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혜도(86)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언니 조순도(89) 할머니를 보고 오열하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
文대통령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상시 상봉의 장 활용해야 할 것"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북은 20일부터 26일까지 꿈에 그리던 혈육을 만난다. 여야는 이를 계기로 오는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상봉 첫날,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이산 가족들이 한맺힌 눈물을 멈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남북 관계 따라 '일회성 행사' 그친 만남…여야 정례화 촉구
1953년 분단이래 이산 가족의 재회는 1964년 일본에서 처음 이뤄졌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둔 10월 9일, 북한 육상 대표선수로 참가한 신금단 선수가 남한에 있던 아버지와 일본 도쿄 조선회관에서 10분 정도 극적인 만남을 가진 뒤 다시 이별했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 방법을 놓고 이견을 보이다 2000년에 첫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2015년까지 18년 동안 모두 20차례에 걸쳐 대면상봉과 7차례 화상상봉을 했다. 이 기간 약 2만명(4677가족)이 헤어진 혈육을 만났지만, 재상봉이나 서신왕래로 이어지지 않은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남북 관계에 따라 좌우됐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상봉단이 북측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출발하는 차량에 올라타 손을 흔드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
제20차 상봉 뒤 남북 관계는 경색됐고, 2년 10개월 동안 행사는 중단됐다. 이번 상봉도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고,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북은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여야는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에서 가장 시급한 인도적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이란 점에서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만 5만7000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63% 이상이 80살을 넘긴 고령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의 절반만 살아계신 상황인데다 그마저도 고령이 대부분"이라며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위한 남북 모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이산가족 정례화와 규모 확대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서신교환과 영상을 활용한 상봉 등의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남북이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 및 정례화 등이 최우선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
◆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훈풍'…3차 남북회담 의제 오르나
상황적으로 보면 정례화 가능성에 '훈풍'이 분다. 남북은 오는 23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여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세부 개소 일정까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날짜를 북쪽에 전달한 상황이며, 북쪽에서 국내 정치적 상황에 맞춰 결정해 날짜를 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북 당국은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 규모 확대를 비롯해 화상상봉, 서신교환 등 다양한 상봉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여야 정치권의 견해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내 평양'에서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룰지 세간의 시선이 쏠린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헤어졌던 혈육을 만나 반가움과 그리움에 눈물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백성규(101) 할아버지가 며느리 김명순(71)과 손녀 백영옥(48) 만나 기뻐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일단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상봉 첫날인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더욱 확대하고 속도를 내는 것은 남과 북이 해야 하는 인도적 사업 중에서도 최우선적인 사항이다"라며 "남과 북은 더 담대하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기적인 상봉행사는 물론 전면적 생사확인, 화상상봉, 상시상봉, 서신교환, 고향방문 등 상봉 확대방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래 전에 남북 합의로 건설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건설 취지대로 상시 운영하고 상시상봉의 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종전선언과 비핵화, 북-미 관계 개선 등 걸림돌이 많다. 당장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여부와 관련해서도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대변인은 "이미 남북연락사무소는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고 그 내용이 6·12 센토사합의에도 포괄적으로 계승돼 있다"며 "그래서 결론적으로 남북연락사무소 문제에 대해서 제재 위반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연락사무소 개소의 대북제재 위반 여부에 대한 한·미 간 입장이 같다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미국도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