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김성태 '성 정체성' 지적, 이명박·박근혜의 군 통수권은?
입력: 2018.08.02 00:00 / 수정: 2018.08.02 00:00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군기무사령부의 감청과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성 정체성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병희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군기무사령부의 감청과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성 정체성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폭넓은 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람이 개혁을 얘기해야 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군기무사령부 감청 등을 폭로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겨냥해서 한 발언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임 소장을 향해 작심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물론 논란이 된 발언도 여기서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자"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하고 구속됐었던 전력이 있는 임 소장" "화장을 많이 한 모습과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이 군 기무사 개혁과 군 개혁을 얘기하는 것이 TV 뉴스를 통해 나갔다" 등으로 임 소장을 직접 겨냥했다.

제1 야당의 원내대표 입에서 나온 이런 발언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성 정체성' 문제였고, 두 번째는 '군 미필자의 국방개혁 발언 자제' 등이다.

김 원내대표의 "성 정체성 혼란을 겪은 자"라는 표현은 '성 정체성 혼란'을 '동성애자'로 결론 내린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이는 김 원내대표의 젠더 의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이해됨과 동시에 성 소수자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는 본인의 소신발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군의 개혁 방향을 논의하는 데 있어 성 정체성을 꺼낸 배경은 무엇일까.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으로 본다. 군을 다녀온 남성들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하는 유추를 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남혐(남성혐오)'과 '여혐(여성혐오)'이 충돌하는 가운데, 마치 군 개혁은 남성의 전유물로 치부해 갈등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군을 단순히 남성의 전유물로 볼 수는 없다. 여군도 있고,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와 누나 혹은 여동생까지 모두 군 문제와 관련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발언과 관련해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공당 대표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 시정잡배가 하는 소리인지 처음 듣고 믿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발언과 관련해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공당 대표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 시정잡배가 하는 소리인지 처음 듣고 믿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김 원내대표의 주장대로라면 여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남성이 이야기하면 안 되고, 남성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성이 주장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김 원내대표의 논리대로라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반드시 군필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 미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떤가. 여성으로 입대에서 예외적이었다. 따라서 김 원내대표의 주장 자체가 전직 대통령 둘 다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격 자체가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군 개혁이나 기무사 문제는 이렇듯 성 정체성의 문제도 군필과 미필에 따른 단순한 문제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김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결국, 전 정부에 대한 비호로 읽힐 수밖에 없지 않을까.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성 정체성 혼란 발언과 관련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김 원내대표가 당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성 정체성 혼란" 발언과 관련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김 원내대표가 당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으로 옮겨 박근혜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위원장을 지낸 김 원내대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섰고, 이후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누구보다 선봉에 섰던 김 원내대표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랬던 김 원내대표가 다시 복당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모습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신의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드라시(성경 주석의 설교 방식)에는 이런 글이 있다. '한 신부가 젊은 과붓집에 자주 드나들자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며 신부를 비난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과부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그 신부가 암에 걸린 젊은 과부를 위로하고 돌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가장 혹독하게 비난했던 두 여인이 어느 날 그 신부를 찾아가,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 (중략) 나에게 용서를 구하니 내가 용서 해주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담지 못한다. 험담하는 것은 살인보다도 위험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살인은 한 사람만 죽이지만, 험담은 한꺼번에 세 사람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려주는 글이다.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특히 정치인이라면 말의 무게를 항상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개인의 사적인 부분까지 포함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따라서 공당의 원내대표인 김 원내대표라면 비판이나 문제 제기에 있어 최소한 절제와 품격이 있어야 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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