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숙소로 이용할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 주변에 경찰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
샹그릴라·세인트레지스 곳곳 무장경찰…외부인 접근 '원천 봉쇄'
[더팩트ㅣ싱가포르=신진환·이덕인 기자] 북·미 정상이 10일 '세기적 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에 도착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을 샹그릴라 호텔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알려진 세인트레지스 호텔 주변은 두 정상의 도착이 가까워 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샹그릴라 호텔 주변과 회담장이 있는 센토사 섬 모든 지역과 본토와 섬을 잇는 700m 길이의 다리 및 주변 구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했다. 특별행사구역은 오는 14일까지 유지된다. 싱가포르 교통 당국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일부 도로 등이 통제되거나 검문검색을 한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숙소로 이용할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주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샹그릴라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
이날 오전 9시 20분(현지시간)께 싱가포르 동부에 있는 칼튼호텔에서 샹그릴라 호텔까지 6km 구간에 여러 개의 검문소가 설치돼 있었다. 검문소마다 적게는 3명, 많게는 10여 명 정도의 인력이 배치됐으며, 호텔과 가까워질수록 경찰 인원이 많아졌다. 선글라스를 쓴 경찰들은 권총 또는 소총으로 무장했다.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계가 대폭 강화된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전(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숙소로 이용할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주변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샹그릴라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
택시를 타고 샹그릴라 호텔 입구로 들어갈 때는 별도의 검문검색 없이 그대로 통과했다. 경찰이 이곳에 투숙하는 관광객인 것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으나 모든 차량을 검문하진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직원들은 정문 쪽 구석에 철로 된 구조물을 옮기고 있었다. 차단벽을 설치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호텔 출입구에 성조기와 싱가포르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전(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숙소로 이용할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주변에서 관계자들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샹그릴라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
호텔 직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회담에 관련해선 입을 닫았다. "성조기는 언제 게양했나" "미국 측이나 호텔 내부적으로 특별한 지시나 교육을 받았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 남성 직원은 "(취재진이)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호텔 내 구석구석에도 경찰들이 배치됐다. 일부 경찰은 나무와 풀숲을 살펴보며 위험물이 있는지 수색하기도 했다. 호텔 내부는 평화로웠다. 투숙객인 일반인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깥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숙소로 이용할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 입구에서 관계자가 취재진을 통제하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
김 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곳인 세인트레지스 호텔 인근 분위기는 샹그릴라 호텔보다 더 삼엄했다. 호텔 앞 편도 4차선 도로 가운데 호텔과 가까운 두개 차선에 차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호텔 정문 앞에는 세계 최강이라는 네팔 구르카 용병 2명이 소총을 손에 쥔 차 사주를 경계했다. 국내외 취재진은 호텔 정문에서 약 200m 떨어진 지점에서 더는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숙소로 이용할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 주변에 경찰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
호텔에 들어가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취재진이 대기하는 곳에서부터 호텔 출입문까지 3중으로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지나갈 때마다 경찰들은 행색을 '스캔'했다. 출입문에 다다르자 회색의 대형 가림막이 눈에 띄었다. 어림잡아 세로 약 4~5m, 가로 40~60m로 보였다. 호텔 경계를 따라 2m가량 돼 보이는 대형 화분 수십 개가 배치돼 있었다. 내부 상황이 밖에 보이는 것을 원천 봉쇄하려는 조치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숙소로 이용할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 주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싱가포르)=이덕인 기자 |
출입문에 들어가자마자 로비 왼쪽에 X레이 검색대가 있었다. 투숙객 등 가지고 있는 내용물을 낱낱이 살펴보기 위함이다. 경찰은 금속탐지기로 몸을 수색했다. 끝으로 경찰과 호텔 매니저가 호텔 투숙객인지 확인했다. 호텔 매니저는 "투숙객이 아니거나 언론인이면 들어올 수 없다"며 취재진을 돌려보냈다. 말 그대로 '철통 보안'이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쯤 전용기인 '참모 1호'를 타고 평양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8시쯤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