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에서 미국 등을 의식한 듯 ICBM 등을 선보이지 않이면서, 북미 관계가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는 모습./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
김정은 유화 제스처에 트럼프 화답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로를 의식한 결단과 의미있는 발언을 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관계에 긍정적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북한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북한은 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탄도미사일도 자취를 감췄다. 주로 재래식 무기를 선보이며 열병식을 진행했다. 대규모 행사를 치르는 5년, 10년 단위의 정주년에 해당하는 이번 행사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북한이 ICBM 등을 동원하지 않은 것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핵탄두를 장착한 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미국에 대한 도발을 거두고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는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열병식 축소에 즉각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열병식이 끝난 뒤 트위터에 "북한으로부터 매우 크고 긍정적인 성명이 나왔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우리 둘은 보여줄 것이고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의 대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 내가 취임하기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북미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업무오찬을 마친 뒤 호텔 내부 정원을 산책하던 당시. /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
미-중 무역 전쟁과 비핵화를 둘러싼 미-북의 신경전으로 경색됐던 북미 관계가 활로를 찾은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친서가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예정이기도 하다. 친서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미국에 유화적인 내용을 담았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게다가 비핵화 과정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미 간의 관계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면서 꼬였던 실타래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높아진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오는 18일부터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확정된 뒤 북한과 미국 사이에 긍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어 북미 관계에도 다시 훈풍이 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과 비핵화 문제를 함께 해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북미 관계가 호전될 분위기만 형성됐을 뿐 실질적 진전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후로 적대 관계가 해소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도 나왔지만, 북한과 중국의 협력 관계가 지속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둘러싼 협상이 험로를 걸으면서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과 이달 말 유엔(UN) 총회에서 예정된 한·미 정상의 회담을 계기로 북미 관계에 다시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