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노회찬 의원님, 다음 생엔 '정치'하지 마세요"
입력: 2018.07.27 21:40 / 수정: 2018.07.27 21:40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장으로 엄수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눈물을 닦으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장으로 엄수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눈물을 닦으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故 노회찬 의원 영결식… 남녀노소 신분 구분 없이 추모객 모여 고인과 '작별인사'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임현경 인턴기자] "노회찬 의원님, 다음 생엔 정치인 되지 마시고, 평범하게 사세요. 너무 다른 사람들만 위하지 마시고 좀 이기적으로 사세요. 이게 뭐예요. 누려보지도 못하고."

고(故) 노회찬 의원 국회장 영결식에서 만난 김선자(여·68) 씨가 '노 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로 이같이 말했다. 평생을 노동자, 약자, 소수자들을 위해 살아온 노 의원 삶을 향한 위로 또는 원망이었다.

고인의 영정사진이 영결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고인의 영정사진이 영결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27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노 의원의 영결식엔 정·관계 인사들을 비롯해 지지자들, 일반 시민들 다수가 찾아왔다. 노인, 청년, 학생, 어린아이, 장애인, 노동자 등 남녀노소, 신분에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노 의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30도가 넘는 폭염이었지만 누구 한 명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었다. 영결사-조사-추모 영상 순서로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계속됐다. 오열하는 이들도 있었다. 모두가 눈앞에 살아생전 노 의원의 모습을 그리는 듯했다.

택시 운전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찬수(남·62) 씨는 " 노 의원을 정말 존경한다"고 말하며 울음을 삼켰다. 이 씨는 "이 세상 모든 을들은 노 의원한테 빚을 졌다"며 "정작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자신은 아파했다"고 애통해했다.

노 의원의 지지자 윤모(남·40) 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영결식에 왔다고 했다. 윤 씨는 노 의원에 대해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윤 씨는 "노 의원은 실제로 만났을 때도 권위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며 "아직도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노 의원 같은 국회의원은 다신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눈물 흘리며 슬퍼하는 추모객들. /남윤호 기자
눈물 흘리며 슬퍼하는 추모객들. /남윤호 기자

지윤건(남·26) 씨는 지인도, 지지자도 아니지만 영결식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지 씨는 "특별하게 좋아한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돌아가신 뒤 보도를 보니 참 훌륭했던 분인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쓰였다"며 "집이 수원인데 2시간 가까이 걸려서 왔다. 편안히 잠드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학생 노연선(여·15) 양은 "노 의원은 항상 약한 사람들을 위하는 정치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저도 그런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걸 보니 많이 존경받고 계신 분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 의원에게 할 말이 있다면 해달라'는 질문에 추모객들이 가장 많이 꺼낸 말은 "감사하다"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40대 여성은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죄송하다. 당신 덕분에 세상은 많이 살만해졌다. 정말이다. 이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국회 의원회관으로 향하는 고인의 영정사진.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배정한 기자
국회 의원회관으로 향하는 고인의 영정사진.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배정한 기자

김연걸(남·52) 씨는 "거긴 좀 살만하신가"라며 "천국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가시기 전에 어두웠던 표정만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곳에선 활짝 웃을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영결식이 끝난 뒤 의원회관 사무실, 정의당사를 방문한 고인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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