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국군 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서 의혹 등을 수사할 독립수사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송영무 국방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조사단 설치를 발표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및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 논란 일파만파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우리나라 군의 유일한 수사정보기관인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가 박근혜 정권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고, 세월호 유족 사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자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가 계엄령을 검토한 문건 작성 의혹과 세월호 유족에 대한 사찰을 지시한 의혹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꾸려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특별 지시했다. 송 장관은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군검찰과 별도의 독립적인 수사단을 구성해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진실을 규명하고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엄중하게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군 인권센터(센터)는 이날 오후 기무사 계엄령 준비 문건의 책임자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과 작성자인 소강원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당시 기무사 1처장)을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센터는 시민들의 평화로운 저항권 행사를 '종북'으로 규정하고 진압의 대상으로 보고, 위수령을 적극 악용해 국회의 적법한 권한행사를 방해하려는 계획을 담고 있으며, 정상적 군 지휘 체계를 벗어나 군령권을 지닌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사령관을 맡기기 위한 계획을 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발장에 적시했다.
센터는 지난 6일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간 선고 시 군의 촛불 집회 대응 방안'을 담은 문건의 상세 내용을 폭로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초 작성된 이 문건에는 "국민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해 대응하고 상황 악화 시 계엄 시행을 검토한다"고 적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10일 청와대가 밝혔다./사진=뉴시스 |
또, 이 문건에는 구체적인 계엄 계획이 세워져 있다.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기무사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기각)이 나오면 서울 시내에 군 병력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전사 1400명을 투입할 방침이었다. 앞서 센터가 "탱크와 장갑차로 지역을 장악하고 공수부대로 시민들을 진압하는 계획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흡사하다"며 "명백한 쿠데타 계획"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사를 통해 연루자들의 위헌·위법행위가 밝혀질 경우 형법상 내란예비음모에 해당하는지로 관심이 모아진다. 법조계에서는 계엄령 시행 방안을 수립한 것은 내란예비음모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법률사무소 '디딤' 형사전문 주창훈 변호사는 <더팩트>에 "(군 정보당국인) 국군 기무사령부가 민간인을 사찰한 것을 두고 내란예비음모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탄핵기각에 대비해 계엄령 시행 방안을 수립한 것은 내란예비음모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합리적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 기본권의 막대한 제한이 발생하고, 국가기관의 권한이 정지되는 계엄령을 검토하였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준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내란예비음모죄는 국토를 참절(국토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함부로 차지하여 주권을 빼앗으려고 함)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준비하는 경우 성립하는데, 이 때,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라 함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형법 제91조 제1호)'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같은 조 제2호)'을 말한다고 부연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상 계엄군으로는 육군에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을 동원한다고 계획했다./군인권센터 홈페이지 |
익명을 요구한 한 로펌 소속 A 변호사는 통화에서 "(기무사의 문서를 보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어느 정도 나왔다. 군사와 탱크 등 무기 등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행 계획이 나와 있기 때문에 내란예비음모로 충분히 볼 여지가 있다"면서 "따라서 정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법리적으로 봤을 때 범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내란예비의 목적이 있는지에 따라 내란예비음모죄에 해당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중한 목소리도 제기된다. 즉, 계엄령을 검토하고 문서를 만든 행위 목적이 국민적 폭동을 우려해 진압할 목적이었느냐, 군대를 움직여 국민을 탄압할 목적이었냐는 것이다. 헌법은 계엄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한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제하' 전세준 변호사는 통화에서 "기무사가 헌재의 박 전 대통령의 기각으로 인해 국민이 동요, 폭동이 일어날 것을 제압하자는 취지였다면 내란예비음모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에 나온 권력기관인 헌재의 판결에 수긍해야 하는 것도 국민의 의무인데, 박 전 대통령이 퇴진하길 바라는 다수의 여론인 상황에서 그것(폭동)을 제압하기 위해 기무사와 군대를 일으키려 했다면 현행법상 그 자체가 죄가 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못 받아들여 군대를 동원해 계엄령을 내린다면 당연히 내란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김인숙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무사 계엄령 준비 책임자를 내란음모죄 등으로 고발하기 위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던 중 고발취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센터에 따르면 당시 조 전 기무사령관이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센터는 계엄사령관으로 내정된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과 병력 동원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홍모 전 수도방위사령관(현 육군참모차장) 등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누가 지시를 했느냐다. '계엄령 문서' 작성 시점상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 대행과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이 거론된다.
'계엄령 문건'을 최초 공개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계엄을 만약에 발동한다면 위수령도 마찬가지이지만, 그것은 국방부 장관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당연히 윗선이 있었을 것이다. (윗선에) 보고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