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최될 '퀴어퍼레이드'에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권의 견해는 지지, 반대, 타협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사진은 2017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현장. /임세준 기자 |
국민 찬반 대립…"차별에 저항" vs "혐오스럽다"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성소수자들이 자긍심을 드러내며 도심에서 모이고, 행진하고, 공연하고, 환호한다." "그들의 혐오스러운 행사를 우리가 쉬고 누려야 할 광장에서 보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다."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올해도 찬반이 극명히 대립하고 있다.
'퀴어'란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단어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2000년 9월 성소수자들이 대학로를 행진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차별에 반대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종로, 청계천, 홍대, 신촌 등 성소수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열렸던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건 지난 2015년부터다.
주최 측은 "지난해 5만 명 이상이 참여했고 올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지만,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매년 퀴어퍼레이드 근처에서 진행됐던 종교 단체 등의 '반대 집회'는 올해도 개최될 예정이다.
또, 지난달 1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구 동성로/서울 시청광장 퀴어행사(동성애축제)개최를 반대합니다' 국민 청원은 21만 명(7월 13일 기준)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청원인은 "도대체 대한민국의 0.5%도 안 되는 동성애자들 때문에 왜 이렇게 선량하고 지극히 정상인 일반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냐"고 호소했다.
서울퀴어퍼레이드의 19년은 이처럼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는 '갈등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퀴어를 바라보는 정치권도 찬반으로 갈리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 삶을 돌보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더팩트>가 알아봤다.
청와대는 "제도적으로 퀴어퍼레이드를 막을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열린 제17회 서울퀴어퍼레이드 현장. /더팩트 DB |
◆ 지지 - "차이 존중하고 공존해야"
정의당은 당차원에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당내에 성소수자위원회가 존재하며, 6.13 지방선거 당시 장대범 전남 광양시의원 후보가 당 강령에 반하는 '성소수자 치유 및 치료센터 설립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자 그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3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금 대한민국엔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숫자가 다수가 아니라고 해서 차별받거나 배제당하는 일이 없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퀴어퍼레이드 참여 계획을 밝히며 "우리 사회가 좀 더 차이를 존중하고 함께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원하는 뜻에서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 안에서 아직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과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퀴어퍼레이드를 통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타협 - "민주주의적 표현 막지 못해"
청와대는 "제도적으로 퀴어퍼레이드를 막을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13일 청와대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서울광장은 광화문광장과 달리 사용 시 허가가 아니라 신고 대상이다"며 "청와대가 허가하거나 금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비서관에 따르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경우 2016년과 2017년, 2018년 서울시 조례에 따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쳤으며 광장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는 "행사 당일 경찰에서 인력을 배치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황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20대 국회 상반기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퀴어퍼레이드는) 그분들 요구와 주장에 동의하느냐 여부와는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및 기독교 단체는 해마다 퀴어퍼레이드 당일 반대 집회를 열고 동성애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보수단체 및 기독교 단체의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 모습. /더팩트DB |
◆ 반대 - "많은 국민 반대 있어… 우려스럽다"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인사들은 주로 종교적 교리를 근거 삼는다. 지난 2016년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많은 국민의 반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지속적으로 강행하여 갈등과 분열을 조절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시장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문수 전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6월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했을 당시 "박 시장이 허용한 퀴어 축제는 음란 축제"라며 "축제 지원을 중단해 음란문화를 뿌리 뽑을 것"이라 공약한 바 있다. 천주교 신자인 김 전 후보는 평소에도 동성애를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한편 서울퀴어퍼레이드는 1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광장→을지로 입구→종각→종로2가→명동→서울광장 4km 코스로 진행된다. 특별 부스로는 13개국 대사관과 주한유럽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역 커뮤니티 등 105개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