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
[더팩트|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6·13 선거는 예상했던 대로 여당의 압도적 승리와 보수 야당의 궤멸적 패배로 끝이 났다. 한국 정치 지형에서 보수 정치세력의 위기는 박근혜 국정 농단이 기폭제가 되었으며 이후 이명박 정권의 각종 부패, 비리 및 폐해와 최근의 남북 관계의 급진전으로 가중되었다. 시민들은 이제 극우보수 정치 세력의 실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며 그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친미사대주의와 반공논리에 기생하여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극우보수 세력은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다. 친미사대주의와 반공은 남한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이후 극우보수 정권의 일관된 통치이념이었다. 이승만은 해외에서 활동했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편협한 성격으로 인해 국내에 지지기반이 거의 없어서 미군정과 민족반역자 및 부일협력자들과 손잡고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하였다.
미군정은 남한을 공산주의 세력의 확장을 저지하는 첨병 기지로 간주했으며 민족반역자 및 부일협력자들은 계급적 성격이기도 했지만 일제 강점기의 자신의 원죄를 친미사대주의와 반공주의로 세탁하여 면죄부를 얻으려 했다. 한마디로 이승만과 미군정 그리고 민족반역자 및 부일협력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이승만을 비롯하여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및 박근혜 정권은 반공을 제1의 국시로 떠받들었고 언론과 관변 어용단체 등을 동원하여 반공논리를 확대재생산하며 지배수단으로 악용해왔다. 반공이 남한 국민들에게 깊숙이 내화된 계기는 한국전쟁이었다. 전쟁은 인간성이 존재할 공간은 극히 적으며 정글의 법칙이 난무하는 공간이다. 전쟁의 와중에 남한이나 북한은 상대 진영에 씻지 못할 상처를 주었으며 남한 내에서는 좌익과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감만 남아 분단의식이 공고화되었다. 고 김남주 시인의 말처럼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었다.
이승만 이후 극우정권은 남한에 내화된 반공의식을 직접적으로 또는 교묘하게 이용하여 정권을 유지하고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국가보안법은 우익 정권의 강력한 지배수단 중의 하나였다. 남한 국민의 뇌에 각인되어 있는 반공의식은 시민의 정치의식의 성장,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의 실정 및 최근의 남북 관계 해빙 분위기에 힘입어 예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옅어졌다.
헤럴드경제가 5월 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통일 필요성 인식조사에서 ‘필요하다’가 80.7%로 ‘불필요하다’ 16.0%를 압도했다. 그동안 남한 국민의 북한과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의식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다. 지금은 정도가 매우 약하지만 지난 정권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공산주의, 북한, 통일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불온시 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경직된 사회였다. 반공의식이 지배한 남한 사회는 사상의 유연성과 융통성을 제약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꽃을 활짝 피울 수 없게 만들었다.
보수정권의 한계와 남북 관계의 극적인 진전이 국민들의 반공의식을 약화시키고 극우보수 정치세력의 위기로 나타났다. 6·13 선거에서의 민심은 반공논리에만 사로잡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대한 탄핵이었으며 준엄한 심판이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패배의 충격을 딛고 미래의 생존을 모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국민의 눈을 잠시 속이려고 간판을 교체하는 식으로만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면 다음 총선에서는 그들의 씨가 완전히 마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를 하나의 색으로 도배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해로운 일이다. 명실상부한 의미에서 보수 세력은 존재해야 하며 진보와 보수 정치세력이 적절하게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작동시키며 경쟁해야 사회가 건전하고 건강할 수 있다.
맹자는 “걱정과 근심이 개인이나 조직을 살게 하지만, 편안함과 즐거움은 죽게 만든다”고 했다. 보수 야당이 지금의 위기상황에서 처절한 자기부정을 통해 환골탈태하여 진정한 보수를 대표하는 세력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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