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원내대표 '낙선' 이언주, 사진 찍기 싫은 '속사정'
입력: 2018.06.30 00:05 / 수정: 2018.06.30 13:46
웃고는 있지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 김관영(오른쪽) 의원이 이언주(가운데) 의원을 누르고 선출됐다. 사진은 지난 25일 낙선한 이언주 의원이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으며 웃는 모습. /문병희 기자
'웃고는 있지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 김관영(오른쪽) 의원이 이언주(가운데) 의원을 누르고 선출됐다. 사진은 지난 25일 낙선한 이언주 의원이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으며 웃는 모습. /문병희 기자

바른미래당이 새 원내대표를 선출했습니다. 김관영 의원이 이언주 의원을 누르고 신임 원내대표로 뽑혔습니다. 김 의원은 앞으로 1년 동안 당내 원내 정책을 이끌게 됐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자유한국당은 당내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을 송두리째 바꿔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한국당의 외침이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계파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낸 한국당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와병설'도 있었던 한 주 입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한 탓에 몸살 감기가 걸렸다고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지난 23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향년 92세로 타계했습니다. 그리고 27일 김 전 총리는 충남 부여의 가족묘원에서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자유한국당, 의총 열고 '입씨름'…당 쇄신 험난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바른미래당은 김관영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습니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과반 이상 득표하면서 낙승을 거뒀습니다. 당 정체성을 두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당을 혁신과 재건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는데요, 이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투표에서 낙선한 이언주 의원이 기념촬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동료 의원들이 등을 토닥이는 등 달래줬다는 후문이다. 사진은 지난 25일 단체 촬영을 앞두고 동료 의원들이 이언주 의원을 데리고 나가는 모습. /문병희 기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투표에서 낙선한 이언주 의원이 기념촬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동료 의원들이 등을 토닥이는 등 달래줬다는 후문이다. 사진은 지난 25일 단체 촬영을 앞두고 동료 의원들이 이언주 의원을 데리고 나가는 모습. /문병희 기자

◆ '원내대표 경선 고배' 이언주…위로하는 동료 의원들 '머쓱'

-지난 25일 김관영 의원이 바른미래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있었다고요?

-보통 경선이 끝나면 함께 경쟁했던 모든 후보가 나와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합니다. 그런데 이언주 의원이 아무리 기다려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등을 토닥이고 멀리서 열심히 부른 끝에야 마지못해 앞으로 나왔습니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받은 꽃다발을 이 의원에게 넘겨줬다고 들었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원내대표를 맡아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동료 의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 꽃다발을 이 의원에게 건넸는데, 기념촬영을 할 때 들고 찍으라는 의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의원은 슬쩍 잡는 듯 마는 듯하고서는 꽃다발을 돌려줬습니다. 한쪽 손에는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이 의원은 끝까지 김관영 새 원내대표의 손을 잡지 않았습니다. 유종의 미는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죠.

촬영할 기분이 아닌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단체 촬영을 앞두고 동료의원들이 이언주 의원을 부르고 있다. /문병희 기자
'촬영할 기분이 아닌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단체 촬영을 앞두고 동료의원들이 이언주 의원을 부르고 있다. /문병희 기자

-속사정이 뭘까요? 어느 정도 짐작은 되지만요. 당시 '오라버니' 발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더팩트>는 27일 '오라버니라 애교를 부리는 것이 여성이 정치권에서 당당히 실력으로 평가받을 기회를 지운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후 KBS1TV 시사토크프로그램 '김원장의 사사건건'에 출연해 "친분 관계 속에서 협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썼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함께 출연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분이 정색하고 비판할 점도 있기는 합니다마는 저는 동료 국회의원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야박하게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고요.

KBS1TV 시사토크프로그램 김원장의 사사건건에서는 더팩트가 보도한 이언주 의원의 오라버니 발언 관련 내용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KBS1TV 갈무리
KBS1TV 시사토크프로그램 '김원장의 사사건건'에서는 '더팩트'가 보도한 이언주 의원의 '오라버니 발언' 관련 내용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KBS1TV 갈무리

-이날은 투표 과정도 시끌벅적했습니다. 개표하려고 보니 투표용지에 잉크가 번져있던 겁니다. 자칫 무효표냐 아니냐로 논란이 생길 수 있기에 재투표를 했는데요. 일부 의원들이 투표가 끝난 뒤에 바로 자리를 뜬 탓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혜훈 선거관리위원장은 계속 "언론인들이 너무 기다리시는데 미안하다",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 등 끊임없이 사과와 감사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이날 제일 바쁘게 움직인 사람이 아마 이 의원일 겁니다.

-지상욱 의원과 오신환 의원의 만담은 뭔가요?

-재투표를 해야 하는데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을 때입니다. 오 의원이 한참 그에게 전화를 걸고 있던 모양입니다. 오 의원은 "상욱이 형, 유 대표가 전화를 안 받아", "몰라 왜 어딜 간 거야" 등의 말을 하며 속을 태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상욱이 형', 지 의원은 "다시 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멀리서 두 의원의 친분 섞인 대화를 지켜보고 있자니 꼭 만담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사퇴부터 김무성 의원의 탈당 등 거침없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사진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 대행이 의원을 발언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사퇴부터 김무성 의원의 탈당 등 거침없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사진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 대행이 의원을 발언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시스

◆ 출구가 안 보이는 한국당…의총서 난타전

-한국당이 좀처럼 계파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 쇄신을 위한 길이 험난해 보입니다. 어떤가요?

