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홍준표, '페이스북 정치' 왜 끊지 못할까
입력: 2018.08.19 11:20 / 수정: 2018.12.20 14:25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페이스북 정치 중단 선언 이후에도 SNS에서 꾸준히 정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홍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당 대표 사퇴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는 모습. /문병희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페이스북 정치 중단' 선언 이후에도 SNS에서 꾸준히 정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홍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당 대표 사퇴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는 모습. /문병희 기자

'퍼포먼스 정치' 비판한 홍준표의 SNS 퍼포먼스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저들은 정치를 퍼포먼스로 하는데 우리는 리얼리티로 정치를 했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그는 이날 "진실은 가식을 이기지 못했다"며 "그러나 가식은 본질이 곧 드러나게 된다. 영원히 숨겨지는 가식은 없다"고 했다.

'페이스북 정치 중단 선언' 이후 다섯 번째 정치 발언이다. 이는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여당이 최근 '드루킹' 특검 등 여러 논란에 휩싸인 상황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또, 홍 전 대표는 다음 달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을 앞두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미국으로 떠날 당시 국내 정치 현안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후 수차례 정치 의견을 개진했다. 사진은 홍 전 대표가 지난달 11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가운데, 한 지지자가 그에게 큰절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홍 전 대표는 미국으로 떠날 당시 "국내 정치 현안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후 수차례 정치 의견을 개진했다. 사진은 홍 전 대표가 지난달 11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가운데, 한 지지자가 그에게 큰절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페이스북 정치' 중단 선언 후 수차례 정치 발언…북핵·고(故) 노회찬 비판

홍 전 대표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페이스북 정치는 지난 부로 끝내고 앞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달 7일에는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을 받을 때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미국행을 알렸고, 4일 뒤 미국으로 출국하는 길에서도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에 쓸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떠난 지 열흘도 되지 않은 지난달 20일 '페이스북 정치'를 재개했다. 그는 "냉전세력과 냉전에 대처하는 국가적인 전략을 구분하지 못하고 후자를 말하면 전자로 매도하는 좌파들과 일부 패션 우파들이 있다"며 "북핵을 용인하고는 한반도의 평화는 절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고(故)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두고 "그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고 평했다. 여야 인사들이 SNS, 논평 등을 통해 그를 지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이에 "맞는 말도 막말이라고 폄훼하는 괴벨스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응수했다.

김병준 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생투어 중 어떤 사람은 '홍준표 대표는 미국 갔다더니 한국 와있더구먼'이라며 호통을 치더라"고 전했을 정도로, 홍 전 대표의 강경 발언은 노 의원을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홍 전 대표는 미국에 머물면서도 7만 3천명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SNS를 통해 발언, 지지세력을 모은다. 사진은 홍 전 대표가 13일 오전 게시한 글과 이에 적극 동의하는 지지자들의 열렬한 반응. /홍준표 페이스북 갈무리
홍 전 대표는 미국에 머물면서도 7만 3천명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SNS를 통해 발언, 지지세력을 모은다. 사진은 홍 전 대표가 13일 오전 게시한 글과 이에 적극 동의하는 지지자들의 열렬한 반응. /홍준표 페이스북 갈무리

◆ 명분 쌓기·존재감 노출·당권 견제…"타이밍 노린 전략"

전문가들은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가 정치 복귀를 위한 '타이밍'을 노린 것이라 입을 모았다. 애초에 페이스북에서 정치발언을 그만둘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신철우 정치컨설턴트는 "페이스북에서 의견을 냄으로써 '일반 시민으로서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 것뿐'이라는 안전장치를 확보하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앞서 손학규·정동영이 정계를 떠난 이후에도 지인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듯, 홍 전 대표도 명분을 쌓아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에 대한 견제 역시 포함한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꾸린 비대위에 김 위원장이 왔다. 정치적 입지와 다음 총선, '자기 사람들'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타이밍에 맞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노출했던 홍 전 대표가 정치적 복귀를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타이밍의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타이밍이 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이 소장은 홍 전 대표의 최근 활동이 "김병준 위원장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여론을 끌어오는 전략"이라고 봤다.

이 소장은 "정동영, 손학규 등 정치 고수들이 모이고 있고 당 대표들은 '강한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 전 대표는 당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이즈마케팅으로 시선을 끄는 상황"이라 풀이했다.

한편 홍 전 대표는 다음 달 15일 오후 5시쯤 대한항공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출국 당시 추석(9월 24일) 전에는 귀국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홍 전 대표가 내년 초쯤으로 예상되는 한국당 전당대회 등 정계 복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페이스북 정치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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