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이석태 청문회, 의원 간 '존경' 사라진 싸움판 (영상)
입력: 2018.09.11 00:06 / 수정: 2018.09.11 20:11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거대 양당 사이의 소모적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은 이석태 후보자가 10일 오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국회=문병희 기자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거대 양당 사이의 소모적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은 이석태 후보자가 10일 오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국회=문병희 기자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여야 고성 오간 소모적 공방

[더팩트ㅣ국회=임현경 인턴기자] "존경하는 의원님…." 의원 간에 고함과 비소가 끊이지 않았다. '존경하는'이란 말이 쉴새 없이 오간 청문회였지만, 정작 '존경' 대신 비방과 다툼이 난무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0일 오전 10시 전체회의에서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여야는 이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청문회는 개회 직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완영·이은재·정갑윤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13년 발생한 소득 10억 9000만 원에 대한 근거와 2015년 근로소득신고 내용 등 일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느냐"며 말문을 연 이 후보자는 "원천징수는 대법원에 제출한 걸로 알고 있지만, 누락됐다면 알아보겠다. 법무법인 덕수 관한 것은 이미 그곳을 떠났기 때문에 말씀하신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볼 것"이라 말했다.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사진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발언권을 얻기 위해 손을 든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사진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발언권을 얻기 위해 손을 든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김도읍 한국당 간사는 이에 "자료 제출 요구를 사전에 계속했는데 오지 않아서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촉구하는 것"이라며 "청문회 대상자가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변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청문회를 형해화하고 때우면 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께서 요청한 자료는 필요한 거라 판단하셨으니 성실히 제출하셔야 한다"면서도 "자칫 걱정되는 것은 청문회가 정치적 흠집내기로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김 의원의 말을 막고 "야당 의원은 자료 요청도 못 하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사위가 시작된 이후 국회 전반기 2년을 경험해본 바, 상대 의원님들 발언을 가지고 그 이후에 바로 문제제기를 하면 공방이 될 수밖에 없다"며 "상대 의원 발언을 존중해야 한다"고 중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언쟁이 계속 이어졌고, 한국당 소속 여상규 위원장은 "후보자께선 자료를 제출 꼭 해주시고, 발언권 드리지 않은 의원들의 발언은 강력히 제지할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이날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인사 거래 의혹, 좌편향 등 이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사진은 장제원(왼쪽부터), 이은재, 이완영 의원 모습./임현경 인턴기자
이날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인사 거래' 의혹, '좌편향' 등 이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사진은 장제원(왼쪽부터), 이은재, 이완영 의원 모습./임현경 인턴기자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인사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이 후보자는 민주당과 비슷한 입장을 표해왔다. 또, 김기영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이 각별한 관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김 대법원장과 일면식도 없는 이 후보자를 민주당이 추천하고 김 대법원장이 김기영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김기영 후보자 추천 당시 민주당 인사추천위원회 간사였던 송기헌 의원이 크게 반발했다. 그는 "인사추천위원회는 공개적 절차를 통해 헌재 재판관을 추천하고자 구성했다"며 "3명의 추천 인사 중 김 후보자가 포함돼 공식적 절차를 통해 추천한 것이지 인사거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첨예한 갈등은 오후 청문회에서도 계속됐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위축된다. 후보자의 인생은 존경받을 일이지 폄훼당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후보자께서 오늘 이시간 그냥 무난히 넘어가면 되겠지라고 오히려 소신을 굽히시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답답하고 마음 아플 것 같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은 이날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조롱으로 표현한게 조롱이라며 이춘석 의원에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은 이완영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난 모습. 그는 문고리를 잡는 듯 하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임현경 인턴기자
이완영 의원은 이날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조롱으로 표현한게 조롱"이라며 이춘석 의원에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은 이완영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난 모습. 그는 문고리를 잡는 듯 하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임현경 인턴기자

이완영 한국당 의원은 이에 "야당의원들이 사실을 가지고 진위를 따지는 상황에서 야당 의원의 조롱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당장 취소하고 사과를 하셔야 한다. 속기록에서도 삭제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들 역시 이춘석 의원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석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며 "제가 느낄 때 그랬다는 것이니 흥분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장제원 의원이 "저희가 느낄 때 인사거래라는 것이다. 흥분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후보자 대변인을 하라 국회의원을 하지 말고. 청문회장이 아니라 대변인장 같다"며 '국회의장은 블루하우스 스피커'라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김도읍 의원과 송기헌 의원이 당 간사로서 자리에서 일어나 여상규 위원장에게 호소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양당의 서로를 향한 비방이 이어졌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좀 쉬었다 하자"며 피로감을 호소했고, 바른미래당 오신환·채이배 의원 역시 "제발 그만 좀 합시다"라며 양당 갈등 진화에 나섰다. 이완영 의원은 "사과 안 하면 (청문회 진행) 안 하겠다"며 잠시 일어났다 착석하기도 했다.

양당 간사와 위원장이 의견을 나누는 동안에도 언쟁은 지속됐다. 사진은 김도읍·송기헌·여상규 의원이 의견을 조율 중인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양당 간사와 위원장이 의견을 나누는 동안에도 언쟁은 지속됐다. 사진은 김도읍·송기헌·여상규 의원이 의견을 조율 중인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두 간사와 의견을 조율한 끝에, 여 위원장은 "속기록을 검토한 뒤 이춘석 의원의 발언이 야당 의원들을 모욕했다고 판단할 시 기록 삭제 및 사과해야 할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김종민 의원은 "이은재 의원의 '후보자 대변인' 발언은 왜 문제 삼지 않느냐"며 여 위원장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은재 의원은 "마이크도 사용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말도 안 된다고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응수했다. 이 의원이 "가만히 좀 계시라"고 말하자 표 의원은 "서로 존중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고, 이 의원은 다시 "뭘 존중을 하냐"고 받아쳤다.

김종민 의원은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로 여상규 위원장에게 항의했다. 이에 여 위원장은 "그만 하시라. 발언권을 드리지 않겠다"며 크게 분노했다. 재판관으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해야 할 청문회장은 거대 양당의 싸움판으로 전락한 듯 보였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인사말을 통해 "이념적 대립과 사회적 갈등의 국면에서 중립성과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화합의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이력으로 인해 '코드 인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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