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통합 주역' 安·劉 사라진 바른미래,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입력: 2018.06.18 00:05 / 수정: 2018.06.18 13:07
바른미래당의 통합 주역인 유승민 전 공동대표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일선에서 후퇴하면서 당의 운명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 14일 안 후보가 미래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바른미래당의 통합 주역인 유승민 전 공동대표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일선에서 후퇴하면서 당의 운명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 14일 안 후보가 미래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뿔뿔이? '헤쳐모여?…정치권, 바른미래당 행보에 '촉각'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바른미래당 탄생 주역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일선에서 후퇴하면서 당의 미래에 이목이 쏠린다. 바른미래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 당선인을 단 한 곳도 배출하지 못하며 후폭풍에 휩싸였다.

'히든카드'였던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쳤고, 광역단체장 선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데 따른 혼란이다. 지방선거 선전을 목표로 탄생한 당인만큼 초라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한 '바른미래당발(發)' 정계개편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박원순·김문수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안 후보는 아직 명시적인 추후 행보를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계은퇴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안 후보는 일단 딸 설희 씨의 졸업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당분간 미국에 머물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 숙고할 예정이다. 다만, 안 후보가 정계 은퇴를 밝힐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도 이번 선거 패배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유 전 공동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위해 공동대표직에 오른지 120여 일 만인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유 전 대표는 "개혁 보수의 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처럼 창당의 주역인 안 후보와 유 전 대표가 각각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전면에서 물러나면서 당의 중심축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의 기싸움은 벌써부터 감지된다. 박주선 전 공동대표가 14일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바른정당 출신 지상욱·정운천 최고위원은 간담회에 불참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공동대표직 사퇴 기자회견 당시. /배정한 기자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공동대표직 사퇴 기자회견 당시. /배정한 기자

급한 대로 당은 체제를 정비했다. 박 전 대표를 포함한 바른미래당 지도부 전원(6명)은 15일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면서 김동철 원내대표가 지도부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1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김 원내대표는 당 수습 및 화합과 오는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차기 대표 선출 과정에서 당 정체성과 노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바른미래당은 통합 이후 줄곧 국민의당 출신의 안철수계와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계 사이 갈등을 노출해 왔다. 일각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을 기준으로 바른미래당이 분당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특히 바른미래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으로 개별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실제로 평화당은 바른미래당 소속 호남계 의원들과 접촉해 세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당 대 당 통합'도 가능하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유 전 대표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일찌감치 '선거 후 사퇴'를 공언했던 유 전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보수 심판'으로 규정하면서 보수 재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쳐 왔다. 유 전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보수'라는 단어를 7번이나 썼다. 그는 "(당의) 정체성 혼란이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당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은 당 정체성 문제를 놓고 다시 분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선거 상황실에서 유 전 공동대표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박 전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어두운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바른미래당은 당 정체성 문제를 놓고 다시 분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선거 상황실에서 유 전 공동대표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박 전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어두운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바른정당 출신의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흡수될 경우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의 거부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호남계는 선거 기간 동안 한국당과의 통합론이 거론되자 반발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다만, 유 전 대표는 당대 당 합당 가능성에 대해 "폐허 위에 제대로 집을 지어야 한다"며 합당보다는 보수정당을 새로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학위 수여식 참석을 마치고 곧바로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진 안 후보의 이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계은퇴를 하지 않는 이상 바른미래당이 쪼개지면 안 후보의 정치적 보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안 후보가 향후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 국면에서 바른미래당을 유지하기 위해 묘수를 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세력 다툼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국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예고했던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기 위해 모종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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