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권성동 비난 일부 시민들, 알고 보니 '박근혜 지지자들'?
입력: 2018.07.07 00:05 / 수정: 2018.07.07 00:05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4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출석하자 인과응보라고 꼬집었다. 사진은 권 의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던 당시. /이새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4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출석하자 "인과응보"라고 꼬집었다. 사진은 권 의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던 당시. /이새롬 기자

이번 한 주도 정치권은 역시 떠들썩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여당에선 친문(親 문재인) 의원들이 모이는 '부엉이 모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란이 됐습니다. 구태 정치의 모습 중 하나인 '계파 정치'를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여전히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상대책위 체제의 선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친박(親 박근혜)계와 비박(非 박근혜)계의 갈등이 극심합니다. 이 와중에 '강원랜드 채용 청탁' 의혹을 받는 권성동 의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잘 나가던' 민주당에 때아닌 親文 '부엉이 모임' 논란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여권의 대승(大勝), 야권의 참패(慘敗)였던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이제 뽑을 사람도 뽑았으니 정치권도 일하는 데 집중을 해야 할 텐데, 여의도 국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지지부진한 원구성 협상으로 인해 국회는 멈춘 상태이고, 선거에서 패배한 야권에선 그저 당을 수습하는 데에만 온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이번 주엔 야권이 아닌 여권이 매우 시끄러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연일 지지율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는 여당에서 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요? 먼저 이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친문(親 문재인) 의원들의 모임인 부엉이 모임의 실체가 알려지며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부엉이 모임 의원들은 사실상 모임을 해체했다./청와대 제공
친문(親 문재인) 의원들의 모임인 '부엉이 모임'의 실체가 알려지며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부엉이 모임 의원들은 사실상 모임을 해체했다./청와대 제공

◆'밥 먹는 모임'? '계파 사조직'?… 與, '부엉이 모임' 논란에 떠들썩

-민주당의 '부엉이 모임'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이 떠들썩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을 밤낮으로 지키겠다는 뜻인 것으로 알려진 부엉이 모임은 친문(親문재인) 의원들의 사조직으로 알려져 계파주의가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여권에서 일어난 일이라, "민주당이 국민 지지를 좀 받는다고 거만해지니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꼬집는 시선들도 있습니다.

-결국 이 모임의 해산이 결정됐죠?

-맞습니다.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은 "밥 한 끼 먹는 친목 모임"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는데요, 결국은 해산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모임의 좌장 격인 전해철 의원은 5일 구성원들이 해산에 공감했다고 밝혔고, 간사 역할을 했던 황희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죠. 친문 패권주의, 계파주의, 계파모임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죠. 어쨌든 일단락되는 듯한 모양새지만 야권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이 SNS를 통해 부엉이 모임 해산 사실을 밝히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희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황희 민주당 의원이 SNS를 통해 '부엉이 모임' 해산 사실을 밝히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희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또 8·25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이어서 더 논란이 된 것 같습니다. 당권을 잡기 위한 계파 모임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죠. 여기에 전해철 의원 등 친문 후보들이 당권 주자로 거론되면서 세(勢) 결집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죠. 여러 사정상 모임을 해산하는 것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에 소속 의원들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임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그러더라고요. 보도에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사람들 눈을 피해 여의도를 벗어나 마포에서 모임을 했다는 것에 나름대로 재밌는 논리를 폈는데요. '카톡=공개모임, 텔레그램=비공개 모임', '여의도=공개 모임, 마포=비공개 모임'인 것이냐고요. 유치한 주장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는데요. 친목 모임인데, 계파모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우리가 어떤 회사라고 치면, 당구·골프 등 동호회가 있을 것인데, 부엉이 모임도 같은 것"이라고 두 번 세 번 강조하더라고요. 또 친문 의원들이 주축이 된 것에 대해 "서먹서먹한 사람끼리 모여 식사하면 서로 얼마나 불편하겠냐"면서 황당하다는 듯 실소를 터트리더라고요. 어쨌든 부엉이 모임이 해산하기로 결정되면서 논란이 차츰 수그러들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는 권성동 의원. 권 의원은 강릉시민분들께 송구하다면서도 특별 수사단의 법리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새롬 기자
법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는 권성동 의원. 권 의원은 "강릉시민분들께 송구하다"면서도 "특별 수사단의 법리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새롬 기자

◆법원에 출석한 권성동 의원을 가장 흐뭇하게 바라본 '그들'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는데 기각됐죠?

