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눈먼 돈' 특활비 민주·한국, '폐지 유보적'…"민심을 모른다"
입력: 2018.07.09 14:51 / 수정: 2018.07.09 16:00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보다 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사진은 홍영표(왼쪽)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모습. /문병희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보다 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사진은 홍영표(왼쪽)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모습. /문병희 기자

줄줄 세는 '특활비' 혈세 매년 80억…불분명한 지출도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국회 특수활동비가 사실상 '눈먼 돈'처럼 쓰였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야권 일부는 특활비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특활비 폐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하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비밀리에 수행되는 업무 특성상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돼 '깜깜이 예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고, 참여연대가 5일 공개한 2011년부터 3년간 국회 특활비 세부 명세에서 최종 수령인을 알 수 없는 특활비만 59억 원에 달하는 등 불분명한 지출 명세도 발견됐다고 공개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특활비를 폐지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8일 "정말 특수활동비로 써야 할 부분이 어느 정도까지 있는지를 여야 원내대표끼리 진지한 의논이 필요하다"면서 "특활비가 나눠먹기식, 정액월급인 것처럼 운영되고 있다면 이 부분은 적어도 폐지가 맞다. 영수증 제출도 없이 현금을 나눠 주고 쓰는 것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활비 폐지를 촉발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5일 '특활비가 '눈먼 돈'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은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국민의 세금인 만큼 투명한 예산 관리가 이뤄져야 하고 국회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특활비는 감액이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면서 '특활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교섭단체 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이라는 이유로 특활비를 매월 제2의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해왔다. /더팩트DB
국회는 교섭단체 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이라는 이유로 특활비를 매월 '제2의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해왔다. /더팩트DB

반면 민주당과 한국당, 민주평화당은 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활비 제도를 투명하게 운용하면 비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부 항목들을 가능한 한 다 공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특활비 제도 개선을 위해 법적인 의무사항까지 지출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도 "아직 완전한 폐지는 아니"라고 말했다. 평화당 역시 특활비 폐지보다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당과 일부 야당은 투명성을 담보해 국민적 불신을 없애겠다는 취지에서 특활비 폐지에 유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특활비가 사적으료 유용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셈이다. 또 특활비를 폐지하면 국정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선미 참여연대 간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당과 제1야당이 제도 개선하는 방침은 실망스럽다"며 "공분이 큰 여론이 어느 정도인지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에 공개된 특활비 사용 내역을 보면 불필요한 예산도 있었기에 (특활비를) 대폭 없애자는 대안이 제시돼야 하는데 투명성은 미흡하고 소극적인 수준"이라며 "투명성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특활비는 기밀성이 전제돼야 하는 돈이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최근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김세정 기자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최근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김세정 기자

특활비 폐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거대 양당이 반대 견해를 보이면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특활비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는 결국 다수의 싸움인데 민주당과 한국당이 반대한다면 사실상 특활비가 폐지되기는 어렵고, 의원 개개인별로 기본적으로 특활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활비 사용을 법제화·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특활비 자체가 국민 불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특활비를 법제화해 투명하게 하고 기밀 등을 이유로 투명하게 할 수 없는 부분은 사후 검증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특활비라는 이름으로 모호하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면 지금과 별 다를 게 없을 뿐만 아니라 특활비 내용과 범위가 왜곡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특활비의 사용까지도 국민적 불신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론조사 전문기업 리얼미터가 9일 CBS 의뢰를 받아 지난 6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중 9명은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제도를 개선 또는 폐지를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 제공
여론조사 전문기업 '리얼미터'가 9일 CBS 의뢰를 받아 지난 6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중 9명은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제도를 개선 또는 폐지를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 제공

한편 국민 대다수는 제도 개선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를 받아 지난 6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국회의원 특활비에 대해 '투명한 공개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52.8%, '폐지해야 한다'는 대답은 42.3%로 집계됐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2.1%에 그쳤다.

앞서 참여연대는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국회사무처에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그 현황을 공개했다. 참여연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교섭단체 대표들은 월 6000만 원,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은 매월 600만 원씩 지급받았다. 또한 국회의장 해외순방이나 국회의원의 외국 시찰 등 의원 외교활동에도 3년간 61만2000달러, 약 7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쓰였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