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여름 휴가를 떠났지만 청와대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사진은 지난 7월 19일 제3차 판문점이행추진위원회 회의 모습./청와대 제공 |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휴가 이후 군 개혁·비서진 인사 검증·개각 등 현안 산적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7말 8초' 요즘 춘추관도 '여름 휴가' 모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닷새 간 여름 휴가를 떠났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의겸 대변인 등 주요 참모진 몇몇도 연가를 냈거나 여름 휴가를 갈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임 실장의 '동시 휴가'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통상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업무 공백을 메워야 하기에 별도로 휴가를 잡았었다. 이번 문 대통령의 휴가 기간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체제로 돌아간다.
오전·오후 브리핑과 백브리핑으로 시끌시끌했던 춘추관 마이크는 며칠 새 조용하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이번 휴가 장소와 일정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순수한 휴식 자체'에 의미를 두기 위해서란 게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점심 시간 풍경도 달라졌다. 뜨거운 햇볕에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뭐니 뭐니 해도 폭염엔 3000원 짜리 구내식당에서의 점심이 으뜸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여름은 '백조의 유영'과 같다. 최근 만난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집권 2년 차를 맞은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비유했다. 물 위를 평화롭게 노니는 것 같지만, 수면 아래 발은 쉼 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속도'와 '성과'를 강조해 왔다.
청와대는 여름 휴가 기간에도 비서관 인선 검증 작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
실제 하반기 국정 길목엔 한반도 비핵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사태로 촉발된 군 개혁, 민생 경제, 청와대 2기 조직 인사 검증 및 개각 등 현안이 산적하다.
당장 지난달 31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의 극비리 방한설이 일순간 춘추관을 달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11일 양제츠 정치국원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비공개 회동과 관련해 "양국 정부 간 보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 비공개로 다녀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의 방한은 상징성이 적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간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에 최근 정전협정의 당사국인 중국의 참여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기류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비서관 인선 검증 작업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지난달 26일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나, 인사 발표는 추후로 미뤘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과 동시에 휴가를 떠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의 휴가 이후 인사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교대로 휴가를 가면 오히려 업무 공백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비서관 후보군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책조정비서관으로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 교육비서관에 이광호 전 이우학교 교장, 국정홍보비서관에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와 자치발전비서관에 민형배 전 광산구청장, 제도개혁비서관에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 신설된 자영업 비서관으로는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 상임회장을 비롯해 전순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하마평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휴가 기간에도 청와대 홈페이지엔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깜짝 방문해 국민들의 고충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는 모습./청와대 제공 |
불볕 더위 만큼 청와대를 향한 국민들의 호소 또한 뜨겁다. 지난달 30일부터 31일(오후 2시 현재) 이틀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전기 요금 누진제 폐지 등 각 분야별 국민청원만 1271건에 이른다. 특히 문재인 정부 2년 차를 맞은 민생 경제지표는 곳곳에 '빨간 불'이 켜졌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론도 심상치 않다. 이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주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문 대통령은 휴가를 떠나기 전 광화문 인근 한 호프집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시원한 생맥주를 함께 마시며 '생(生) 여론'을 경청했다. 청년 구직자, 음식점주, 경력단절여성, 중소기업 사장 등 저마다의 고충과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 대통령은 한 참석자에게 "그래도 대통령에게 얘기하니까 시원하시겠습니다"라며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휴식은 생산적인 투자'라는 말이 있다. 여름 휴가 동안 '재충전'한 문 대통령이 '재도약'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