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與 '부엉이 모임' 논란으로 본 사모임 흑역사
입력: 2018.07.06 11:10 / 수정: 2018.07.06 14:19
더불어민주당 친문 의원들의 부엉이 모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황희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임 해체를 선언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친문 의원들의 '부엉이 모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황희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임 해체를 선언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당 안팎 우려 끊이지 않자 '해체 선언'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의 '부엉이 모임'이 계파 모임이라는 의혹의 눈길이 이어지자 해체를 선언했다. 괜한 오해를 더는 사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서 "그동안 대선 경선에 고생했던 의원들간 밥 먹는 자리였는데 그마저도 그만 두려고 한다"며 부엉이 모임 해체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결론적으로는 뭔가 의도되고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닌 관계로 이렇게까지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밥 먹는 모임조차 하지 않도록 하겠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당에 기여하는 연구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부분마저도 전당대회 이후로 그 검토를 미루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부엉이 모임은 지난 2일 한 언론이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의원들을 주축으로 최근 결성됐다"고 보도하며 주목을 받았다. 해당 모임은 'moon'(달)을 지키듯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자는 뜻에서 '부엉이'로 명명됐다고 알려졌다.

이후 부엉이 모임 구성원으로 알려진 민주당 전해철·박범계 의원이 이에 대해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고 해명했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대의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 내부 친문 세력이 당 대표 선출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에서는 '친위 조직'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최고 권력에 편승하는 움직임을 경계했다.

의원들의 사적 모임은 부엉이 모임 이전부터 꾸준히 존재했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친박·친이 계파 싸움을 위한 모임이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최경환, 조원진,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인사가 지난해 3월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 방문한 모습. /배정한 기자

의원들의 사적 모임은 '부엉이 모임' 이전부터 꾸준히 존재했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친박·친이 계파 싸움을 위한 모임이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최경환, 조원진,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인사가 지난해 3월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 방문한 모습. /배정한 기자

◆ 사적 모임의 어두운 역사…친이·친박 '힘 싸움'으로 변질

김성태 자유한국당 권한대행은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부엉이 모임에 대해 "대통령 권력만을 위한 당 체제가 되길 희망하냐. 수평적 당·청 관계가 되지 못하고 당내 갈등으로 이어져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고 권력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사적 모임은 봉합하기 어려운 분열을 초래한 역사가 있다.

정치권에는 '부엉이 모임' 이전부터 의원들의 사적 모임이 꾸준히 존재했다. 특히 2008년에는 '선진화사회연구포럼', '여의포럼', '함께 내일로', '아레테' 등 정책 연구나 학문 탐구를 목적으로 한 모임이 줄줄이 등장했다.

'함께 내일로'는 당시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모임으로, 공성진, 심재철, 안경률, 차명진 의원 등이 회원이었다.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이명박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던 모임은 2011년 60여 명의 인원이 모이는 등 친이계 최대 계파 세력을 형성했다.

유정복 의원 주도하에 한나라당 또는 친박연대 출신 의원들이 모인 '선진화사회연구포럼', 친박 무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여의포럼' 모두 연구 목적을 내세웠지만, '함께 내일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8년 당시 "저쪽이 한다고 우리도 하면 완전히 계보로 보이지 않겠냐"며 선진화사회연구포럼 창립대회에 불참하기도 했다.

인문학 공부 모임으로 시작한 '아레테'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시절부터 함께 한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있었다. 아레테는 인문학에서 영역을 확장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전파하는 모임' 성격으로 변화했다. 친박 세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2010년 박 전 대통령과 뜻을 달리 하며 친이계 모임 아레테에 합류하자 당 안팎이 술렁일 정도였다.

2013년엔 김무성, 송영근, 이한성, 이주영 의원 등의 '근현대 역사교실'과 윤상현, 이완구, 정우택 의원의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각각 친이계와 친박계가 다음 해 전당대회를 겨냥해 만든 조직이었다.

2016년에는 '진박 모임'과 '친박 9인회'가 논란을 빚었다. 특히 서청원, 원유철, 유기준, 윤상현, 정갑윤, 정우택, 조원진, 최경환, 홍문종 의원 등 9인이 모인 친박 9인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무력화에 앞장섰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모임 존재 여부를 떠나 친문·비문을 구분하고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시성 있는 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모습. /더팩트 DB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모임 존재 여부를 떠나 친문·비문을 구분하고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시성 있는 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모습. /더팩트 DB

◆ 최고 권력 편승 우려…"강한 단결은 배제 부른다"

민주당에서도 사적 모임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앞서 당 대표 출마를 시사했던 이종걸 의원은 4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모임의 존재여부를 불문하고, 친문·비문을 구분하고 거론하는 것 자체가 우리 당을 이끌어갈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시성 있는 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누구나 어떻게든 선을 그어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우호적 그룹을 내 편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서도 "정치 공급자의 덕목, 역할의 중대성, 책무 같은 것들을 아주 면밀하게 논의해야지, 존재 여부를 떠나 모임 자체를 두고 이야기하는 상황은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당으로서 긍정적인 개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혁신'이냐 '중도'냐 같은 건설적인 논쟁으로 갈라치기를 한다면 서로를 성찰할 수 있으면서도 당의 미래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그룹이 형성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의원 또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좋은 취지들이겠으나 필연적으로 인사나 청탁 등과 연계 우려 있으며 불필요한 조직 내 갈등 빌미 된다"며 특정 국회의원, 판검사, 고위직 공무원들끼리 모이는 모든 사적 모임 해체를 촉구했다.

전문가 역시 이러한 정치권의 사적 모임에 회의적인 분석을 내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더팩트>와 통화에서 "높은 지지율에 편승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며 "친박 세력은 '진박 감별사'라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다 떠났다. 이런 종류의 모임은 정세가 바뀌었을 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역시 당 지지율이 높고 단결력이 좋을수록 모임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의 장점으로 강한 단결성이 꼽혀왔지만, 이는 자칫 배타적으로 될 수 있다. 만약 내부적으로 또 다른 모임을 가진다면 이른바 '친문'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화될 수도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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