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노무현 향기 '풀풀'… 김병준 바라보는 당내 시각들
입력: 2018.07.31 00:00 / 수정: 2018.07.31 00:00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비대위 구성원과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면서 당내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안다.  /봉화=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비대위 구성원과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면서 당내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안다. /봉화=뉴시스

"믿어주자"… 일각에선 "우리 정체성은 어쩌고" 반발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A의원 : 특별한 게 있겠습니까. 예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셨으니 봉하마을에도 갈 수 있죠. 또, 김병준 비대위원장 자신이 표방하는 게 진보, 보수 통합이니 가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B의원 : 아직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 정책이나 이런 부분을 주시해야지 벌써부터 잘못됐다고 말하긴 어렵죠.

C의원 :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개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체성이 중요하거든요. 근데 지금 하는 거 보면 우리 당인가, 저 당인가 싶습니다. 괜히 분란 일으킬 수 없으니 가만히 있는 거지 비대위의 행보에 여러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사'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바라보는 당내 의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다.

취임한 지 2주, 김 위원장은 줄곧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기를 풍기고 있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비대위원장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향해 여권의 친노(親盧) 그룹이 '노 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비판하자 이같이 응수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30일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번 참배엔 비대위 인사 대부분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 앞에서 묵념하고 방명록에 '모두, 다 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적었다. 이후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를 면담하기도 했다.

너럭바위를 향해 묵념하고 있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 구성원들. /뉴시스
너럭바위를 향해 묵념하고 있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 구성원들. /뉴시스

비대위 등 한국당 지도부가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묘역을 참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노 전 대통령 추도일에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모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2015년 2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방문 이후로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봉하마을 방문을 일종의 '좌클릭'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방선거 참패라는 특수한 상황에 비대위가 구성됐기 때문에 '혁신성'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고려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당내 시각이 그저 곱지만은 않다. <더팩트> 취재 결과 당내 의원들이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긍정', '우려', '부정'으로 분류됐다.

먼저, 긍정적으로 김 위원장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믿고 따라줄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떠안은 만큼 지금은 기다려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또, 그동안 우리만 옳다고 했던 한국당을 향해 국민들이 원하는 행보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당의 방향과 달리 좌클릭하며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23일 김 비대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빨간불 켜진 한국경제, 해법은 없나?’토론회에서 인사말 하던 당시. /문병희 기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당의 방향과 달리 '좌클릭'하며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23일 김 비대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빨간불 켜진 한국경제, 해법은 없나?’'토론회에서 인사말 하던 당시. /문병희 기자

또 다른 의원은 "이건 비판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칭찬할 부분"이라며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김 위원장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여권에겐 더 어려운 상대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를 적폐세력으로만 몰아갔던 여권도 우리 당 스탠스에 변화가 일어나면 마냥 무시하고 공격하지만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려는 되지만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현재가 '허니문' 기간임을 강조했다. 한 의원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벌써부터 평가하긴 좀 어렵다"며 "김 위원장의 성향이나, 출신 자체가 우리 당과 맞지 않기 때문에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꽤나 유연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지적을 해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이들의 반발도 컸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이 김 위원장에게 부탁한 것은 말 그대로 수습이지 당 정체성의 변화가 아니"라며 "김 위원장이 당을 맡는 동안은 그렇다 쳐도 비대위 기간이 끝나면 어찌할 건가. 김성태 원내대표나 비대위 준비위가 이런 부분에도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지금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아울러 이미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을 견제하는 당내 분위기도 감지됐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비대위는 노무현 정신을 살리거나, 햇볕정책에 동조하기 위한 '김대중, 노무현 2중대 역할을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또, 일부 초선 의원들은 당내 '통합과 전진'이라는 모임을 구성했다. 해당 모임이 김병준 비대위를 견제하고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목적으로 결성됐다는 것이 정치권 다수의 시각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부정적 시선들에 대해 이날(30일) 봉하마을 방문 직후 "(비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은 우리 사회가 통합을 향해 가야하고, 힘을 모아 국가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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