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모바일용 달력./청와대 페이스북 |
'업무 복귀' 文대통령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청와대도 이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본격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에 속도를 낼 분위기다. 공무원은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근무 시간 단축' 형태로 보조를 맞추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앞서 청와대는 '매주 수요일 정시 퇴근''연·월차 소진' 등을 독려해왔다.
◆ 文대통령 "과로사회 벗어나야"…한국, 장시간 노동 세계 2위
몸살 감기로 나흘간 휴식을 취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2일 하반기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화두로 꺼냈다. 노타이 정장 차림으로 회의실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약간 쉰 목소리로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그런 말까지 듣게 되었으니 민망하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에 다시 중요한 해외순방이 시작되기 때문에 심기일전해서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오는 8일부터 5박 6일간 문 대통령은 인도(8~11일)와 싱가포르(11~13일)를 국빈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독일 등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일자리를 나누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이기도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으로 생산성 향상과 국민의 안전권 보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로로 인한 과로사와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졸음운전을 방지해 귀중한 국민의 생명과 노동자 안전권을 보장하는 그런 근본 대책이라는 점입니다"라며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 정도 수준을 갖춘 나라 가운데 우리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없습니다"라고 꼬집었다.
현재 최대 68시간으로 적용되고 있는 법정근로시간은 기본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등 최대 52시간을 넘길 수 없다./청와대 페이스북 |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 장시간 노동 국가다. 한국의 2016년 노동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52시간으로, 1위 멕시코(2348시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노동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권 국가의 4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주당 노동시간 1% 감소 시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0.7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노동시간 단축은 300인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현재 최대 68시간으로 적용되고 있는 법정근로시간은 기본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등 최대 52시간을 넘길 수 없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올해 말까지는 처벌이 유예된다. 3백 명 미만의 사업장은 2020년부터, 50명 미만의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靑 변화 바람 긍·부정 시선…"시행 초기 불안 불식시켜야"
다만 청와대 직원을 비롯한 공직 사회는 이번 노동시간 단축 대상에 빠져 있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공무원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복무규정 상 공무원의 주당 근무시간은 40시간이며 초과근무의 경우 하루 4시간, 한 달에 57시간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시간외근무로 인정된다. 초과 근무 금지 규정은 없다.
그러나 청와대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공무원들의 근무시간 단축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목표를 세우고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오후 6시 칼퇴근'을 의무화하고 있다. 초과근무를 최소화하는 내부 지침도 세워 연·월차 소진 여부(최소 70% 의무 사용)를 인사평가에 반영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 장시간 노동 국가다./청와대 페이스북 |
또 운전기사, 조리원, 청소원, 설비기사 등 정부 기관 소속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 제도'를 적용해 지난 1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는 이들 세부 직군별로 2교대, 3교대 등 근무 형태에 맞춘 주 52시간 근무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변화 바람이 일선 정부부처로 확산될지 기대하는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교·안보·경제 이슈를 다루는 청와대인 경우 '24시간 상시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인사혁신처의 '중앙부처 공무원 근무시간 실태조사(2016년 기준)'에 따르면 현업직 공무원은 월평균 70.4시간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업직은 상시근무 체제나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정상근무가 필요한 공무원이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과 불안을 조속히 불식시키고, 제도가 현장서 잘 안착이 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노사정 협력 등 후속대책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랍니다"라며 "이제 첫발을 내디딘 노동시간 단축이 빠르게 안착되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동계와 경영계 물론이고 국민들께서도 마음을 함께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