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전두환, 왜 '알츠하이머 투병' 공개했을까?
입력: 2018.08.27 16:21 / 수정: 2018.08.29 16:30
전두환, 알츠하이머 투병?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씨가 27일 알츠하이머병을 사유로 들어 법정에 불출석했다. 사진은 전두환 씨와 부인 이순자 씨가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지난해 5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 제1투표소에서 투표 용지를 받는 모습. /남용희 기자
전두환, 알츠하이머 투병?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씨가 27일 알츠하이머병을 사유로 들어 법정에 불출석했다. 사진은 전두환 씨와 부인 이순자 씨가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지난해 5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 제1투표소에서 투표 용지를 받는 모습. /남용희 기자

이순자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 투병"…전 씨, 지난해 대선 투표하기도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7) 씨가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형사재판에 불출석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전 씨의 불출석 사유를 믿기 어렵다며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27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 씨의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이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진행된다. 전 씨는 건강상 문제를 들어 불출석을 통보했다. 전 씨는 지난해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1권 혼돈의 시대)에서 5월 옛 전남도청 일대에 군 헬기가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는 조 신부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조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전 씨를 고소했다.

부인 이순자 씨가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이 씨는 정신건강이 안 좋아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 의심스럽고, 그 진술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전직 대통령이었던 인물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도 보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두환 씨의 알츠하이머 투병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20일 전씨와 부인 이순자 씨가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당일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전두환 씨의 알츠하이머 투병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20일 전씨와 부인 이순자 씨가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당일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전 씨가 돌연 병명을 밝히면서 '광주행'을 거부한 것은 왜일까. 일각에선 전 씨가 광주에서 재판이 열리는 만큼 심리적 압박이 상당한 것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80년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유혈진압 사태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됐기에 전 씨에 대한 감정은 좋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애초 법원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법원 인근에 경찰 인력을 투입하는 등 안전과 경호 문제를 신경 썼다는 대목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씨가 밝혔듯 이 사건과 관련한 재판이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출범해 올해 2월 활동을 끝낸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11공수여단 소속 계엄군이 1980년 5월 21일과 27일 여러 차례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규명했다. 검찰 역시 특조위의 조사보고서와 과거 군 기록 등을 통해 전 씨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전 씨를 기소했다. 증거와 정황 등 여러 측면에서 이롭지 않게 때문에 '시간끌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전 씨의 부인 이순자(오른쪽) 씨는 지난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 투병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10월 11일 전 씨와 이 씨가 제36회 대구공고 총동문회 체육대회에서 동문들에게 인사하던 당시. /문병희 기자
전 씨의 부인 이순자(오른쪽) 씨는 지난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 투병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10월 11일 전 씨와 이 씨가 '제36회 대구공고 총동문회 체육대회'에서 동문들에게 인사하던 당시. /문병희 기자

지금껏 병명을 숨겨 왔던 것을 전 씨 측이 자진해서 밝힌 것 자체도 향후 법정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콕 짚어 밝힌 것에 주목된다. 의학계에 따르면 알치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하는 병이다. 즉, 피고인이 보장받는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기에 법정 출석은 무리라는 논리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 씨의 병으로 인한 불출석은 변명과 핑계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뒤로하고 자신의 안위를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그 근거로 회고록이 꼽힌다. 전 씨는 지난해 자신의 회고록을 출간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회고록에는 전 씨의 인생사가 망라돼 있어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전 씨 측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씨는 2013년부터 5년째 전 씨가 투병 중이라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작성될 것으로 추정되는 회고록이 나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또한, 전 씨는 지난해 5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 당시 이 씨와 나란히 투표소를 찾아 선거인명부에 서명하고 직접 투표를 마쳤다는 점도 그의 건강 상태를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전 씨는 거동에 크게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전 씨는 2015년 10월 자신의 모교인 대구시 동구 대구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제36회 대구공고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해 주변인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아울러 고령임에도 윷놀이도 하고 기념촬영까지 마치는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정치권에서도 전 씨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정에 출석해서 사과해도 용서할 수 없는데 불출석한 것은 어이가 없다"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면 반드시 전두환을 법정에 세워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이종걸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하다면 가족이나 참모들은 병을 핑계로 침묵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명해야 할 일이 있다"며 쓴소리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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