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증거 인멸, 죄 알고있었단 증거" 중학생도 아는 '위안부' 문제
입력: 2018.08.02 00:00 / 수정: 2018.08.02 09:13
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에 처벌과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사진은 이날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 모습. 종로=임현경 인턴기자
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에 처벌과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사진은 이날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 모습. 종로=임현경 인턴기자

제1346차 수요집회 "사법부, '위안부' 피해자 정의실현 권리 앗아가"

[더팩트ㅣ종로=임현경 인턴기자]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은 이미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숨겼다는 것입니다."

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수요집회에서는 초등학교 합창단부터 고등학교 역사동아리까지, 여러 지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서 한목소리를 냈다. '법적 보상'과 '공식 사과', 단 두 가지 약속을 요구했던 그들은 새로운 구호를 추가했다. '양승태 처벌'과 '진상 규명'이었다.

수요집회의 정식명칭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로, 이날 1346회차를 맞았다. 집회는 정오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오전 10시부터 하나둘 현장에 모였다.

관계자는 분주히 방석과 부채를 나눠주며 참가자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했다. 여러 대의 대형버스가 집회 장소 앞에 서더니 다수의 학생이 차에서 내렸다. 먼 지방에서 단체로 참가한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색색의 피켓을 손에 들고서 인도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날 경과보고를 위해 무대에 오른 윤미향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을 언급했다.

윤미향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사법부가 특정 목적 때문에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마저 거래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윤 이사장이 이날 경과보고를 하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윤미향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사법부가 특정 목적 때문에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마저 거래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윤 이사장이 이날 경과보고를 하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양승태 사건 아시죠? 제가 경과보고를 따로 안 해도 되겠죠? 할머니들 돌아가시길 시간만 기다린 게 그 사람들이죠!" 참가자들은 윤 이사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큰소리로 호응했다. 이어 구호로 '양승태를 처벌하자'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라'를 외쳤다.

윤 이사장은 "사법부가 특정한 목적 때문에 피해자들이 정의를 실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앗아갔다"며 "사법부가 당장 피해자들에게 진실을 규명하겠다, 모든 문서를 공개하겠다는 것으로 피해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어 "다 떠나서 비상식적인 일이다. 문서가 절대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것인지, 박근혜 정권이 영원할 것으로 생각한 것인지. 너무 충격적이다. 역사가 길이길이 기억할 것이라 본다"며 "사법부는 진실 앞에 침묵하거나 부인하는 것으로 죄를 면하려 하지 말고 그나마 살아계신 스물일곱 분에게 사과하고 사죄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중학교 1학년 박서준(13) 군은 발언대에 올라 당당한 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은 이미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숨겼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공개 파일을 공개하겠다면서도 재판개입 관련 핵심 문건을 공개목록에서 제외한 법원행정처를 겨냥한 말이기도 하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법적 보상과 공식 사과에 더해, 양승태를 처벌하자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라를 외쳤다. 사진은 무더위를 뚫고 수요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법적 보상'과 '공식 사과'에 더해, '양승태를 처벌하자'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라'를 외쳤다. 사진은 무더위를 뚫고 수요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31일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통한 법원 구성원의 여러 의견을 고려하고 국민들의 공개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조사결과 주요파일 종합(410개)'목록의 미공개 파일 228개 중 중복파일을 제외한 196개를 공개했다.

앞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위안부 손배소 판결 관련 보고(대외비)' 파일은 애초 410개 목록에서 제외됐다. 해당 문건은 법원행정처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1심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16년 1월 작성한 것으로, 손배소 판결을 '기각' 또는 '각하'로 정하고 이후 국민 반감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협상하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선언했기에, 해당 문건은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부 정책에 재판 방향을 부합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사단이 이 문건을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에 포함시키지 않고 그 내용 또한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문건 작성 이후 실제 소송이 제기됐지만 심리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피해 할머니들은 절반 이상이 세상을 떠났으며, 현재 생존한 피해 할머니는 27명에 불과하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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