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의혹? 의혹? 의혹?' 이재명 "경찰 취조 분위기네요"
  • 임현경 기자
  • 입력: 2018.08.07 15:27 / 수정: 2018.08.07 15:56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7일 오전 열린 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장에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사진은 이 지사가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생각에 잠긴 모습. /서울역사박물관=이덕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7일 오전 열린 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장에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사진은 이 지사가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생각에 잠긴 모습. /서울역사박물관=이덕인 기자

이재명 지사, 'DMZ국제다큐영화제' 경직된 분위기에 난색[더팩트ㅣ서울역사박물관=임현경 인턴기자] "꼭 경찰서 취조하는 분위기네요. 설마 영화가 다큐멘터리라서 그런 건 아니겠죠?"

7일 오전 11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 현장은 내내 경직된 분위기였다. 이날 조직위원장으로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한 수많은 질문들이 행사 마지막에 예정된 질의응답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탓이었다.

오전 10시 57분 이 지사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섰을 때부터 장안은 술렁였다. '여배우 스캔들', '형수 욕설 통화', '강제 입원 의혹' 등 행사 직전까지도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이 지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이 지사는 "영화제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조명 속에서 웃는 것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좀 딱딱하다. 이런 말을 해도 웃지도 않고"라며 농담을 건네며 기자회견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사실과 현실이 모여 진실이 된다. 사실과 현실을 기록하는 여러분들의 노력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영화로서, 작품으로서, 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문화로서 세계적으로 진출하고 우리 경기도가 거기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겠다. 이 원칙에 따라서 충분히 지원하고 보호하되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사실을 기록해서 국민들에게 알리고 역사를 남기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공적 영역이라고 발언했다. 사진은 이 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취지를 설명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이 지사는 "사실을 기록해서 국민들에게 알리고 역사를 남기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공적 영역"이라고 발언했다. 사진은 이 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취지'를 설명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이 지사의 발언 뒤 홍형숙 집행위원장과 조명진 프로그래머가 영화제 주요 이슈를 소개했다. 긴장한 탓인지 마이크를 잡은 이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진행자는 "원래 기자회견이 이렇게 딱딱하지는 않은데 걱정이다. 조명진 프로그래머님이 이렇게 사투리를 많이 쓰시는 분이 아닌데 오늘 많이 긴장하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모두의 긴장 속에서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이 지사는 '다큐멘터리의 낮은 흥행성과 분야 확장 가능성'을 묻는 말에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가지는 독특한 상징과 의미가 있다. 자체적 흥행이 어렵다는 점이 경기도와 같은 공공기관,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라며 "사실을 기록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대중들에게 알리고 역사를 남기고 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각성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공적 영역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최근 방송 다큐로 불편해하신 거로 안다. 그 다큐가 이곳(영화제)에서도 상영될 수 있다. 만일 지사님의 개인 사안을 다루는 다큐가 제작돼 상영된다고 하면 막으시겠나? 간섭하지 않으실 건가? 내용증명 보내실 건가?" 한 기자의 이같은 질문에 이 지사의 펜이 바쁘게 움직였다. 앞서 이 지사의 조폭 연루 의혹을 제기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역시 이 지사가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한 다큐멘터리 장르에 포함된다.

이 지사는 "뭐 어떻게 하겠나. 그냥 둬야지. 이분들 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또 하지 말라고 안 할 사람들도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다큐를 빙자한 판타지 소설을 만들어 낸다면 어떻게 되겠냐"고 되물었다.

이 지사는 다큐를 빙자한 판타지 소설에도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이 지사가 이날 질문에 답하기 전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짓는 모습. /이덕인 기자
이 지사는 "다큐를 빙자한 판타지 소설에도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이 지사가 이날 질문에 답하기 전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짓는 모습. /이덕인 기자

이 지사는 "밤에 주로 활동하는 산타클로스를 추적해 '상습적 야간 침입자'로 만든다면? 그럼 가만히 있을까? 경찰이 입원시킨 것을 이재명이가 한 게 아니냐고 하는데, 여러분들 그걸 믿습니까? 상식적으로? 그런데 '그랬을지도 모른다'며 보도하는 건 사실을 알면서도 쓰는 소설이다"고 강조했다.

또, "정말 진실과 팩트(사실)를 찾아서 기록하면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다. 절대 막지 않을 거니까 많이들 찾아서 찍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진행자가 격해진 분위기를 잠재우며 마지막 질문을 받았다. 한 기자가 "최근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시원한 발언을 들을 수 있겠냐"고 요청했다. 이 지사가 마이크를 살짝 들어 올린 순간, 진행자가 "영화제 자리니만큼 영화에 관련 질문만 주시길 바란다"며 기자회견을 다급히 종료했다.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은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취지마저 흐리게 했다. 이 지사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문을 뒤로 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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