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덥다 더워' 시장도 취재진도 혼미했던 폭염대책회의
입력: 2018.07.30 13:33 / 수정: 2018.07.30 13:43
30일 오전 서울 강북구청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하는 폭염대책회의가 열렸다. 사진은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서는 박 시장과 그의 모습을 담는 취재진 모습./ 강북구청=남윤호 기자
30일 오전 서울 강북구청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하는 폭염대책회의가 열렸다. 사진은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서는 박 시장과 그의 모습을 담는 취재진 모습./ 강북구청=남윤호 기자

박원순 시장, 공사 현장서 노동자 의견 수렴…박겸수 구청장 "최대한 반영해달라"

[더팩트ㅣ강북구청=임현경 인턴기자] "폭염 자체도 위험하지만,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화상을 입는 등 폭염이 야기하는 2차적 피해가 심각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 오전 열린 폭염대책회의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 현장 역시 폭염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북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리는 '폭염장기화에 따른 폭염관련부서 대책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앞선 미아 재건축사업단지 방문 일정이 길어지면서 20분 뒤인 오전 10시 50분 회의장에 들어섰다.

박 시장은 미리 착석해 기다리고 있던 관계자들과 급히 인사를 나눴고,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그와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악수를 건넸다. 회의 참석자 전원이 자리에 앉아 회의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번엔 취재진이 문제였다. 박 시장이 서둘러 모두발언을 시작하려는 순간 진행자가 "아직 취재진이 오고 있는 중이다"며 지연을 알렸다. 회의 관계자가 모두 모였지만 회의를 시작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이르자, 박 구청장이 나섰다.

박 구청장은 "그럼 회의 시작 전에 제가 먼저 인사드리겠다"며 "박원순 시장님이 최근에 삼양동 주민이 되셨다. 강북구에 서울시청이 옮겨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말씀하신 김에 계속 진행하시라"고 했지만, 박 구청장은 "저는 분위기를 잡기 위해 말한 것이고 예정 순서상 시장님이 먼저 발언하셔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폭염대책회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일부 취재진의 앞선 일정이 길어짐에 따라 예정시간보다 30분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사진은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선 박 시장과 박겸수 강북구청장 모습. /남윤호 기자
이날 폭염대책회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일부 취재진의 앞선 일정이 길어짐에 따라 예정시간보다 30분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사진은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선 박 시장과 박겸수 강북구청장 모습. /남윤호 기자

박 시장은 "삼양동 새내기 주민으로서 우리 시민들의 고생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오전에 재개발 현장에 가봤는데, 옥상 같은 곳은 체감온도가 50도가 넘지 않겠나 싶다. 강철에 화상을 입을 정도다"며 "더위에 정신이 혼미해져 높은 곳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선선한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날씨가 바뀌었다. 이 폭염이 끝날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그때까지 집중해서 사고 없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박 시장이 발언을 마친 뒤에도 일부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박 시장과 진행자가 회의 시작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박 구청장이 다시 한번 마이크를 잡았다. 이에 취재진이 박 구청장의 자리에 급히 방송 마이크를 설치했다.

박 구청장은 "저는 약간 탈이 나지 않았는가 느낄 정도로 굉장히 더웠다. 박 시장님께서 직접 강북구 곳곳을 발로 뛰면서 현장을 체험하시고 시정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점에 대해 고생스러우시겠다 생각하면서도 역대 시장께서 이렇게 현장에서 거주하신 적이 없으니 기대와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어 "가장 어려운 삼복더위에 오셨다. 여기 계시는 동안 국민들 생활을 다 느끼셔서 서울 시정에 최대한 반영시켜 주시면 감사할 것이다. 고생하시는 모든분들께 다시 한번 참으로 고맙다"며 고무적인 심경을 드러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삼양동 일대와 재개발 공사장등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바를 전하며 폭염 대책의 중요성을 알렸다. 사진은 박 시장이 모두발언하는 모습./남윤호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삼양동 일대와 재개발 공사장등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바를 전하며 폭염 대책의 중요성을 알렸다. 사진은 박 시장이 모두발언하는 모습./남윤호 기자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각은 오전 11시 5분께 나머지 취재진이 회의장에 도착한 뒤였다. 박 시장은 앞서 박 구청장과 나눴던 대화와 거의 흡사하지만, 조금 더 가다듬어진 내용을 발표하며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박 시장의 자리에도 여러 대의 마이크가 놓였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폭염이 온 상황 속에서 아직 서울에 사망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여러분들이 노력해주신 덕분"이라면서도 "강북구에 지난주부터 머물고 있는데 특히 삼양 지역에 노인 인구가 굉장히 많다. 어르신들 쉴만한 곳이 충분하지 않다. 구청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장소에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잘 모셔서 이분들이 더위에 홀로 남지 않게, 이 위험한 시기를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공사 현장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상부에서 공사하는 사람들의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펜스도 없다. 더위가 심각해지면 그분들의 의식이 몽롱해지기 때문에 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정오부터 오후 2~3시까지 가장 더운 시간을 낮잠 또는 휴식 시간으로 정하면 좋을 것 같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노력하고 있습니다마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다시 점검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박 시장은 끝으로 "폭염 자체도 위험하지만 폭염이 야기하는 2차적 문제가 심각하니 집중해야 한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공정은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으니 이 시기에는 너무 속도에 목매지 말고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일정을 양해해주신 박겸수 구청장 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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