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여야는 소득주도경제성장, 통계청장 경질 등을 놓고 공방했다.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신용욱 대통령 경호처차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국회=이새롬 기자 |
여야, 통계청장 교체 논란 '옥신각신'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집 나갔던 자식이 돌아온 것처럼 기쁘고 반가우면서도 지금까지 무얼 하다 이제 왔는지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여튼 반갑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장. 대통령 비서실·안보실 및 경호처의 업무보고를 위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하성 정책실장, 신용욱 경호처 차장 등을 향해 던진 말이다. 고용 절벽 등 경제 불황,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경제성장 등과 관련한 여야의 공방이 예고된 만큼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돈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김 원내대표가 농담을 던진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35분께 국회 운영위 소속 여야 의원들 자리하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영표 위원장의 개의 선언으로 업무보고가 시작됐다. 각 부처의 업무보고와 직원 소개가 이어지자 자유한국당은 제동을 걸었다. 김성원 한국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효율적인 의사 진행을 위해서 인사 말씀이나 보고 자료는 자료로 갈음하고 현안 질의에 들어가는 것이 어떠냐"며 기선을 제압했다. 같은 당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도 "(회의)시간이 제한돼 있으니까 질의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다.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도 청와대 출입기록 자료 제출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성추행 의혹 당사자들인 연출가 이은택과 시인 고은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은 "경호실에서 (해당) 업무를 소관해 이관했지만, 경호실에서 이번 운영위 (보고를) 앞두고 의원실을 찾아 설명한 것으로 들었다"며 "청와대 출입과 관련한 개인정보와 관련해선 경호 목적 외에 달리 사용하기가 어려워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고심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곽 의원은 "청와대 출입기록은 국가기관 공무원이 따로 정리해둔 자료인데, 이게 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재차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이에 신 차장은 "출입기록은 대통령 경호 및 청와대 경비 목적"이라며 "개인정보 보호법 18조에 따라서 수집목적 외에는 이용이 제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청와대 측과 야당의 한바탕 기 싸움이 끝났다.
야당 첫 질의에 나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제가 (운영위) 위원장일 때는 힘들어서 자주 안 왔을 텐데 이제는 홍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하고 있으니 국회에 더 자주 오라"면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김 원내대표는 "54조 원을 쏟아붓고 취업자 수가 5000명에 그쳤다. 저소득가구 소득은 전년보다 16%가 줄었고, 최상위 소득은 12%가 늘어가는 암울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소득주도경제성장을 비판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통계청장 교체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가다 7분의 질의시간이 모두 소진됐다.
김 원내대표는 홍 위원장에게 추가 시간을 요구했지만, "사전에 추가 시간 없이 보충 질의에서 이어가라"며 사전 공지한 홍 위원장은 원칙대로 진행했다.
분위기가 다시 경직되려는 순간 김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회의장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홍 대표 인심이 야박하게. 아, 이거 참"이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과 일부 의원들도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김 원내대표는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홍 원내대표가 "김 대표님은 더이상 안 하실 거죠? 그렇게 알겠다"며 가볍게 웃으면서 발언을 제지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고심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이후 분위기는 곧장 얼어붙었다. 야당이 정부의 고용지표 및 소득분배 지표 악화를 근거로 들며 정부의 소득주도경제성장 당위성, 통계청장 인사 논란과 관련해 맹공을 퍼부었다.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신임 통계청장으로 임명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황수경 전 청장보다 통계 전문가냐'고 묻자, 임 실장은 "두 분을 단순 비교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통계를 통해 사회 문제를 분석한 학자"라고 소개했다.
곧바로 민주당은 엄호에 들어갔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통계청장 공세를 벌이고 있는데,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인사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라며 응수했다. 그러자 김성원 한국당 의원은 "각 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의원의 의견에 대해 일종의 품평을 하고 유감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칫 정쟁 자리로 될 수 있다"고 쏘아붙였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도 "통계청장 인사 교체에 대해 의구심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 질의하는 것은 당연하고 유감·품평하는 것은 안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위원장을 대신해 잠시 회의를 진행한 민주당 간사 진선미 의원은 중재하느라 진땀을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