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왼쪽) 자유한국당 혁신 비대위원장이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운영 방식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사진은 기자간담회 참석을 위해 이동 중인 김 위원장 /국회=문병희 기자 |
김병준 "과거 지향적 인적청산 반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신임 혁신 비상대책위원장표 혁신이 얼추 윤곽을 드러냈다. 당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작 김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골프 접대 의혹 논란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또한, 김 위원장이 한국당 혁신의 제1과제로 꼽혔던 인적청산과 관련해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김병준표 혁신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일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새 가치·규칙 제대로 세우는 것"
김 위원장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운영 방향에 대한 뜻을 기자들에게 풀어놨다.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림이 얼추 드러났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병준 위원장. /문병희 기자 |
우선 '당의 새로운 가치 정립'이다. 그는 이날 당직자 임명과 관련해 말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새로운 가치와 규칙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라며 "제가 생각하는 가치와 이념, 기치 이것을 가장 잘 아는 분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임명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가치라는 게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 보수정치권이나 중도정치권은 진보진영에 비해 특정 가치 점유에 있어 부진했다"며 구체적으로 '자율'을 얘기했다. 그는 "국가가 시민사회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국가 주도로 경제사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주체들, 공동체 주체들이 좀 자율적으로 국가를 만들어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미래 지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 역사의 아픔이다. 근데 두 분의 잘못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그분들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우리 국민이고, 한국당"이라며 "그분들이 감옥에 간 것에 대해 잘못했다, 잘했다라고 하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보정해서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게 답"이라고 했다. 즉 과거에 대한 평가, 질책보단 미래를 바라보며 혁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인적청산에 대해선 "과거 지향적 인적청산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문병희 기자 |
◆"과거 지향적 인적청산 반대"…인적청산에 소극적
인적청산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친박(親 박근혜)계 인적청산과 관련 "과거 지향적인 인적청산은 반대"라고 했다. 다만 당협위원장 교체와 관련해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제가 말하는 가치나 이념체계 노선에 대해 같이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될 수 있으면 그렇게 가려지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셨으면 좋겠고 다같이 새로운 기치를 들고 미래를 향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탈락자가 없게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물거나 인적청산은 하지 않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간담회 막바지에 "늘 우리 정치의 큰 문제점이 사람만 바꾸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그 무언가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들께 얘기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소신은 분명했지만, 인적청산 없이 혁신 비대위가 성공했단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인적청산은 한국당 혁신에 있어선 가장 중요한 점으로 제시돼 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인명진 비대위원장-홍준표 대표 체제에선 친박계에 대한 인적청산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 결과 한국당은 여전히 계파 갈등 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기자간담회 도중 물 마시는 김병준 위원장. /문병희 기자 |
◆취임 동시 번진 '골프 접대' 의혹
한국당의 인적청산 등 혁신에 나서야 할 김 위원장이지만, 개인 논란 먼저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취임 첫날이었던 17일, '골프 접대 의혹'이 번졌다. 그가 대학교수 시절이던 지난 8월 함승희 당시 강원랜드 회장 초청을 받아 하이원리조트에 있었던 KLPGA 투어 프로암(Pro-Am) 경기에 나섰는데 이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이란 의혹이다. 의혹을 단독보도한 SBS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골프 비용과 기념품·식사비용을 포함해 118만 원 어치의 접대를 받았다는 내부 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다만 함 전 회장은 "다 합쳐 6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18일) 기자간담회에서 "골프 접대라고 하기엔 좀 곤란하다"며 "초대를 받아서 간 것인데 솔직히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대해선 제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상식선에서 프로암 대회 골프를 한 번 하고 온 정도인데 그 비용이 과연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범위를 넘었냐 안 넘었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한국당은 김 위원장의 골프 접대 의혹이 불거진 시기를 놓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 회의 후 "당의 체제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비대위원장을 어렵게 선출해 모신 어제 불가피하게 언론에서 그런 기사가 나왔어야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의 초청으로 KPGA 투어 프로암 대회에서 118만 원 어치의 골프 접대와 기념품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강원랜드 내부 고발자에게 이런 내용을 제보받아 지난 1월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같은 해 3월 경찰청에 사건을 송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