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현장 취재기] 김정은이 떴다! '어머! 이건 봐야 해'
입력: 2018.06.11 05:00 / 수정: 2018.06.11 08:09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김 위원장, 10일 싱가포르 도착…中 제외 사실상 첫 해외 방문

[더팩트ㅣ싱가포르=신진환 기자] '얼굴 한 번 볼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중 한 명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누굴 만날 것이냐. 누군가가 이렇게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김 위원장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에 쉽게 갈 수 없고, 해외 활동이 거의 없는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더 낮기 때문이다.

기회가 찾아왔다. 김 위원장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싱가포르로 날아오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세인트레지스 호텔 근처에 무장 경찰들이 쫙~ 깔린 것을 보니 그가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취재진은 호텔 정문에 들어갈 수 없었다. 언론 노출을 막기 위한 호텔 측의 조처였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현지인들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 옆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을 바라보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현지인들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 옆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을 바라보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취재진은 호텔 정문 양옆 200m 지점 밖에서 대기했다. 오후 2시 36분께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취재진이 술렁였다. 곧 호텔에 도착할 것이 예상돼 각자 장비나 취재 포인트를 재차 확인했다. 곧 올 것이라는 예상 속에 '각' 잡고 기다리는 것도 잠시, '습식 사우나' 같은 더위에 지친 기색들이 역력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고, 더위와 기다림에 지쳐갔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말한 '주옥'같은 발언이 자꾸 떠올랐다. 결이 다르긴 하지만, 그의 말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싱가포르는 판문점보다 멀다. 또, 호텔 주변 곳곳에 저격수가 있다는 뉴스가 생각났다. 문득 고개를 들어 호텔 주변 건물과 세인트루이스 호텔을 쳐다봤다. 투명 유리로 된 호텔 중·상층부 곳곳에 경찰로 추정되는 이들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섬뜩했다. 혹시나 투숙객일 수 있어 틈틈히 확인했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과 수행원들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과 수행원들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김 위원장을 보기 위해 현지인과 여행객들이 호텔 앞 도로로 몰려들었다. 인종도 성별도 연령도 다양했다. 대부분 사람은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의 대화 주제는 김 위원장이었다. 주변에서 "Mr. Kim" "로켓맨"이라는 말들이 유독 크게 들렸다. 정확히 언제 어디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현지인과 여행객들은 김 위원장을 보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오후 3시 39분께 사이드카를 선두로 한 차량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양옆에서 기다리던 취재진과 구경꾼들이 똑같이 카메라를 들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칼 군무' 같은 움직임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보이는 벤츠가 보였다. 수초 만에 벤츠는 지나갔고, 대부분 사람들의 시선은 끝까지 벤츠를 쫓았다. 가림막에 가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호텔로 김 위원장은 곧바로 들어갔다. 결국,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과 수행원들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과 수행원들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애초 김 위원장이 창문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았지만, 실제 모습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다른 이들도 자리를 옮기면서 차의 선팅이 진해 김 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렸다.

호텔 근처 카페에서 기사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6시 15분께 카페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부리나케 밖으로 뛰쳐나갔다. 시선을 돌려 보니 경찰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남을 위해 이동로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미 도로 양쪽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8분 뒤 인공기와 국무위원장 깃발이 나부끼는 벤츠가 도로를 달렸다.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이동하는 것이다. 너도나도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한 남성은 '예(Yeah)~'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2012년 집권한 뒤 중국과 판문점을 제외하고 북한에만 머물렀던 김 위원장이다. 그런 그가 싱가포르 내에서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북미회담이 끝나는 12일까지 김 위원장을 실제 만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푹푹 찌늬 날씨를 견디며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를 떠나는 그 날까지 몇 번의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김 위원장을 만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멀다고 하면 안되갔구나!"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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