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민주당 '친문' 경쟁에서 '진박' 감별이 보인다
입력: 2018.07.23 00:05 / 수정: 2018.07.23 00:05

친문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경쟁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됐다. 사진은 민주당 이해찬 이종걸·김진표·송영길·최재성·이인영·박범계·김두관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큰 사진은 2016년 8·27 전당대회에서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투표하는 모습. /더팩트 DB
'친문'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경쟁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됐다. 사진은 민주당 이해찬 이종걸·김진표·송영길·최재성·이인영·박범계·김두관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큰 사진은 2016년 8·27 전당대회에서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투표하는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내가 어제도 네 서장하고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에서 최익현(최민식)의 대사 가운데 일부다. 권력을 가진 이와의 친분을 과시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과거 권력 유착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현재에도 이런 일들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전히 뉴스를 통해 이런 내용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권력자와의 친분 과시는 비단 어떠한 사건을 통해서만 드러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크든 작든,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만 권력자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거나 사건에 휘말리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최근 우리는 정치권에서 권력자, 그것도 최고 권력자(대통령)와의 관계를 강조하는 모습을 하루가 멀다고 보고 듣는다.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출마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는 이해찬(7선)·김진표(4선)·송영길(4선)·최재성(4선)·박범계(재선)·김두관(초선) 의원 등이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의 입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등의 말을 어렵지 않게 듣는다. 여기엔 '친문'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문 대통령의 인기가 몇 주 사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민주당 내에서 인기는 절대적이다. 이런 이유로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하나 같이 '친문' 혹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의 친문 경쟁은 흡사 지난 2016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친박 경쟁과 유사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3월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을 당시. /더팩트DB
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의 '친문' 경쟁은 흡사 지난 2016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친박' 경쟁과 유사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3월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을 당시. /더팩트DB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친문' '문재인 정부 성공' 등을 내세우는 모습에서 2년 전인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모습이 떠오른다. 출마자들이 듣기엔 거북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상황을 볼 때 유사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은 최대 피해자였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박 대통령의 복지정책을 직접 겨냥했던 유 의원은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사실상 당에서 쫓겨났다. 유 의원과 친분이 있는 의원은 물론 박 대통령을 비판했던 의원들도 공천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하며 좋게 말해 '계파', 나쁘게 말하면 '패거리' 문화의 폐단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에는 또 '대통령 존영' 반납을 둘러싼 논란도 뜨거운 감자였다. 지금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지만, 당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주호영 의원이 필자에게 했던 말도 생각난다. 주 의원은 "할 말이 없다. 하고 싶지도 않다. 아니 대통령 사진 누구나 걸어서 볼 수 있는 거지. 국민들도 걸고 보는데. (당의 요구가) 너무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20대 총선 공천 당시 탈당한 이들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의 존영 반납 공문을 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더팩트DB
새누리당은 지난 20대 총선 공천 당시 탈당한 이들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의 존영 반납 공문을 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더팩트DB

민주당 당 대표 경선과 새누리당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지만, 최고 권력자와의 친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분위기를 보인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문 대통령의 인기를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물론, 민주당 당 대표 경선 후보자들이 '친문'을 내세우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욱 공고히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던 이들의 체득에서 나온 나름의 전략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인기에 영합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당의 역할은 대통령과 정부에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여서는 안 된다. 여당 역시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여당의 '친대통령', '친정부'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체험으로 알고 있다. 또, 이런 일련의 일들로 탄생한 것이 문재인 정부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민은 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문 대통령의 성공은 조건 없는 동조여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의 구호는 '친문'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성공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직언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는 말이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 민주당 당 대표에는 조선 건국 초기 토지개혁에 나섰던 정도전과 시대를 앞서간 개혁가 조광조 같은 인물이 필요해 보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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