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전직 대통령 재판 연기 유행? "현 정부에 정치적 항의"
입력: 2018.07.16 00:05 / 수정: 2018.07.16 00:05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또 다시 연기됐다. 사진은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 투표에 참여한 모습. /남용희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또 다시 연기됐다. 사진은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 투표에 참여한 모습. /남용희 기자

전두환·이명박·박근혜 잇따른 재판 연기, 그 속내는?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최근 전직 대통령의 재판 연기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지난 12일 "증거가 방대해 검토를 완료하지 못했다"며 오는 16일 재판에 대해 기일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 전 대통령은 애초 5월 28일로 예정된 첫 공판을 사흘 남겨두고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며 6월 16일로 연기 신청한 바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 연기는 사실상 전 전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앞서 1996년 12ㆍ12 군사반란 및 비자금 혐의 등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은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변호인단을 모두 물리쳤지만, "강제 인치될 수 있다"는 재판부의 경고와 교도소장의 설득 끝에 대법정에 서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재판 불출석은 물론 이후 재판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효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재판 불출석은 물론 이후 재판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효균 기자

◆ 박근혜 없는 박근혜 재판…"건강 나빠 출석 힘들다"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에 불출석했고, 이에 재판부는 재판을 이틀 연기했다. 또, 그의 지난 6월 8일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첫 재판 역시 피고인 불출석으로 인해 연기됐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어 그와 관련된 재판은 피고인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 중이다. 형사법상 피고인은 법정 출석 의무가 있지만, 형사소송법 277조2항에 따라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을 연기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세 번째 공판을 앞두고 변호인을 통해 "현재 상태로는 내일 출석이 힘드니 재판 연기를 요청했으며 재판부가 요청을 받아들여 기일이 다음 달 4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재판부가 묻고 싶은 게 있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기일에는 안 나가겠다"며 2차 공판에 불출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을 연기하면서 "'강제구인'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이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하면 지연이란 비난을 받을까 싶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 진행이 가능한지 물었는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지난달 28일, 이달 6일 등 건강상 이유를 들며 여러 차례 공판을 연기 신청했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의 재판 불출석과 그에 따른 재판 연기는 사실상 전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각각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의 재판 불출석과 그에 따른 재판 연기는 사실상 전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각각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전문가 "법적 의무와 책임 다하지 않은 것"·"현 정부와 사법당국에 항의 표시"

전문가들은 13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전직 대통령들이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이 하나의 '정치적 행위'라고 분석했다. 김남국 변호사는 "일반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불출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전직 대통령에 한해 정치적으로 재판을 거부하고 있지만, 이는 피고인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부친상을 당한 와중에도 재판에 출석한 증인의 사례를 전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일반 피고인들이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재판부에는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고,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결과에 매우 좋지 않다"며 "변호인은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천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의 대응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교도관에 의한 인치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강제 구인을 통해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직 대통령이기에 최대한 배려해주는 모양을 갖춰 어느 정도 지연되기는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불출석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항의를 보이는 것이다"며 "이를 통하여 현 정부와 사법당국이 조금이라도 곤란함을 겪도록 하는 것이 자신에게 심리적 보상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스스로 돌이켜 보아도 법리적으로 형사처벌을 피할 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계속 재판정에 수갑 차고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기대어 구치소에 머물다가 조용히 선고를 받고 교도소로 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maro@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