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당 대표 후보가 다른 후보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손 후보가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던 당시. /이새롬 기자 |
경선서 '러닝메이트' 선택과 1위 후보에 대한 견제로 '외톨이'된 상황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내가 싫다면 차라리 막내인 이준석 후보를 뽑아달라."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 후보는 지난 14일 SBS TV토론에서 노골적으로 손학규 후보 말고, 같은 바른정당 출신인 이 후보를 뽑아달라고 당원들에게 이같이 호소했다.
1인 2표제로 치러지는 9.2 바른미래당 전당대회 본선에서 후보 간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지율 1위 후보인 손학규 전 대표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견제를 당하며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 대표 1명과 최고위원 3명을 후보군 안에서 순위를 매겨 함께 뽑는다. 이 방식은 '후보 단일화'의 장애물로 작동해, 자연스럽게 '러닝메이트' 움직임으로 이어지게 됐다. 바른정당 출신 후보들 사이에서는 연대론이 있을 거란 얘기가 나왔고, 심지어 출신정당이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도 '연대'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경선을 통과한 6명의 후보 중 이준석, 하태경, 정운천, 권은희 후보는 바른정당 출신, 손학규, 김영환 후보는 국민의당 출신으로 나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바른정당 출신 당원들은 바른정당 출신 후보를 국민의당 출신 당원들은 손학규, 김영환 후보를 밀 것"이라고 말해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출신 정당별 '러닝메이트' 구도가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손학규 후보는 일찌감치 경선에서 국민의당 출신 후보들과 '러닝메이트' 행보를 보여 이번 본선에서 다른 후보와의 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선언 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이새롬 기자 |
이렇게 '원 플러스 원' 구도가 된 상황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후보의 외로운 싸움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손 후보는 일찌감치 경선에서 국민의당 출신 후보들과 사실상 '러닝메이트' 행보를 보여 다른 후보와의 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 갔고, 1위 후보에 대한 견제의 일환으로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먼저 손을 내밀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경쟁 후보인 권은희 전 의원은 지난 10일 후보 정견발표회에서 "경선에서 손학규·신용현·김수민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른다"고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손 후보의 당 대표 출마선언에 다른 후보였던 신용현 의원은 공개적으로 참석하기도 했고, 그동안 손 후보를 도왔던 김수민 후보가 청년위원장에 단독으로 출마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김영환 후보도 손 후보의 앞선 행보에 대해 지난 14일 "이번에 당 대표 되기 위해 짝짓기 하고 줄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라며 "그것을 '안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건 안철수 전 대표도 죽이고, 바른미래당도 죽이고 손 후보도 죽고, 거기에 줄 선 의원들도 죽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손 후보는 "신 의원과 김 의원이 옆에 왔던 건 사실이지만, '같이 하겠다'고 하는 걸 어떻게 가라고 하느냐"면서 "안심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신 후보는 경선에서 컷오프를 당했고, 청년 위원장 후보인 김 후보는 조용히 단독으로 선거운동을 치르고 있어 일단락 되는 모양세이지만, '화학적 통합'이 화두인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당원 다수를 구성하는 안심(안철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놓고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손 후보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후보자간 토론회에서 나머지 후보들은 '올드보이' 손 후보에 대해 강하게 협공했다. 바른미래당 대표 후보들이 지난 14일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
후보자 간 토론회에서도 나머지 후보들은 '올드보이' 손 후보를 협공하며 '손학규 대 반 손학규' 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손 후보의 '연대론' 제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손 후보의 뒤를 쫓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올드보이는 신생 벤처정당이 아닌 대기업 정당에 맞다"라며 "제가 바른미래당을 대기업으로 키울 테니 올드보이는 그때 들어오라"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준석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라며 "정계개편이나 정치공학적인 면을 언급하는 그런 후보의 손에 바른미래당을 맡길 수 없다"라고 우회적으로 손 후보를 비판했다.
후보 중 유일하게 같은 국민의당 출신이었던 김영환 후보 마저도 손 후보를 겨냥해 "지금 정계개편에서 현재 우리가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자뻑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해 사실상 후보 간 연대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손 후보는 이와 같은 집중포화에 맞서 조목조목 반박을 하면서도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올드보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후보들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언어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품위가 있어야 된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올드보이' '안심 팔이' '줄 세우기' 등 온갖 조롱과 비판에도 손 후보는 "온갖 수모를 겪고 욕을 먹었다. 무슨 욕심이 있겠나"라며 "껍데기만 통합한 바른미래당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 새로운 정치를 만들겠다는 일념뿐"이라며 1대 5 싸움에서도 대세론을 공고화하고 당 대표에 오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