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사 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장 실장이 지난 5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구본무 회장의 빈소를 찾은 모습./남용희 기자 |
<TF춘추聞>은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春秋館)을 드나들며 보고 듣는 짤막한 설왕설래(說往說來)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춘추관이라는 명칭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됐으며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경제지표 악화에 국민연금 인사개입 논란까지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위기에 처했다. 최근 악화된 경제지표로 함께 호흡을 맞춰온 경제·일자리 수석을 떠나보낸 데 이어 이번엔 '국민연금 인사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라인의 실세로 꼽혀온 그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롭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몸살 감기로 나흘 간 휴식을 취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는데, 이날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그런 말까지 듣게 되었으니 민망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부터 쉬어야 한다""주 52시간제 과연 가능할까"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4일 복귀한 문 대통령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야기들만 들려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간 최근 들어 최저임금법 개정,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책을 두고 연이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정책을 시행해가면서 그 정도의 의견 차이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 때 당정청 소통 강화를 강조했는데 현 상황에서 문제가 없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도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장 실장의 인사 개입 논란에 대해 "덕담 차원"이라고 했다가 "권유한 것은 맞다"고 해명했다./남용희 기자 |
○…여기에 다음 날인 5일,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소득세제 개편안에 반기를 들며 엇박자를 노출했다. 김 대변인은 "어제 기재부에서 장관님이 하신 말씀이나 고위 관계자가 한 이야기와 청와대 입장에는 차이가 없다"면서 "이게 어떤 관행의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고 갈등설을 일축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이름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일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장 실장 추천을 받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모에 지원했다 탈락했다는 의혹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5일 오전 "장 실장은 추천한 것이 아니라 덕담으로 전화한 것"이라고 했다가 3시간 만에 "장 실장이 지원해보라고 전화로 권유한 것은 맞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커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장 실장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과 함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장 실장 수하의 경제 담당 수석비서관 2명이 경제 실정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교체됐다. 그리고 다음 날인 27일 그의 추천을 받은 인사가 탈락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기금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자 3명 중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선 장 실장은 6일 오전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현안점검회의에 불참했다. 이를 놓고 "수하 수석들 손발이 잘릴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신임 윤종원 경제수석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청와대 정책실장이 추천했는데도 CIO 공모에서 떨어진 건 장 실장 입지가 그만큼 예전같지 않다는 방증 아니냐" 등의 시선이 잇따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일 인도 삼성전자 현지 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20일 구본부 회장의 빈소를 찾은 모습./남용희 기자 |
○…문 대통령이 오는 8일부터 5박 6일간 인도와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동 여부를 놓고 뒷말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인도 국빈 방문 중 오는 9일 삼성전자 현지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은 이번 만남이 최근 들어 경제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가 재벌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올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을 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6일 '청와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인도 준공식에 초청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진 않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을 만나고 삼성 준공식에 가는 것이 문 대통령 경제 행보의 변화라고 볼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변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