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故 노회찬 영결식, 그의 꿈은 국회에 남았다
입력: 2018.07.27 13:56 / 수정: 2018.07.27 14:33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면식이 27일 오전 국회 정현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노 의원의 영정이 정현관에서 국회의원회관으로 이동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면식이 27일 오전 국회 정현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노 의원의 영정이 정현관에서 국회의원회관으로 이동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더팩트ㅣ국회=임현경 인턴기자] '영결(永訣).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서로 영원히 헤어지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은 그와 영원히 작별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함께 하겠다"는 말뿐, 그를 영영 떠나보낸 이는 없었다.

2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는 노 의원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조사에서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이분들이 저의 손을 잡고 울먹이시며 하는 말씀이 모두 같다"며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이보다 노회찬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를 듣던 의원들도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손수건을 꼭 쥔 채 울먹였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자리를 떠나 원내대표 합동 헌화 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노회찬 원내대표가 세상을 떠나자 많은 단체가 추모 성명을 냈다. 그들은 해고 노동자이고 산재로 자식을 잃은 어미이자 아비였으며 장애인·여성·성소수자였다"며 "노회찬이 우리 정치에 없었다면 간절한 외침을 전할 길 없었던 약자들이 노회찬의 죽음을 누구보다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의원의 '약자를 위한 정치'의 자취는 영결식에서도 두드러졌다. 이 대표의 말처럼,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민들이 노 의원을 기리기 위해 기록적인 폭염을 뚫고 조문했다. 정장을 입은 노인, 휠체어를 탄 사람, 정의당의 상징인 노란색 옷을 입고 온 청년 등 모두가 눈물과 땀을 연신 훔쳐내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노 의원은 지난 2012년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창당대회 연설에서 매일 새벽 4시 서울 구로구에서 6411번 버스를 타고 강남 빌딩으로 출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진보정당에서조차 투명인간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청소노동자들이 노 의원의 영정이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노 의원은 지난 2012년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창당대회 연설에서 "매일 새벽 4시 서울 구로구에서 6411번 버스를 타고 강남 빌딩으로 출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진보정당에서조차 투명인간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청소노동자들이 노 의원의 영정이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한 지적장애인이 조사 중 헌화를 하고 싶다고 주장해 잠시 소란이 일었다. 그는 "너무 덥고 보이지가 않는다"며 국회의원석 바로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그를 자제시키면서도 의자를 가져다주며 편히 앉도록 했다. 그는 영결식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관계자들이 자신을 왜 막아서는지 알지 못했지만 "노 의원님께 꼭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청소노동자들은 노 의원의 영정이 본청 앞에서 국회의원회관으로, 다시 정의당 당사로 이동할 때, 복도 끝 휴게소에서 그를 배웅했다. 그들은 유리창 너머에서 손을 뻗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노 의원은 지난 2012년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창당대회 연설에서 "매일 새벽 4시 서울 구로구에서 6411번 버스를 타고 강남 빌딩으로 출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진보정당에서조차 투명인간이었다"며 반성한 바 있다. 그는 2005년부터 매년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국회 내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노 의원을 영원히 보내는 대신, 그의 꿈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회 소수자·약자와 함께 정치와 시민의 삶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노회찬의 정신은 정의당의 정신이 될 것이며 노회찬의 간절한 꿈이었던 진보 집권의 꿈은 이제 정의당의 꿈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또한 "노 의원은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 없다. 노회찬 없는 진보정당 상상할 수 없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노회찬과 함께할 것이다. 당신이 끝내 지키고자 했던 진보정치의 꿈 정의로운 복지국가 저와 우리 당원들이 국민들과 함께 기필코 이뤄낼 것이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노 의원과 영원히 작별하는 대신, 그의 꿈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노 의원의 사무실 한켠에 자리한 노 의원의 책장 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친구라는 액자가 있다. /문병희 기자
정의당은 노 의원과 영원히 작별하는 대신, 그의 꿈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노 의원의 사무실 한켠에 자리한 노 의원의 책장 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친구'라는 액자가 있다. /문병희 기자

한편 노 의원은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된다. 모란공원은 노동자의 권익을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모셔진 1970년 이후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박영진·박종철 열사, 문익환 목사,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전태일 평전을 펴낸 조영래 변호사, 용산 참사 희생자, 삼성전자 노동자 등이 지키고 있는 이곳에서 노 의원은 영면에 들어간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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