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민생 개선' 개각, 하려면 제대로 하자
입력: 2018.08.29 09:56 / 수정: 2018.08.29 09:56

인재 등용도 중요하지만 발탁한 인재를 철학이 완전히 다르거나 능력과 품성이 떨어진 사람이 간섭하도록 하면 인재는 날개를 펼 수 없다. 이번 개각에서 기준으로 삼아야할 부분이다./청와대 제공
인재 등용도 중요하지만 발탁한 인재를 철학이 완전히 다르거나 능력과 품성이 떨어진 사람이 간섭하도록 하면 인재는 날개를 펼 수 없다. 이번 개각에서 기준으로 삼아야할 부분이다./청와대 제공

[더팩트|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정가 주변에서 개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개각 대상자들이 언급되고 후보자들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을 보면 단지 개각의 폭만 남았을 뿐 개각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정부 부처장들의 개인적 사정으로 물러날 수도 있지만 일의 성과를 근거로 교체하는 것은 필요하다. 작은 집단이든 국가 조직이든 긴장감을 유지하고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신상필벌이 가장 중요하다.

'사기'에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적폐 청산도 중요하고, 남북의 평화와 통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민은, 특히 사회적 약자는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중요시한다. 문재인 정부의 2년차인 올해 고용쇼크나 재벌개혁 그리고 최저임금 논란 등 경제문제가 시급한 이슈가 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의 경제문제는 문재인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방만하고도 무능한 경제정책 운용의 결과이지만 그렇다고 현 정부가 이전 정부 탓을 하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시민은 정부에게 가급적 빨리 성과를 보여주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기에 총체적이고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민생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틀을 잡아주기를 바란다.

기업이든 국가든 여러 사람들의 다른 생각을 충돌시켜 양질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의도한 길로 빨리 가면서 소기의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야 하는 것도 맞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고 목적지는 분명한데 말도 안 되는 말을 다 들어주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경제 사령탑 중 한 명인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경제관료 출신이며 친재벌주의자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이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사가들은 두 사람이 의견교환도 하고 토론도 하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면서 문제가 많은 상황을 봉합하려고 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관료 조직에서 철학이 다른 두 사람이 팽팽히 대립할 때 권위나 권력으로 정리하지 않는데 갈등을 쉽게 해소할 수 없다.


장하성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핵심과제로 삼았다면 정책 수행에 걸림돌이 되는 김동연을 집으로 보내야 한다. 입장과 철학이 다른 장하성과 김동연이 주파수가 맞지 않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데도 마치 이견이 없는 척 연출하는 것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은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해가 된다.


지금은 장하성과 김동연이 토론을 하고 이견을 좁히기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국정 운영은 주파수와 방향이 맞아야 소기의 결과를 낼 수 있는데 이질적인 김동연이 자꾸 딴죽을 걸면 집행력이 떨어져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가 없다. 때로는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만 일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문제 삼는 여론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능력 없고 자격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지 능력과 품성을 갖춘 사람들이 주파수를 맞춰 민생을 안정시키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길로 가면 된다.

다음은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춘추시대 관중이 군주인 제환공과 나눈 대화이다.


제환공 : 술이 술잔에서 시고 고기가 도마 위에서 썩게 두면, 내가 패업을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소?

관중 :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나 패업을 손상시키진 않습니다.

제환공 : 어떻게 하면 패업이 손상될 수 있는 것이오?

관중 : 사람을 알아볼 수 없으면 패업이 손상되고, 사람을 알아보지만 임용할 수 없으면 패업이 손상되며, 임용했지만 신용할 수 없으면 패업이 손상되고, 이미 신임했어도 소인에게 그를 간여하도록 하면 패업이 손상됩니다.


인재 등용도 중요하지만 발탁한 인재를 철학이 완전히 다르거나 능력과 품성이 떨어진 사람이 간섭하도록 하면 인재는 날개를 펼 수 없다는 말이다. 아무쪼록 이번 개각에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맞는 철학을 가진 인물이 입각하여 민생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국정이 운영되기를 바란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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