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8일 장애인 정책 협약식에서 2%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은 지난 4월 6.13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왼쪽)와 박 후보(오른쪽) 모습. /더팩트DB |
공약 대비 실질적 배려는 여전히 '미흡'
[더팩트ㅣ종로=임현경 인턴기자] 장애인 복지를 위해 노력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공약 밖'에서는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와 박 후보는 8일 각각 오전 10시와 11시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2018서울지방선거장애인연대와 장애인 정책 협약식을 가졌다.
2018서울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앞서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장애인 이동권 확대, 일자리 창출 및 고용 확대, 생활 체육 활성화 등 8개 정책을 제안하고 협약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안 후보와 박 후보가 그들의 요청에 응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장애인 저상버스 무료화 추진 등 이동권 강화,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 장애인 주거권 보장 강화, ▲맞춤 고용지원서비스 제공, ▲장애인 가족들의 단기 거주시설 운영, ▲생활체육시설 확충, ▲문화예술 참여 지원 강화 등 핵심 정책을 통해 장애인 기본권 보장을 공약했다.
박 후보 또한 ▲생활편의 서비스 지원 확대, ▲주거 지원 강화, ▲장애인과 함께하는 기술-'에이블테크' 서울 등을 내세웠다.
안철수 후보는 협약식에 직접 참석해 장애인 정책 협약서에 서명했다. 사진은 서명한 협약서를 들고있는 최용기 장애인차별철패연대 공동대표와 안 후보의 모습(각각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종로=임현경 인턴기자 |
◆ 협약식'만' 있었던 안철수…장애인 접근 어려운 장소 선정
안 후보는 이날 직접 협약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는 참석한 사람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눴다.
그는 의대생 시절 매주 봉사활동을 하고 정치에 입문해서 상임위원회로 보건복지위원회를 선택하는 등 지금껏 사회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자 일찍부터 노력했다. 그런 정신으로 V3를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고, 창업해서 성공했지만, 지분 절반을 사회에 환원해서 1500억 원을 기부하고, 계속 그런 일들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 전 지역구가 노원구 상계동이다. 서울에서 장애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제 지역 현안이기도 하고, 의사 출신으로서 가지고 있었던 생각, 그리고 보건복지위에서의 활동을 하면서 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을 해왔다"며 "제가 당선되면 오늘 여러 가지 주신 말씀들 꼭 지키려고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장애인 정책 협약식 장소였던 안철수 후보의 사무소는 장애인이 드나들기에 열악한 환경이었다. 사진은 사무소 안 좁은 복도(위)와 가파른 임시 경사로(아래)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
안 후보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협약식의 시작과 끝에는 앓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경사로가 가팔라서 깜짝 놀랐다. 올라오면서 너무 무서웠다." 전동휠체어를 탄 참석자가 하소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협약식이 열린 장소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안 후보의 2층 선거 사무소였다. 건물 입구에는 계단만 있을 뿐 장애인용 경사로가 마련되지 않았다. 그 탓에 이날 참석한 장애인들은 뒤편 주차장에 임시로 설치된 간이 경사로를 이용해야만 했다.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면 좁은 로비와 엘리베이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 이동할 때 휠체어 한 대만 태울 수 있는 면적이었다. 결국, 협소한 엘리베이터 앞에 긴 휠체어 행렬이 이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2층 사무소 자체도 휠체어가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참석자 전원이 입장과 퇴장을 하는 데에 15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사회복지에 높은 관심을 가져왔다는 안 후보가 사무소의 열악한 여건을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연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 후보 사무소의 건물주에게 얘기를 해봤지만, 이런 행사를 원치 않았다고 하더라. 안 후보도 잠시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인데 별수 있겠느냐"고 이해했다.
박원순 후보 캠프가 마련한 장소는 입구 경사가 완만했고 수어통역사가 근처에 상주했다. 사진은 협약식 장소 입구(위)와 내부에 있는 수어통역사 안내(아래). /임현경 인턴기자 |
◆ 협약식'에' 없었던 박원순…에두르며 협약 대신 전달만
박 후보 캠프 역시 같은 날 2018서울지방선거장애인연대와 만났다. 박 후보 측에서 마련한 장소는 사무소 건물 1층으로, 완만한 경사와 넓은 출입구 덕에 휠체어가 출입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근처에는 필요할 때 부를 수 있는 수어 통역사가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정작 박 후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이날 강남 지역 경로당 방문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느라 자리에 나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은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가 박 후보 대신 자리했다. 박 후보 측은 협약서에 서명하는 대신 짤막한 간담회를 열고, 이날 모아진 의견을 박 후보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택했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 유세의 일환으로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나란히' 간담회를 열고 있다. 그 연장선상으로 협약식 대신 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순 후보 측은 협약서에 서명하는 대신 간담회 내용을 박 후보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태수 정책총괄본부장과 참석자들의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
이 교수는 "제안서는 공식적으로 접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전부 취합을 해서 민선 7기가 들어섰을 때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책임을 지겠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와 참석자들은 원탁에 둘러앉아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한 참석자는 "지금 제안드린 정책 중 네 가지는 공통 사항이고 나머지는 장애 유형별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모두 장애인들의 생활 밀착형 정책이다"며 "반드시 실현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주신 의견들을 보면 저희가 오늘 이걸 다 하겠다는 말씀을 못 드렸기 때문에 협약식까진 못 갔다." 이 교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중앙정부가 여러 부분에서 계획을 내놓게 돼 있다. 그걸 보고 서울시는 올해나 내년 초 독자적인 디자인을 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몇 가지는 시간 끌지 않고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간담회에도 애로 사항은 있었다. 열린 공간 덕에 휠체어 이용자의 출입이 용이했지만 그만큼 발화자의 목소리가 대로변의 소음과 다른 이용자들의 대화 소리에 쉽게 묻혔다.
무엇보다도 박 후보가 직접 간담회에 참석해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듣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ima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