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가 국회 판문점 선언 비준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인 끝에 결국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사진은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 두 번째)과 3당 원내대표 모습./이새롬 기자 |
직권상정-국회표결 놓고 각당 치열한 '기싸움'...정상회담 이후로 연기
[더팩트ㅣ국회=박재우 기자] 국회가 '4.27 판문점 선언' 비준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기싸움을 벌인 끝에 결국 3차 남북정상회담(이달 18∼20일)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의장과 원내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10일 회동을 갖고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논의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를 너무 정쟁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외통위에서 충분하게 논의하고 3차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4.27 판문점 선언 비준안을 이달 11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비준 동의안 심사와 처리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났다. 해당 상임위원장(외통위원장) 강석호 한국당 의원은 10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 비준동의는 시기상조다. 있을 수 없다"며 "구체적이고 실질적 비핵화 없는 상황에서 비준동의를 한다는 게 큰 문제"라고 일축했기 때문이다.
여당으로서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 외통위를 거치지 않고 비준안을 처리하는 방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거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직권상정요건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원내대표와 합의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이에 따라 비준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거센 후폭풍이 불을 보듯 뻔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은 '경제비상상황'을 근거로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은 비상사태 요건과 맞지 않는다며 반대해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또한 2016년 임시국회 당시에는 정의화 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지만 야권으로부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를 당하는 등 반발을 샀다.
이와 함께 5분의 3의 재적의원 찬성을 이끌어 내는 경우에도 제3당 '바른미래당' 없이는 불가능하다. 바른미래당은 판문점 선언 비준 검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당내 내부에서 이를 반발해 결국 한 걸음 물러난 '선(先)결의안 채택'을 들고 나왔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판문점 선언 비준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점을 비판하면서 "북한 핵 미사일에는 억지력을 바탕으로 단호하게 한다는 정강정책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수야당은 판문점 선언 비준으로 남북협력 사업을 시작되면 이는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 당시 모습.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당내 반발 기류가 잇따르자 손 대표는 사태 봉합에 나섰다. 손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평화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조급증에 걸려 성과를 내려고 하면 될 일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5당 대표의 평양 방문과 판문점 선언 비준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도 이 자리에서 "정치적 지지를 담은 '결의안'을 근거로 남북정상회담을 잘 진행시키길 바란다"면서 "그러나 4.27판문점 선언과 10.4정상회담의 비준선언은 무모한 일이고 국회 정쟁만을 가져오는 길"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도 이번 비준안이 남북협력 사업을 가능하게 만들겠지만 사업 추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남북경협이 한국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여당으로서도 반박한 논리가 부족하다"며 "개성공단은 다른 경우지만 인프라 사업인 철도 건설 등은 북한에 우리의 재원이 투자돼 우리 경제로서는 부담이 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또 "여당이 국회 의석수가 129석에 불과한 상황에서 원내에서 표결에 붙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진보·보수간 갈등만 촉발할 것"이라며 "대북문제에 여·야 합의롤 도출해 추진해야 되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또한 "남북관계가 아직 유동적인 상황에서 국회비준을 서둘러 받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이런 가능성을 감안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답변했다. 신 교수는 또 남북 경협에 대해 "상황이 안좋아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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