할을 했다. 지난 5월엔 민주당 댓글조작 사건 관련 '드루킹 특검'을 주장하며 9일간의 단식 투쟁으로 보수의 열렬한 호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더이상 김 원내대표의 '들개'스러운 모습이 같은 당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과 관련해 "들개라서 그렇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피아 구분도 되지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같은 당 의원까지 물어뜯는 모습이 어떻게 원내대표가 할 일인가"라며 "정치적 공방에 있어서도 좀 더 전략적이어야 할 텐데 솔직히 논의가 거의 없다. (어떻게)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단식도 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은 좋았지만, 슬슬 국민들 인식에 동떨어진 사고로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당내에서) 많이 한다"며 "다른 것 같았는데 요새는 홍준표 전 대표랑 비슷한 양상으로 가는 것 같다"고 당내 일부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성태(왼쪽)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의 부정적 시각과 함께 곡해되고 있다는 옹호론이 동시에 나온다. 지난달 29일 김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 참석했을 당시. /이선화 기자
김성태(왼쪽)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의 부정적 시각과 함께 "곡해되고 있다"는 옹호론이 동시에 나온다. 지난달 29일 김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 참석했을 당시. /이선화 기자

전반적으로 당내에서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지만 정반대의 견해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는 상당히 헌신적인 사람이다. 당내에서도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김 원내대표 또한 자신의 쓴소리를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출산주도성장' 같은 경우도 의도와 달리 곡해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조금 더 다듬어가면 되지 않겠나"라고 옹호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김 원내대표의 최근 모습은 '트러블메이커'라기 보다는 '독자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평론가는 "연설에서 말을 거칠게 하거나 그런 것은 야당 원내대표로 할 만한 것이라고 본다. 나경원 의원과의 지역구 문제 다툼은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고, 김진태 의원이 반발한 인터뷰 내용을 봐도 의도적으로 자신의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 부분 반발이 있겠지만 또 많은 보수의 생각을 대변해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독자의 길을 걷기 위한 이슈 파이팅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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