-네, 강원랜드 채용 청탁 등의 혐의를 받는 권성동 의원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는데요, 결론적으론 기각이 됐습니다. 권 의원의 영장 심사를 담당한 서울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해자의 주거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일단 기각 판단의 정당성은 그렇다 치고요, 허경호 판사에 대한 국민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최근 허 판사가 기각한 구속 영장들의 주인이 상당히 국민들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엔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의 영장을 기각했고, 그 외에도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야권 불법사찰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국내 미투(#Me too) 운동에 불을 붙인 여검사 성추행 파문의 당사자인 안태근 전 검사장, 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국방부 수사 축소 지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한 장본인입니다. 물론 법에 있어서 전문성을 가진 판사가 자신의 논리를 가지고 판결을 내린 것이겠지만 국민들이 공감하기 너무 어려워서인지 다수 국민이 매우 분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법원 출석 현장에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권 의원에게 항의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시민분들이 계셨는데요, 청년단체 회원들도 있었고, 일반 시민들도계셨습니다. 그분들은 권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큰소리로 항의를 하셨습니다. 특히 청년단체 회원들은 지인들을 채용청탁한 의혹을 받는 권 의원에게 "어떻게 청년들에게 그럴 수 있냐"고 비난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욕설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또 몇몇 분들은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 '콩밥 잘 먹고 와라', 'X소리 하지 마라', '넌 혼 좀 나야 된다'고 이런 내용들을 크게 외쳤습니다.

-알고 보니 권 의원을 욕하는 분들 중 몇 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권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탄핵소추위원으로 일했습니다. 한국당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둥지를 옮긴 상태였고요. 그렇다 보니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권 의원이 '배신자'인 셈이죠. 이후 한국당으로 복당했지만, 여전히 권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주범'인 것입니다. 권 의원이 계단으로 올라간 뒤에도 이분들은 한참동안이나 '어떻게 죄 없는 분을 그렇게 할 수 있냐'고 권 의원을 비판했습니다.

-법원을 나오는데 마침 그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 운동을 벌이던 서석구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즉석에서 인터뷰를 좀 요청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권 의원에 대한 견해를 물으니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답했습니다.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고도 했고요. 그 옆에 있던 몇몇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잘됐다", "꼴 좋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론 기각이 됐지만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권 의원을 보며 상당히 고소해하는 모습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었습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민주당 한걸음 더! 토론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권 의원이 토론회장에 앉아 경청하는 모습. /뉴시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민주당 한걸음 더!' 토론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권 의원이 토론회장에 앉아 경청하는 모습. /뉴시스

◆한국당 의원이 왜 이곳에?

-5일 국회에서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고 하던데요. 한국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의 모임에 나타났다면서요?

-맞습니다. 그 한국당 의원은 바로 강효상 의원인데요, 얼마 전까지 홍준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기도 했던 그가 갑자기 민주당 초선 의원 토론회 '민주당 한 걸음 더!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에 등장했습니다. 기자들도 갑자기 나타난 강 의원 때문에 상당히 놀랐는데요, 강 의원은 '왜 오셨냐'는 질문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데, 다른 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봐야죠"라고 답했습니다. 강 의원은 가장 뒷줄에서 기자들 사이에 앉아 토론회를 지켜봤습니다. 수첩에 필기를 하는 등 매우 진지한 모습이었습니다. 중간에 잠깐 눈을 감고 있기도 했는데, 기자들 사이에선 '명상을 한 거다', '졸았다', '깊게 생각을 한 것이다'라며 의견이 분분합니다(웃음).

강효상(원안)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초선의원 토론회장을 찾은 이유와 관련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데, 다른 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봐야죠라고 말했다. 사진은 5일 강 의원이 가장 뒷줄에 앉아 토론을 경청하는 모습. /뉴시스
강효상(원안)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초선의원 토론회장을 찾은 이유와 관련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데, 다른 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봐야죠"라고 말했다. 사진은 5일 강 의원이 가장 뒷줄에 앉아 토론을 경청하는 모습. /뉴시스

-민주당 의원들은 별 반응이 없었나요?

-있었습니다. 조응천 의원이 강 의원의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조 의원은 "고향 선배 강 의원이 와 있다.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근데 그 직후 조 의원의 발언이 상당히 뼈 있는 말이었습니다. 조 의원은 "보수가 신진 수혈을 못 하고 고관대작을 불러다가 이벤트성 깜짝 쇼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근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여러 '올드보이'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한국당을 정면으로 꼬집은 것이죠. 두 의원이 사적 친분이 있는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강 의원으로선 심기가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강효상(오른쪽)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했을 정도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사진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은 홍 전 대표와 강 의원. /남윤호 기자
강효상(오른쪽)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했을 정도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사진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은 홍 전 대표와 강 의원. /남윤호 기자

-강 의원이 또 다른 말은 안했나요?

-토론회가 다 끝나고 나서 소회를 묻자 민주당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습니다. 강 의원은 "민주당 초선들이 열린 자세를 가지신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 대승에 도취해 자만하지 않고 스스로 경계하고 자신의 방향을 잘 짚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다른 당 의원들을 서로 물어뜯고, 비판만 하는 모습이 대부분인데, 서로 배우는 자세를 갖는다는 점이 평소 정치권에선 보기 힘든 장면인 것 같습니다. 이제 앞으로 잘하면 될 것 같네요.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오경희 기자, 신진환 기자, 김소희 기자, 이원석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김세정 기자 (이상 사진기획부)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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