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시끄러운 '최저임금'…은밀하게 위대해진 '의원 수당'
입력: 2018.07.23 00:05 / 수정: 2018.07.23 00:05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이는 가운데, 의원 수당 앞에서는 단합을 이루고 있다. 국회는 1988년 법안 개정 이후 국회 자체 결정에 따라 의원 수당을 인상해왔다. 사진은 지난 13일 열린 제36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현장. 국회=배정한 기자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이는 가운데, 의원 수당 앞에서는 단합을 이루고 있다. 국회는 1988년 법안 개정 이후 국회 자체 결정에 따라 의원 수당을 인상해왔다. 사진은 지난 13일 열린 제36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현장. 국회=배정한 기자

국회, 30년간 꾸준히 수당 올려…'국회 규칙'만 따르면 돼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여야는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데 반해, 국회의원 수당에 대해선 '덮어놓고' 단합된 모습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사용자 측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530원으로 의결했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74만 5150원 정도다.

이후 국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찬반이 격렬히 부딪쳤다. 자유한국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함께 망가져 가는 경제 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최저임금 1만 원 대선공약을 공식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민감 업종 종사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 문제는 을과 을, 또는 을과 병의 갈등으로 몰아가선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법 제1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국가가 '적어도 174만 원은 벌어야' 노동자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국가를 위해 일하는' 근로자, 국회의원의 최저임금은 어떨까. <더팩트>는 국민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의원들의 소득 상황과 함께 관련 법안을 살펴봤다.

국민들은 꾸준히 국회의원의 급여를 최저시급 기준으로 책정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사진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 27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관련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국민들은 꾸준히 국회의원의 급여를 최저시급 기준으로 책정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사진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 27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관련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일반 수당만 월 663만원…야식비·급식비·차량 유지비 등 지원

최저임금이 1988년 월 약 9만 6000원(시급 462.5원)으로 시작해 2018년 174만 원이 된 30년 동안, 국회의원 일반 수당은 101만 원에서 663만 원이 됐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 2조는 '국회의원에게 별표 1의 수당을 매월 지급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별표1'은 1988년 12월 당시에 정한 것으로, 국회의원은 101만 4000원을 기본급으로 받는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는 '다만, 수당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이 법이 개정될 때까지 공무원보수의 조정비율에 따라 국회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회의 월급을 국회가 정한다는 뜻이다. 국회의원 수당이 법안 개정 없이도 꾸준히 인상될 수 있었던 이유다. 국회의원은 일반 수당 외에도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받는다. 이 역시 1988년 기준 금액이 명시돼있을 뿐 실제 받는 금액은 국회규칙에 따라 정해진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 또한 국회의장과 교섭단체대표가 협의해 금액을 정한다.

법률소비자연맹 총본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월 평균 88시간 본회의에 참석했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기준으로 월급 약 66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24시간 내내 의정 활동을 한다는 가정하에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42만 원이다.

국회의원 실제 연봉은 평균 1억 4000만 원(2018년 기준) 정도로, 매월 1167만 원 정도 받는 셈이다. 이러한 세비는 구속 수감돼 실질적인 의정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의원에게도 지급된다.

이외에도 국회의원은 보좌진 8명(4급 2명, 5급 2명, 6~9급 각 1명)과 인턴 1명의 고용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며, 관리업무수당(월 58만 원), 정액급식비(월 13만 원), 특근매식비(연 최대 600만 원), 유류비 및 차량 유지비 등을 받는다. 또, 매년 1월과 7월 정근수당 명목으로 일반수당의 50%를, 추석과 설에는 일반수당의 60%를 가져간다. 여기에 최근 논란이 된 '특수활동비'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국회 사무처는 그간 깜깜이로 집행된 입법·정책개발 지원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항소했으나, 지난 5일 2심에서 패소했다. 사진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지난 5일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는 모습. /김세정 기자
국회 사무처는 그간 '깜깜이'로 집행된 입법·정책개발 지원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항소했으나, 지난 5일 2심에서 패소했다. 사진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지난 5일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는 모습. /김세정 기자

◆ 수당 인상, 법으론 막을 수 없어…감시·선거 통한 통제 필요

관계자들은 국회의원 수당 인상을 막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한 방송에 출연해 "일부 국회의원들의 경우 월급이 아깝다"면서도 "지역구 국회의원은 그 돈으로 지역구 관리를 다 해야 한다"며 세비를 받는 입장에서의 고충을 밝혔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지난 3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회의원도 최저임금을 받게 하라'는 국민청원이 끊이지 않자 SNS 방송을 통해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청와대가 결정 할 수 없다"면서도 "청와대가 해결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의견을 모아주신 것이 국민들의 뜻, 민심이다"고 전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8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 세비 인상을 언제나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 상승,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면 IMF와 같은 상황이 아닌 이상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의원들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하는데, 만약 그들이 입법활동을 통해 더 좋은 제도를 만들고 사회를 바꾼다면 그것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큰 가치"라고 했다.

이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에게 직접 선출되어 높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가 유일한 입법기관으로서 가장 많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헌법이 아니라면 국회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선거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자진해서 검증을 받겠다는 뜻에서 외부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수당을 결정한다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려고 하질 않는다"며 "때문에 언론의 감시로 간접적인 통제를, 선거로서 최종 심판을 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국회는 지난 5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 임금(식대·숙박비·교통비 등)이 해당 연도 월 최저임금액의 각각 25%와 7%를 초과할 경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당시 본회의 의결 상황. /이새롬 기자
국회는 지난 5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 임금(식대·숙박비·교통비 등)이 해당 연도 월 최저임금액의 각각 25%와 7%를 초과할 경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당시 본회의 의결 상황. /이새롬 기자

◆ 국회의원 보수체계 개편안, 통과 여부 미지수

실제로 발의된 국회의원 수당 관련 개정안은 대부분 계류 상태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이에 관해 지난 3월 국회의원 보수체계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세비를 현행 '수당' 개념에서 '보수(연봉+수당)' 개념으로 변경하고, 비과세 항목인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정 전 국회의장의 개편안은 외부인사로 구성된 '국회의원 연봉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세비 책정을 일임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한다. 해당 안건은 당시 구체적 제도 개선 사항에 관한 논의를 다음 소위로 넘기게 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의원 구성이 바뀌는 하반기 운영위에서 개편안을 재검토하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이외에도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의원 구속 시 수당, 입법활동비 등을 모두 환수하고 무죄가 확정되면 돌려주는' 내용을,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구속 시 앞서 지급했던 수당까지 전부 환수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백 의원의 발의안은 대안반영 폐기된 상태며 정 의원의 발의안은 정 전 국회의장의 개편안과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11월 본회의에서 보좌진 1명 증원이 포함된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을 찬성 151명, 반대 28명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가 국회의원 세비 2.6% 인상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으나, 12월 예산안을 급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감 없이 의결됐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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