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청와대 제공, 더팩트DB |
문 대통령 싱가포르행 어려울 듯 전망…7월 27일 판문점 회담?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기대를 모았던 '북미-남북미 원샷 정상회담'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청와대는 '초청장'을 아직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남·북·미 회담은 '7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회담 직전까지 문은 열려 있어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 6·12 북·미 회담 개최 임박…靑 '기대→신중→회의적?'
최근 들어 '원샷 회담'에 대한 청와대 내부 기류는 조심스러운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회담이 5일 남았는데, 이 시점 남·북·미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낮아지는 걸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한다 안 한다 잘라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이후 남·북·미 3자 회담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고,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지으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그간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에 무게를 실었다.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다. 정부와 청와대도 남북미 회담과 종전선언 여부는 "북미정상회담 상황과 연동돼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요 며칠 새 청와대는 속도 조절에 나섰다. 남북미 회담 성사 가능성에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한반도 비핵화 여정'의 '빅 이벤트'인 북미정상회담에 우리 정부가 개입하는 것으로 비춰지며 자칫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회담을 닷새 앞둔 시점부터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는 회의적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어려울 수 있다"는 기류가 일각에서 흘렀다. 실무 준비과정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날까지는 우리 측에 통보가 와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북·미 간 협상 과정도 정황상 이를 뒷받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에서 만나는 모습. / 게티이미지코리아 |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면서 실제 "그것(정상회담)은 하나의 과정(process)이 될 것"이라며 "한 번의 회담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도 '첫 회담'이라고 규정하며 '후속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13일 하루 더 진행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CNN'이 6일 보도했다.
이는 12일 당일 '빅딜'에 합의해도 비핵화와 체제보장 관련 기본 틀만 합의하고 이견이 남은 세부사항은 후속회담으로 넘길 가능성으로 읽혔다. 이 경우 자연스레 남북미 3자회담과 종전선언 논의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며, 북측은 비핵화의 대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을 바란다.
◆ 7월 27일 판문점 회담 가능성 부상…'종전선언'이 갖는 의미
싱가포르행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대신 판문점이나 제3국에서 남북미 3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시기는 정전협정 체결인인 7월 27일이 전후로 점쳐지고 있다.
말 그대로 종전선언은 '전쟁을 종료시켜 상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자 하는 교전당사국 간 공동의 의사 표명'이다. 현재 한국은 종전국이 아닌 휴전국이다. 1950년 6월 25일 발생한 6·25 한국전쟁의 종식을 위해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에서 교전국인 미국과 중국, 북한 등 3국이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을 체결했다. 이 협정으로 남북은 65년 동안 국지적 휴전상태다.
김정은(왼쪽)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이후 남북미 3자 회담과 종전선언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다음 달로 미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청와대 제공 |
다만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으로 그 어떤 법적 구속력도 없다. 그러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남북 정상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내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약속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종전선언'에 '불가침 확약(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 내용이 담길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5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말했듯이 (북미 간)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종전선언과 불가침 확약이 같이 가는 것은 아니며 만일 (불가침 확약이) 진행된다면 종전선언 이후 논의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가침 문제는 '선언'인지, '확약'인지, '조약'인지 그 형태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문제라서 현 단계에서 같이 논의될 성격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미정상회담은 오는 6월 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합류할 여지는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도 물밑에선 막판까지 북미 간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