-28일 한국당이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의총장에 가장 먼저 온 인물은 권성동 의원인데요, 강원랜드 청탁 혐의를 받는 권 의원은 최근 불체포 특권을 포기했죠. 평범하게 다른 의원들과 인사하고 담소를 나누면서 의총을 기다렸습니다. 의원들은 만나면 반갑다고 악수하는 게 일상인데요, 정진석 의원은 의총장에 들어서는 의원마다 일일이 악수하며 반가움을 표했습니다. 심지어는 멀찍이 앉아 있는 의원들을 찾아가 손을 내밀기도 하고요. 이날의 '악수 왕'으로 꼽고 싶네요(웃음).

-통상 의원총회는 당 지도부의 모두 발언이 끝난 뒤 비공개로 전환되는 게 일반적인데요, 이날 역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의 모두 발언이 끝낸 뒤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친박계 김태흠 의원이 언론 등 외부에 왜곡된 내용이 나가는 것을 우려하면서 공개 회의를 제안했습니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해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왼쪽) 의원과 김진태 의원은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28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해'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왼쪽) 의원과 김진태 의원은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28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마치 친박계는 작심한 듯 공개 발언을 이어가며 바른정당 복당파 좌장이자 맏형 김무성 전 대표의 탈당과 김성태 대행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친박계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계파가 없어졌고,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탈당했으니, 다른 계파의 상징인 김 전 대표도 탈당해, 계파를 청산하자는 취지입니다. 몇몇 의원은 의총장 맨 앞에 앉은 김 대행을 바라보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이처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계파 갈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기도 했고요.

-김 대행은 친박계의 공세와 복당파의 비호 속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눈을 감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허공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숙이면서 답답한 심경을 드러내는 수준이었습니다. 4시간이 넘도록 의총이 진행되면서 피곤해하는 의원들도 더러 볼 수 있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조는 몇몇 의원님들은 당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겠죠. 다만, 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지라 눈총을 받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감기 몸살로 휴가를 내고 기력을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멕시코전을 관전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감기 몸살로 휴가를 내고 기력을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멕시코전'을 관전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 건강 적신호…"감기 몸살"

-지난 27일이었죠? 문재인 대통령이 몸살 감기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는데 당시 청와대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네, 점심 시간 쯤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키로 한 사실이 기자들 사이에 알려졌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기자들마다 데스크에 보고하고 갖은 추측이 제기됐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춘추관을 찾았습니다. 기자들도 만석이었습니다. "어휴 왜 이렇게 많냐"고 말하면서 들어섰으니까요. 이 관계자는 일정 취소 사실을 공지했지만 '이유'에 대해선 그저 "일정이 맞지 않아서" "준비가 되지 않아서"라고만 했습니다. 기자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한 설명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건강이상설, 남북정상회담설 등 추측이 난무했고, 관련 기사들이 잇따랐습니다. 결국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늦게 춘추관을 찾아 문 대통령이 몸살 감기로 이번 주 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그제서야 의문은 풀렸습니다.

-문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관저에서 쉬시는 겁니까.

-문 대통령은 다음 날인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휴가를 냈습니다. 김의겸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뵀는데 기력을 회복 중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참모진들은 당일 오전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쉬는 동안 정식보고서나 어떤 메모 형태의 보고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요.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번 주 관저에서 쉬신다고 전했고, 주말까지 일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김종필 전 총리가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27일 오전 서울 송파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김 전 총리의 관이 운구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김종필 전 총리가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27일 오전 서울 송파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김 전 총리의 관이 운구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영원한 2인자' JP, 별세…삼김(三金) 시대 막 내려

-고 김대중·김영삼 대통령과 함께 '3김'으로 불렸던 김 전 총리가 27일 영면했습니다. 정치계의 큰 어르신이었던 분이었던 만큼 김종필 전 총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기억에 남는 조문객이 있었나요?

-네, 빈소 앞에서 '뻗치기'(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언론계 은어)를 하며 정말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조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송해, 하춘화, 강부자 씨도 빈소를 찾았습니다.

-김학래 임미숙 부부는 기자들과 만나 고인과의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김학래 씨는 "김 전 총리는 대중예술인들한테 너무 잘해줬다"며 "가깝게 늘 따듯하게 대해주고 발전을 위해 애써준 분"이라고 회상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생전에 임미숙 씨를 '까불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요. 김 씨 부부가 운영하는 중식당 단골이었다고 합니다. 소고기 탕수육과 해산물 요리를 좋아했으며, 부인 박영옥 여사를 위해 늘 군만두를 포장해 갔다고 합니다. 임 씨는 "작은 중식당인데 편안하게 와서 식사하고 소탈한 모습이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두언 전 의원도 김 전 총리와의 일화를 털어놨습니다. 정 전 의원은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선을 할 때 김 전 총리에게 우리(MB)를 지지해 달라고 했더니 김 전 총리가 술 한 잔 사라고 하더라"라며 "이 전 대통령, 저, 정태근 전 의원이 김 전 총리를 모셨는데, 술을 많이 드셨는데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다. 다음 주에 또 만나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습니다. 소탈한 애주가 면모가 잘 드러나는 이야기입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빈소를 이틀이나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하루 뒤 2018년 하반기로 접어듭니다. 올해 상반기 정치권은 어떤 성과를 냈는지, 민생과 국정은 잘 살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무더운 여름 날 시원한 소나기같은 반가운 소식이 정치권에서 자주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shincombi@tf.co.kr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오경희 기자, 신진환 기자, 김소희 기자, 이원석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문병희 기자, 이선화 기자 (이상 사진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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