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3명의 후보로 좁혀지면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본선에 진출한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새롬 기자 |
'7말 8초'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정치권 인사들도 잠시 휴식 기간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가 다소 한산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은 폭염만큼이나 뜨겁습니다. 특히 '조폭 연루설'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당적 문제를 두고 여전히 후보 간 시각이 엇갈리면서 당 안팎이 시끌시끌합니다. 더불어 김경수 경남지사를 정조준한 '드루킹 특검'의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바람잘 날 없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성 정체성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李 지사, 탈당 압박에도 '도정 챙기는 내 갈 길 간다'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큽니다. 마치 톱스타 연예인처럼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데요. 민주당 당권주자들이 이 지사를 계속 거론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조폭 연루설'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들의 정쟁 대상으로 연일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이 지사가 지난달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
◆ '누굴 밀어야지?'…고민 많은 초·재선
-이 지사 탈당 이야기가 자꾸 언급되고 있는데 이 지사 쪽 반응은 어떤가요.
-이 지사 관계자와 탈당 언급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눴습니다. 이 지사 측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지사 측은 아시다시피 여러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김진표 의원의 '이 지사 탈당' 언급을 신경 쓸 겨를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김 의원의 말들이 사실 원론적인 내용으로 인식하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당 지지율 하락이 이 지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던데요. 이 부분도 별 생각이 없나 보죠?
-네, 당 지지율 하락 문제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보수 정권의 경기도를 이번에 잘 바꿔 달라는 도민들의 선택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에 집중할 때라는 게 이 지사 측의 얘깁니다.
-이 지사 측은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 등을 이참에 다 털어 버리고 가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자신감도 있는 것 같은데요. 수사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당 대표 선거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짚고 넘어가 보죠. 요즘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고민에 빠졌다고요.
-그렇습니다. 이번 당 대표 선거 후보자 세 명 중 누구를 선택할지를 고민하는 초·재선 의원들이 많았습니다. 최근 초·재선 의원들 몇 명에게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누가 당 대표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이 밀고 싶은 사람을 지지하면 되지 왜 그렇게 고민하는 거죠?
-초·재선 의원들 입장을 고려할 때 고민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 것 같은데요. 사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오는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된 말로 '줄 한 번 잘못 섰다가 배지가 날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회사나 정치권이나 '라인'이 중요하다는 데는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해 '성 정체성'을 언급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은 김 원내대표가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우성빌딩으로 당사를 옮긴 뒤 현판 제막식을 마치고 생각에 잠긴 모습. /남윤호 기자 |
◆ '김성태 원내대표가 좀 이상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해 '성 정체성에 혼란 있는 분이 무슨 군 개혁에 대해 얘기하냐'고 말했다가 이번 주 내내 시달리고 있죠. 그런데 이번 주 김 원내대표가 조금 이상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네, 기자들 사이에서 여러 얘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오전부터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정례 회동에 불참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사유는 여전히 밝혀진 바 없습니다. 사실 이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봉하마을에 가기로 계획이 돼 있어서 김 원내대표도 같이 가는 거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만 그곳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의 봉하마을행이 못마땅해서 출근을 안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당내에선 비대위의 봉하마을행에 불만을 품은 의원들이 꽤 많았거든요. 물론 추측이긴 합니다만, 김 원내대표를 포함해서 여야 원내대표가 특별한 당의 일정이 아니고서야 매주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동에 불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김 원내대표의 이날 불참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임 소장에 대해 '성 정체성'을 언급한 그날도 기자들 사이에 말이 많았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오전에 해당 발언을 했고 11시 30분쯤 당에서 갑자기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오찬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사실 30분 전에 오찬 기자간담회를 공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적어도 2~3일 전엔 공지하고, 명단도 받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갑자기 계획된 것인지 오찬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장소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사실 30분 전이면 웬만한 기자들이 이미 점심 약속이 있었을 텐데, 여러 기자가 '너무한 것 아니냐'는 공통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도 다른 취재원과 선약이 있어서 참석하진 못했습니다만 간담회에 다녀온 기자들에게서 들어보니 조금은 허탈한 기자간담회였다고 합니다. 일단은 김 원내대표가 어떤 이유로 기자 간담회를 연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이 많이 들렸습니다. 갑자기 기자 간담회를 계획했다면 그 이유가 있었을 텐데 오찬 내내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거죠. 전반적으론 오전에 임 소장의 '성 정체성'을 언급과 관련해 질문도 많았고 김 원내대표도 그에 대해 '사과할 마음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게 궁극적인 목적이었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어떤 기자는 '나는 김 원내대표랑 멀리 떨어져 앉아서 아무 얘기도 듣지도 못했다. 왜 갔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이번 주 김 원내대표 속은 '미스터리'한 것 같습니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경수(왼쪽)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49·구속) 씨가 댓글 조작의 공범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남윤호·임세준 기자 |
◆ 김경수, 드루킹 공범?…당내에선 '믿음 속 우려'
-드루킹의 댓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김경수 경남지사를 정조준했죠?
-네. 특검팀은 2일 최득신 특별검사보 등 수사 인력 17명을 경남 창원으로 보내 도지사 관사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한 뒤 김 지시를 곧 소환 조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특검의 수사에 따라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겠는데요?
-그렇습니다. 특히 대선 전 김 지사와 드루킹이 정책 공약 관련한 조언을 요청하는 대화 내용을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 커질 듯합니다. 앞으로 특검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예측하긴 어렵지만, 김 지사와 드루킹의 밀접한 관계가 확인된다면 새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단 야당에서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수사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겠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당당하게 밝힐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김 지사를 일단 믿는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특히 김 지사가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친문 진영에서는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친문 의원으로 꼽히는 의원실 관계자는 "만약 김 지사가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에 관여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본인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친문 진영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오경희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새롬 기자, 문병희 기자, 임세준 기자, 남용희 기자(이상 사진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