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5일 충북 청주시 한 마을을 찾아 폭염 대비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전을 살폈다. 김 여사가 안향례 할머니의 손을 잡아 안부를 묻고 있다./청와대 제공 |
"친정 어머니 치매셔서 나를 잘 알아보시지 못한다"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김옥림(85) 할머니에게 다가가 "어머니도 한 번 안아볼게요"라며 포옹한다. 이윽고 김 여사는 "몸이 좀 불편하신가봐요"라며 거동이 불편한 김 할머니를 걱정한다. 25일 김 여사는 폭염 속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봉산3리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지난해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침수 피해를 극복했고, 폭염을 대비해 홀몸 어르신들을 직접 챙기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폭염 건강 대비 우수 사례 추천 마을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경로회관에선 건강체조, 노래교실, 치매예방프로그램 등 충북도 자체사업인 '9988행복나누미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마을 이장은 지난해 수해복구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김 여사는 여성 이장인 전영임(71) 씨의 안내로 안향례 할머니(80) 댁을 먼저 찾았다. 안 할머니는 관절통과 치매 증상으로 혼자 거동이 어려워 하루 3시간 요양 보호(장기요양 4등급)를 받고 있다. 이웃집 마당에 청주시의 집수리 지원으로 거주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안향례 할머니를 부축해 마을 경로회관으로 이동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김 여사는 "날은 더워지고, 어르신들 물질하시다, 다슬기 잡다가도 돌아가시고 한다니까 마음이 쓰여 가지고 그래서 한번 와야 되겠다 싶어서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전영임 이장, 흥덕보건소 방문간호사인 윤하용·송혜정 씨와 함께 2평 남짓한 안향례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십니까, 이 더위에"라고 김 여사가 안부를 묻자 안 할머니는 "많이 도와줘서…."라고 말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하셔서 앉아계시는데, 방보다는 이렇게 경로당에도 모시고 가시고, 가서 좋은 프로그램도 하시고, 운동도 하시고 한다고 그래서 제가 이장님도 뵐 겸, 어머님도 어떻게 계시는가 해서 왔습니다"라고 대화를 이어갔다. 안 할머니는 "아이고, 고맙습니다. 이 못난이를 보러 왔으니 얼마나 고마워"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준비한 모시 상의를 안 할머니에게 선물했다. 안 할머니가 입은 상의를 만지며 김 여사는 "이것은 나일론이라서 약간 땀에도 끈적거리는데, 모시옷이라서 땀이 들러붙지 않으니까 내일부터 이거 입으시고 시원하게 나들이 하십시다. 제가 이것 갖고 왔습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경로회관을 방문한 김 여사가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안 할머니는 김 여사의 부축을 받으며 맞은편 5m 거리의 경로회관으로 함께 이동했다. 한 어르신은 김 여사와 포옹하던 중 웃으며 "텔레비전에서만 봤는데 실물 뵈니까 정말 미인이시네"라고 반갑게 맞았다. 김 여사는 "늘 제가 왔는데 멀리서 온 딸처럼 안아주셔서 마음이 놓입니다. 안색도 생각보다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서 마음 놓입니다. 좀 더 많이 신경 쓰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딸 같은' 마음으로 경로회관의 할머니들과 함께 '폭염 건강체조'를 하고, 직접 '폭염 예방 마을 방송'을 하기도 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실내나 그늘에 있을 것, 물 자주 마시기, 음식물 섭취 조심하기 등 폭염 예방수칙을 안내했다.
한 할머니는 김 여사에게 "청와대 구경 좀 시켜줘요"라고 청했고, 김 여사는 "이장님한테 말씀하셔서 가을에 날 좀 보고 같이 오시면 청와대 한번 모실게요"라고 약속하며 "서로 서로 돌보시면서 건강히 계세요. 저도 남편이 대통령이라 둘이 삽니다, 자식들은 다 가서. 서로 보살피며 즐겁게 지내세요"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김 여사의 그간 행보를 보면 '어르신'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평소 국내 노인시설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는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동행했을 당시 자유일정 시간에 노인복지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노인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그림을 그리며 미국의 노인복지와 치매 등 치료 시스템을 살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치매국가책임제'를 약속한 바 있다.
김 여사가 폭염 대비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지난해 12월 연말엔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이날 김 여사는 독거어르신 10분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건강과 안부를 묻는 등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울지 마십시오. 어르신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혼자라 생각하지 마시고 힘내십시오"라며 위로하다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눈물을 보인, 어르신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는 이유가 있었다. 김 여사는 한 어르신과 통화를 하며 "그래도 이렇게 전화 통화라도 잘 하실 수 있는 걸 뵈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제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셔서 딸도, 대통령 사위도 알아보지 못하신다. 이렇게 통화를 하고 있으려니 제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난다"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지난 5월 8일에도 김 여사는 어버이날을 맞아 경기도 남양주의 치매안심센터로 발길을 옮겼다. 김 여사는 치매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친정 어머니가 여든네 살이고 시어머니가 아흔두 살이시다. 친정 어머니는 치매가 되셔서 나를 잘 알아보시지 못한다. 우리 엄마를 뵙는 것 같이 마음이 그렇다"고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드러냈다.
여성으로서 배우자인 문 대통령의 내조를 해온 김 여사는 노인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 한부모 가족, 장애인 등 주로 우리 사회 약자와 소외 계층의 복지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 여사가 보건소 방문 간호사의 폭염 대비 안전 수칙에 대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설명을 듣고 있다./청와대 제공 |
김 여사는 지난 1월 22일 영국 월간지 모노클(MONOCLE)과 인터뷰에서 '부인으로서 문 대통령에게 평소 어떤 조언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내 역할은 문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original intention)에 충실하도록 조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통령께서 듣지 못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최선을 다한다"며 "저는 더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 그리고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나 다른 분야에서 포부가 있는지'에 대해 "남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서 살기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정치 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