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어프로치] '망인' 노회찬을 향한 도 넘은 조롱의 불편함
입력: 2018.07.26 11:30 / 수정: 2018.07.26 11:30
진보의 상징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사망하며 정치권과 시민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고인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25일 노 원대대표 빈소를 찾은 일반 조문객들이 슬픔에 잠긴 모습. /신촌=남용희 기자
'진보'의 상징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사망하며 정치권과 시민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고인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25일 노 원대대표 빈소를 찾은 일반 조문객들이 슬픔에 잠긴 모습. /신촌=남용희 기자

곽상도 의원, '진보정치인 이중성' 언급…비판 이어지자 글 삭제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죽음 앞에선 누구나 숙연해진다. 사후 공과에 대한 평가가 나오지만, 장례 기간만큼은 애도한다. 생전 숙적이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전자·IT 업체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 모바일 시장을 두고 패권을 다투는 경쟁사다. 특히 두 기업은 2011년 4월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한창 공방을 벌이던 2011년 10월 5일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삼성전자는 최대 경쟁자였던 스티브 잡스를 애도했다. 그리고 고인을 추모하는 차원에서 장례 기간 애플과의 소송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했다.

경쟁사라도 IT의 발전을 이끈 잡스의 공로를 인정하고, 영면을 바랐단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이 깔려 있다. 삶의 마침표를 찍고 세상을 떠난 고인을 위해 갖추는 최소한의 예(禮)와 인정(人情)이다. 심지어 코끼리와 돌고래 등 지능이 높은 동물들도 구성원의 죽음에 슬퍼한다고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죽음에 대한 애석한 감정 본능이 내재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23일 사망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향한 지나친 조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소한의 예도 인정도 없는 듯하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의 보좌관 정모 씨는 노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페이스북에 "잔치국수 드디어 먹었다. 오늘 저녁 못 드신 분 몫까지 2인분 먹었다. 매년 7월 23일을 좌파척결 기념일로 지정하고 잔치국수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조롱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도 도마에 올랐다. 곽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이중성을 드러내도 무방한 그곳에서 영면하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진보정치의 이러한 이중적인 행태는 결국,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수단은 상관없다는 목표지상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좌파 진영은 말만 앞세우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언행 불일치의 이중적인 모습을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곽 의원 역시 노 원내대표를 조롱하는 글이라는 논란이 일었고 곽 의원 역시 해당 글을 삭제했다.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에는 유독 일반인들의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사진은 24일 오후 노 원내대표의 빈소에 한 조문객이 쓴 편지가 놓여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에는 유독 일반인들의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사진은 24일 오후 노 원내대표의 빈소에 한 조문객이 쓴 편지가 놓여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상식을 넘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워마드'와 보수 성향이 강한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에는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희롱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아파트에서 투신한 노 원내대표를 지난 2013년 한강에 투신해 숨진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빗대 '오늘의 재기' '회찬하다' 등 고인을 희화화하는 글들이 대표적 예다.

이 같은 희화화 글들은 "돈은 받았다면서 청탁은 없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유서 내용에 대한 합리적 의심과 같은 비판적 여론과 대조된다. 나아가 "자살이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며 드루킹 특검에 진상을 밝혀달라는 목소리도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고인에 대한 인격적 모욕이 없기 때문이다.

노 원내대표가 왜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청렴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특검 수사의 압박을 못 이겨서다', '당에 누가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라는 풀이만 무성하다. 노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그의 죽음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문제는 그 틈새에서 노 원내대표에 대한 도를 넘은 조롱과 괄시가 무분별하게 새어 나오고 있는 점이다. 이런 조롱에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24일 "죽음은 이념을 떠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한 번은 다가올 아픔"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노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정말 순수하게 정치 후원금으로 금전을 받았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정치인은 생전과 사후 국민의 평가를 받는 숙명이 있다. 그렇더라도 망인(亡人)의 존엄과 명예를 무참히 짓밟는 행위는 인간사회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며 비인간적 행위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이는 망인을 관에서 꺼내 두 번 죽이는 '부관참시'와 다름없는 행위이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비통함을 짐작조차 하기 힘든 유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애도하느냐 마느냐는 각자의 판단이다. 다만, 고인을 조롱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가족이 죽었을 때도 남들의 조롱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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