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국회 내 종교 모임, '화합의 장' 또는 '내 종교 챙기기'?
입력: 2018.07.15 00:05 / 수정: 2018.07.15 00:05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와 가톨릭 신자 의원들의 간담회는 의원들이 당적, 정치 이념과 상관없이 믿음으로 하나 된 순간이었다. 사진은 지난 6일 갤러거 대주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톨릭신자 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와 가톨릭 신자 의원들의 간담회는 의원들이 당적, 정치 이념과 상관없이 '믿음'으로 하나 된 순간이었다. 사진은 지난 6일 갤러거 대주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톨릭신자 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념 떠나 믿음으로 합일…법안 형평성 논란도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국회 내 종교 모임은 정치 이념을 떠난 화합의 장인 동시에 종교의 가치를 대변하는 이익 집단의 성격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일 국회에서는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와 가톨릭 신자 의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갤러거 대주교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교황청은 한국 국민을 위해 날마다 봉사하는 여러분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악을 분별하는 법을 아는 것은, 생명존중과 평화와 인간발전 같은 드높은 이상을 실현하는 법을 아는 것은 지적 통찰의 문제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직접 위로부터 주시는 은총이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등이 참여했다. 의원들이 당적, 정치 이념과 상관없이 '믿음'으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소위 '정치·종교 얘기 꺼내면 사이 틀어지기 십상'이라지만, 국회의원들은 정무에 바쁜 틈틈이 신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는 국회 내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종교 모임과 그 활동 내용을 살펴봤다.

국회조찬기도회가 국가조찬기도회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는 역대 대통령들이 참석해 연설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행사다. 사진은 지난 3월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 모습.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국회조찬기도회가 국가조찬기도회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는 역대 대통령들이 참석해 연설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행사다. 사진은 지난 3월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 모습.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 함께 모여 교리 공부…기념행사·외부 활동도 주최

국회 개신교 모임으로는 국회조찬기도회가 있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인천 계산중앙교회 권사인 안상수 한국당 의원과 전북 익산성산교회 권사인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등이 소속돼있다.

국회조찬기도회는 매달 첫째 주 수요일 국회에서 정기 예배를 연다. 국회조찬기도회가 국가조찬기도회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는 역대 대통령들이 참석해 연설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행사다. 올해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50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를 맞아 축사했다.

국회 정각회는 불교 모임으로, 평소 불심이 깊기로 유명한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 회장을 역임 중이다. 주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을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성문 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이 구명 활동을 펼칠 정도의 '불교통'이다.

주 의원 외에도 추미애 민주당 당 대표,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가 이곳에서 활동한다. 정각회 역시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국회에 법당을 차려놓고 월례 법회를 진행한다.

13일에는 국회법우회와 함께 '고려개국 1100주년 기념- 고려 불화 보전과 전승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또, 성지순례 행사도 열린다. 18대 인도, 19대 중국에 이어 20대 국회 일부 의원들이 지난 3월 스리랑카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이 이끄는 천주교 가톨릭신도의원회는 민주당 문희상·박영선, 한국당 나경원·유재중, 정의당 이정미·심상정,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신년·성탄절을 맞이하거나 정기국회가 열릴 때는 염수정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기도 한다.

지난 2013년에는 가톨릭신도의원회 소속 의원 53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국제 공조를 요청한 바 있다. 청원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참상을 알리고 국제 공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내 모임 종교 모임에서 논의한 바가 법안 발의 과정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회정각회 주최로 열린 갑오년 신년 법회에서 자승 스님과 의원들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회 내 모임 종교 모임에서 논의한 바가 법안 발의 과정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회정각회 주최로 열린 갑오년 신년 법회에서 자승 스님과 의원들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 종교적 가치 반영한 법안…형평성 논란도

국회 내 모임 종교 모임에서 논의 내용이 법안 발의 과정에 반영된 사례도 있다. 이는 국민의 일부인 종교계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점에서 정당한 입법행위라 볼 수 있는 한편, 특정 종교에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국회조찬기도회 회장 김진표 의원은 종교인 과세 제도 시행을 2018년에서 2년 더 연기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소득세법 시행령 의결 과정에서 개신교 측이 요구해왔던 종교 단체 세무조사 금지 등의 조항을 포함하는 데에 앞장섰다.

김진표 의원은 법안 발의 직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나 개신교 단체에서는 그의 행보에 지지를 보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제55회 전국 목사·장로 기도회에서 종교인 과세 정착에 노력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당시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 시행 이전에도 전국의 대부분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세금을 자발적으로 내왔다.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마치 목회자들이 세금을 안 내려 꼼수를 부린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게 안타까워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또 기독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갈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각회 회장 주호영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개신교의 반발로 폐기됐던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쓰고 있다. 주 의원은 지난 2016년 BTN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유럽 EU 국가들은 혐오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규정들을 다 가지고 있다"며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각회 명예회장 강창일 의원의 경우, 전통사찰의 경내지 범위를 명확히 하는 전통사찰법과 전통사찰의 건축물 양성화를 위한 건축법, 지방세 특례제한법, 자연공원법, 농지법 등 사찰의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법률안의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가톨릭신도의원회 회장 오제세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최근 발의한 장애인 학대 조사권 강화 관련 법안에 대해서 "교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약자와 소외계층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기에 늘 맘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에서는 생명존중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각별히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명 존중 관련 법안, 즉 사형제 폐지, 연명 치료, 낙태법 등과 관련해서 천주교 측과 함께 논의한다는 설명이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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