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재용 만난 文대통령, 집권 2년 차 '경제 핸들' 트나
입력: 2018.07.10 05:00 / 수정: 2018.07.10 13:14

문재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 함께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여 신규라인에서 생산된 휴대폰에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인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 함께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여 신규라인에서 생산된 휴대폰에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인도)=뉴시스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경제정책 기조 변화로 볼 수 있나"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현지 삼성전자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자 뒤따른 시선이다. 핵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첫 만남'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분배에 초점을 맞춘 '소득주도성장론'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올 들어 경제지표는 악화했고, 기대했던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기업의 혁신 성장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이다. 취약계층, 저임금, 일반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고 내수를 활성화해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이에 대해 "경제의 중심을 국가와 기업에서 국민 개인과 가계로 바꾸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라고 설명했다. 즉, '불공정한 구조'를 바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이재용 부회장 만난 이유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여 테이프커팅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사진(인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여 테이프커팅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사진(인도)=뉴시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인도 만남'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재계에선 국가원수와 대기업인 삼성전자 총수 간 '만남' 그 자체만으로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 변화의 가늠자로 여겨지고 있다. '적폐청산'을 국정기조로 불·탈법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제인과 거리를 둬온 문재인 정부가 국정농단 세력에 뇌물을 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는 사실 자체가 큰 변화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삼성그룹 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이 부회장을 만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만남을 먼저 제안한 주체가 확인되지 않지만, 청와대는 이 부회장의 참석 여부를 놓고 내부 격론을 벌이며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삼성 쪽의 상당한 소통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재판이 문 대통령이 아직 재판 중인 이 부회장과 대통령이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왜 오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지금까지 대통령 경제 행사에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인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인도)=뉴시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준공식 행사장 입구에서 이뤄졌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다가가 두차례 가량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준공식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IM 부문장(사장) 등과 함께 참석했다.

이 부회장을 따로 불러 5분간 접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며 "인도가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는데 삼성이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고 말한 뒤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 지선 후 기류 변화 감지?…"타이밍 고민"

경제정책 기조 기류 변화는 6·13 지방선거 이후 감지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내부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과거에는 청와대가 기업을 만나면 뭔가 뒷거래가 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그런 것이 없지 않나.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만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경제정책 라인 수석비서관을 전격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책임을 물은 문책성 인사라는 게 대체적 평가였다. 문 대통령은 그 다음 날엔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시작 3시간 전에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회의안을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답답하다"며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인도 삼성전자 준공식 축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오늘 준공한 노이다 공장이 인도와 한국 간 상생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경제기조 변화의 시그널로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이재용 부회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인도 뉴델리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인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이재용 부회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인도 뉴델리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인도)=뉴시스

그러나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임 실장은 경제·일자리수석 교체 당시 "지난 1년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을 정립하는 기간이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2기를 맞아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실행함으로써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실 수 있는 성과를 신속하게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장병규 4차산업 혁명위원장도 지난 8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기조인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 3축은 시기별로 우선순위가 조정돼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분야가 그동안 무심했기 때문에 한 번은 한쪽으로 가야 하지만, 어느 타이밍에 (우선순위를 혁신성장 쪽으로) 조정할지에 대해 (정부가) 고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8~11일 인도를 국빈 방문한 데 이어 11~13일 싱가포를 국빈방문 한다. 두 나라는 모두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있어 중요상대국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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